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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주역]새해를 맞아 공부 벗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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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0-01-23 11:19 조회1,5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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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공부 벗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신혜정 (감이당 금요대중지성)

地天 泰   ䷊

泰, 小往大來, 吉, 亨.

初九, 拔茅茹, 以其彙征, 吉.

九二包荒用河不遐遺朋亡得尙于中行.

九三, 无平不陂, 无往不復, 艱貞, 无咎, 勿恤, 其孚, 于食, 有福.

六四, 翩翩, 不富以其鄰, 不戒以孚.

六五, 帝乙歸妹, 以祉元吉.

上六, 城復于隍, 勿用師, 自邑告命, 貞, 吝.

며칠 전, 문이정에서 송년회를 했다. 세미나 도반들과 서울에서 내려온 감이당 친구들, 외부 손님들이 어울려 시끌벅적 재미난 시간을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한 해를 돌아보게 됐다. 2019년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은 해다. ‘지금까지 했던 공부방식으로는 안 돼.’라는 위기의식과 ‘앞으로 어떤 태도로 공부해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고민하면서 방향전환을 했기 때문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문이정이라는 공동체가 있었다. 문이정 창단 멤버로 참여해서 간판을 걸고, 세칙을 만들고 세미나 회원을 모으면서 일희일비했던 때가 떠오른다. 그런 시간을 통과하며 공동체 감각도 배우게 됐고, 그 기쁨도 깊이 체험하게 되었다. 해서 경자년 새해에는 또 어떤 마음으로 문이정 도반들과 공부를 해야 할지 주역에서 찾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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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에는 일 년 열두 달을 12개의 괘에 배속시켜놓은 12소식괘(消息卦)가 있다. 그 중 새해인 1월에 해당하는 괘가 바로 지천태괘(地天 泰). 해서 태괘를 통해 신년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먼저, 그 상(象)을 살펴보면 땅은 위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처해 있는 모습이다. 자연의 형상과는 역전된 모양이니 이거야말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아닌가. 헌데, 여기서 반전. 태(泰)괘는 ‘소통과 안정’을 상징한다. 어떻게 이런 해석이 가능한 걸까?

하늘의 본래 성질은 위로만 향하는 강건함이고, 땅은 아래로 내려가려는 유순함이 본성이다. 그러니까 원래대로라면 하늘은 위로만, 땅은 아래로만 향하니 이 둘은 만날 일이 없다. 태괘가 소통을 의미하는 이유는 바로 천지의 상이 뒤집혔기 때문. 서로 자기 위치를 고집하지 않고 역지사지했기에 만날 수 있고 만나야 통할 수 있다는 이치다. 동의보감에서는 심장과 신장의 기가 꽉 막혀 생기는 병증의 치료에 교태환(交泰丸)을 처방하는데 이때 ‘태’가 바로 ‘통한다. 뚫어준다.’라는 뜻. 또 있다. 경복궁의 ‘교태전(交泰殿)’ 역시 지천태괘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서로에게 다가가는 마음’. 그러니 지천태괘의 괘사에서 “소통의 도는 길하고 또 형통하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런 태괘의 여섯 효 중에서 나는 특히 구이효에 관심이 갔다. 정이천은 “소통과 안정을 이룬 때를 다스리는 방도를 주로 구이효를 중심으로 말했다.”라고 풀기 때문이다. 왜 모든 것이 원만하고 태평한 시기에 다스림의 도에 대해 강조하는 걸까? 뭐든 술술 잘 풀리고 안정을 이룬 때일수록 ‘기망기망(其亡其亡)’하는 겸손한 마음과 경계하는 태도,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 그 방도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구이효에서는 그 방법에 대해 “더러운 것을 포용하고맨몸으로 바다를 건너며먼 것을 버리지 않고 파벌을 없애면()을 시행하는 것에 합치된다.”라고 했다. (九二包荒用河不遐遺朋亡得尙于中行이 말은 어떤 의미일까? 먼저 더러운 것을 포용한다는 뜻은 자신과 생각이 다르고 의견 차이가 있는 사람도 포용하는 도량을 지녀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맨몸으로 바다를 건넌다는 건 안정이 주는 편안함과 이제까지 해오던 습관을 따르려는 타성을 혁신할 수 있는 강단과 용기가 필요함을 가리킨다. 공동체를 하다 보면 정말 이런 문제들에 부딪히게 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둘은 다른 차원이 아니다. 주변에 나와 의견이 비슷한 사람, 마음 맞는 사람만 있다면 당연히 안일함과 동일성의 적폐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다른 존재들과 다른 생각들이 들어와서 섞여야 비로소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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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먼 것을 버리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과연 무슨 뜻일까? 그건 지금 당장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소한 일이라도 세심하고 치밀하게 살펴서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만들었던 규칙, 시간 약속이나 회비, 공부한 자리를 정리하는 등 작지만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부분을 챙겨야 한다는 것. 사실 이런 일들이 쌓여 감정이 상하고 분란의 소지가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파벌을 없앤다는 말은 사사로운 감정에 이끌려서는 안 된다는 뜻. 공명정대한 원칙을 세워 지켜나가지 않으면 자칫 사조직처럼 변질될 위험이 있으니 늘 경계해야 한다.

태괘에서는 구이효의 네 가지 원칙을 숙지하고 잘 지켜나가면 “중도(中道)를 시행하는 의리에 합치될 수 있다.”라고 충고한다. 주역에서 말하는 중도와 의리는 뭘까? 범례에 따르면 중도란 시중(時中) 즉, “상황과 때에 적절한 도리”이고 의리는 “인간이 외부 사물과의 관계에 따라 창안해내는 삶의 윤리이자 방법”이다. 그러니까 중도를 시행하는 의리는 결국 외부의 존재들과 맺는 시의적절한 도리이다. 공동체는 공동체로서의 마땅한 윤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건 고정된 도덕률 같은 차원이 아니다. 때에 맞게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스스로 조직할 수 있는 능력과 시중에 맞는 규율을 창안해가는 힘. 그것이 소통과 안정의 시기를 이어가는 지혜이다.

헌데 여기엔 무엇보다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자리이타(自利利他)’. 이 모든 것이 먼저 나에게 이롭고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태괘에서도 서로 소통하고 따르는 건 “모두 그의 뜻이 원하는 것이다. 그가 원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따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지천태괘의 구이효가 들려주는 귀한 메시지. 새해를 시작하며 마음에 새기고 공부 벗들과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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