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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주역]풍요롭게 사는 비결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20-01-19 12:47
조회 : 287  





풍요롭게 사는 비결


이성남 (감이당 금요대중지성)

火天 大有 

大有, 元亨.

初九, 无交害, 匪咎, 艱則无咎.

九二, 大車以載, 有攸往, 无咎.

九三, 公用亨于天子, 小人弗克.

九四匪其彭无咎.

六五, 厥孚交如, 威如, 吉.

上九, 自天祐之, 吉 无不利.

얼마 전 한 해를 마감하는 연구실 송년회 모임이 있었다. 저마다 조금씩 가져오는 음식과 과일, 음료들이 한곳으로 모이니 꽤나 풍성하고 푸짐했다. 축의금을 들고 오는 도반들도 있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음식과 선물이 따라온다더니 잔치 때마다 실감하고 있다. 잔치는 연구실에서 주최하는 건 맞지만, 준비가 미흡해도 다른 이들이 늘 채워줬다. 곳곳에서 흘러오는 보시 행렬들. 세미나 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을 따라 오는 풍성한 음식과 이야기로, 올 한해는 공부만 했던 게 아니라 이런 원리를 몸에 체득한 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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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가져야만 누리고 사는 건 아닌 것 같다. 지위나 부 어느 것 하나 남부럽지 않은데, 우울증약에 두통약을 달고 살며 부동산 지표에 주식 시세에 날마다 좌불안석인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현대인들은 부를 지키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며 안달하며 산다. 한편 감이당과 남산강학원의 청년들은 수입으로만 따지면 직장에 다니는 청년들보다 적지만, 공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절실하다면 마음껏 할 수 있고, 여행이나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주어진다. 많이 소유하는 것이 곧 풍성하게 누리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 이 모순. 왜 소유한 만큼 누리지 못하고 늘 불안하고 더 채워야 한다는 생각만 할까? 그래서 풍성하게 누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주역의 대유괘를 공부하며 소유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고민해보고자 한다.

주역에서 대유(大有)괘는 동인괘 다음에 배치돼 있는데, 「서괘전」의 설명은 이렇다. “사람들과 연대한 후에는 물건들이 반드시 모여들므로, 대유괘로 받았다.” 사람과 사람이 힘을 모아 하나가 되면 사물도 한데 모여 부유함을 이룰 수 있으므로 동인괘 다음에 대유괘가 왔다는 말이다. 사람들과 연대한 이후 따라오는 것이 어디 물자뿐이겠는가. 함께 하려는 마음과 정성까지 아우르는 풍요로움을 ‘대유’라고 보는 것 같다. 괘의 모습으로 좀 더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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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괘의 형상은 하늘 위에 불이 있는 모습이다. 그러니까 하늘 위에 태양이 높이 떠올라 만물을 고루 비추지 않는 곳이 없으니 풍족하다고 본 것이다. 태양이 어떤 존재인가? 생명 에너지를 우리에게 무한대로 보시하는 우주 최고의 증여자 아닌가. 대유의 군주, 오효가 그런 모습을 지녔다. 존위한 오효는 홀로 음효이고 다섯 양효를 거느리고 있다. 그 비결은 오효는 겸손하고 자신을 낮추는 자다. 그래서 다섯 양효들이 오효에게 호응하고 있다. 특히 상구효는 윗자리에 있지만 육오를 따르니 그 모습이 가상해 하늘이 돕는다고 했다.(自天祐之, 吉 无不利.) 풍족함의 극한에서 하늘의 보호까지 받는 형국! 신기하다. 우리가 지겹도록 본 드라마의 파국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대개 드라마 속 캐릭터들은 권력과 부를 독점한 후 부정부패로 망가진다. 하지만 상구는 대유의 극의 자리에서 소유를 자신의 것으로 삼지 않고, 오효를 도와 천하를 이롭게 했기에 ‘하늘이 돕는다.’고 한 것이다.

재산이 많아지고 지위가 높아지면 물욕에 사로잡혀 지혜롭기가 쉽지 않다. 정이천도 풍성한 시대에 해로움과 접촉하지 않는 일은 현명한 자공이라도 피해갈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풍성함을 누리려면 어떻게 소유의 극한에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하는지 각 효마다 윤리적 태도를 지속적으로 얘기한다. 우리가 풍요로움에 취해 잊게 되는 마음. 그것을 꼬집어주는 효가 사효이다. 지나치게 성대하지 않으면 허물이 없다.(匪其彭无咎.)” 자신에게 온 부를 혼자 독차지할 때 탈이 나는 것이다. 쉬운 것 같지만 자기에게 온 부를 지나치지 않도록 억제하며 흘려보내는 원리를 체득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특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증여와 선물하는 방식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렇다면 사효가 제시하는 성대함에 처하지 않으려면? 「상전」에 의하면 “明辨晳也.(명변석야)”라고 했다. 즉 분명하게 분별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면 소유의 극한으로 치닫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무엇을 분명하게 분별해낼 수 있어야 할까? 오늘의 부는 내 노력만으로 온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 천지의 것을 덜어내 나에게 보태준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그만 잔치 하나만 해도 어디 내 힘만으로 잔치가 굴러갔나 생각해보면 전혀 아니다. 잔치에 모였던 사람들의 정성과 진실된 마음들이 모여 함께 풍성함을 누렸던 것일 뿐. 어느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알고 나누고 흘러가도록 풍성함을 즐기면 된다. 그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 풍성함에서 자칫 해로움으로 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다. 소인이 풍족한 소유를 얻게 되면 세상이 해롭다고 한 이유도 나에게 온 부를 흐르지 않게 막아버려서이다. 풍족한 소유는 부유함을 독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천리를 따라 흐르도록 해야 한다.

작년 연구실을 운영하면서 강의보시, 음식보시, 연주보시 등등. 헤아릴 수 없는 선물과 증여가 연구실로 흘러오고 흘러나갔다. 우리는 그 안에서 풍요로움을 맘껏 즐겼다. 풍성하게 소유하고 그것을 누리는 충만함은 선물과 증여가 막히지 않고 흐르도록 순환시키는데 그 비밀이 있었다. 고여 있지 않고 흐르고 순환하는 소유. 그게 바로 ‘큰 소유’라는 사실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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