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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주역]점차로 나아가는 기러기의 비상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20-02-05 16:10
조회 : 659  






점차로 나아가는 기러기의 비상



장현숙 (감이당 금요대중지성)

風山 漸   ䷴

漸, 女歸吉, 利貞.

初六鴻漸于干小子厲有言无咎.

六二, 鴻漸于磐, 飮食衎衎, 吉.

九三, 鴻漸于陸, 夫征不復, 婦孕不育, 凶, 利禦寇.

六四, 鴻漸于木, 或得其桷, 无咎.

九五, 鴻漸于陵, 婦三歲不孕, 終莫之勝, 吉.

上九, 鴻漸于陸, 其羽 可用爲儀, 吉.

작년에 어쩌다 인문학 공부모임을 준비하게 되었다. 뜻하지 않게 작은 공간이 생기는 바람에 가능해진 일이다. 주어진 공간이 반가워, ‘그냥 하면 되지 뭐’하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았다. 일단 이 공간에서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지를 결정해야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내 공부 전반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왜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지, 내가 공부를 통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공간이 있다고 아무거나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공간의 방향성을 정해야 했다. 그런 다음 그 방향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짜야 했다. 강의를 주로 할 것인지, 세미나를 주로 할 것인지. 세미나라면 어떤 것을? 책은? 대상은? 시간은? 공간의 이름은? 등등 결정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그 모든 것이 대충 마무리될 무렵에는 이 공간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가 또 고민이었다. 전단지를 만들고, 뿌리고, 생전 처음 밴드도 만들었다. 이 과정들을 지나면서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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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64괘 중 일을 진행하는 것과 관련되는 것은 점괘이다. 점(漸)은 ‘점점 점’이란 뜻이다. 점진적으로 나아간다는 의미. 전체 괘 모습은 하괘는 간(艮)괘로 상괘는 손(巽)괘로 이루어져 있다. 일을 점차적인 순서를 가지고 진행하는 모습을 기러기가 물가에서 하늘로 나아가는 모습에 비유했다. 물가(鴻漸于干)에서 반석(鴻漸于磐)으로, 육지(鴻漸于陸)로, 나무(鴻漸于木)로, 언덕(鴻漸于陵)으로 해서 최종적으로 하늘(鴻漸于陸)로, 총 여섯 번의 절차(六進)를 거쳐 나아간다. 기러기는 철새이다. 물에서 날아오른 기러기는 수천 킬로를 날아 이동한다. 그래서 기러기의 단계별 비상은 긴 여정을 앞두고 꼼꼼히 상황을 준비하는 모습과 관련이 있다. 또 기러기는 한번 짝을 지으면 평생을 같이 산다고 한다. 그래서 전통혼례에서는 백년해로 하겠다는 의미로 나무 기러기 한 쌍(木雁)을 함 속에 넣어 보낸다. 그래서 그런지 점괘는 여자가 시집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옛날에는 여자가 자신이 살아온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은 시집이었다. 자신이 여태 살았던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향할 때의 절차적 순서 그것이 결혼식이었다. 그래서 괘사는 女歸吉 利貞(여귀길 리정)이다. 여자가 시집가는 것이 길하니, 이로움은 올바름을 지키는 것에 있다는 뜻. 이 올바름은 기러기가 비상할 때처럼 일의 순서를 하나하나 차근차근 밟아가는 것을 말한다. 느리지만 차근차근. 기러기의 비상도 여자의 시집도 하나의 세계를 떠나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그럴 때 느리지만 차근차근 필요한 순서를 점차로 밟아가는 모습이 점괘의 전체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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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효들 중 유독 초육효가 눈에 들어왔다. 일의 시작점에 있다 보니 당연한 일. 효사는 鴻漸于干 小子厲 有言 無咎(홍점우간 소자려 유언 무구)이다. 기러기가 물가로 점차 나아가는 것이니, 소자는 위태롭게 여겨 말이 있으나 허물이 없다는 뜻이다. 초육은 일의 시작에 위치하고 있고, 매우 낮은 자이다. 음의 자질이라 유약한 데다 위로 호응하는 자가 없어 도움을 주는 사람도 없다. 이런 조건으로 나아가는 일은 근심스러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소인과 어린이(小子)는 위태롭게 여기며 말이 많다. 여기서 소자란 일의 시작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로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은 있지 않은가. 하지만 나는 주변 사람들도 주변 사람이지만 자기 마음속의 두려움으로 해석하고 싶다. 자기 속에서 올라오는 두려움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말을 걸기 때문이다. ‘아직 공부가 덜됐어’, ‘이 나이에 뭘 시작하겠다는 거야.’, ‘사람이 안 오면 어떡하지?’ ‘그냥 여태 살던 대로 살아’ 등등 일의 시작을 두려워하며 수많은 말을 건다. 그럴 땐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어진다.

하지만 초육은 無咎(무구)로 마무리된다. 그런 소자들의 염려의 말은 일의 시작에는 허물이 없다는 것이다. 정이천은 “아랫자리에 있은 것이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유연하게 행하는 것이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며, 호응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점차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의 시작 때 아랫자리에 있고, 유약하고, 호응하는 사람이 없어서 근심스럽다고 했는데, 이런 조건들이 일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허물이 없다는 것이다. 왜일까? 풍산점의 내괘는 간(艮)괘이다. 이는 일의 초반 걱정이 동(動)하고, 욕심이 동하고, 조급함이 동할 때, 큰 그침(止)으로 안정을 이루어 점차적으로 진입하라는 뜻이리라. 만약 일의 초반에 지위도 높고, 강하며, 호응하는 사람도 있다면 어떨까? 먼 길을 가야 하는 초반에 벌써 마음은 날뛴다. 일의 순서고 뭐고 빨리 이루고 싶은 조급함이 날뛴다. 이런 조급함은 순서의 올바름을 지키기 어렵게 한다. 건너뛴 것은 언젠간 돌아온다. 나 같은 경우, 생각지도 않은 공간이 생겼을 때, 뭐라도 빨리 이루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얼마못가 스스로 지쳐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보고 조급하지 않게 유연하게 행하며, 호응하는 것이 없더라도 차근차근 자신의 힘으로, 자신에게 맞게 순서를 밟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과정에 주변에서 혹은 자신 속에서 올라오는 걱정스런 말은 그 과정을 탄탄히 밟아가라는 것이므로 허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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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는 자신이 여태 해오던 것을 떠나 다른 것을 처음 시작할 때는, 여자가 시집갈 때와 기러기가 먼 길을 떠날 때처럼 점차적인 순서를 밟아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 순서들을 건너뛰고 빨리 이루고 싶은 조급한 마음이 들 때, 기러기가 물가를 떠나 마침내 하늘로 비상해서 먼 길을 날아가는 여정을 생각하라. 먼 여정 동안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겠지만 처음 떠날 때의 그 준비된 마음이 그 모든 것을 무사히 넘기게 할 것이다. 매년 같은 길을 오고 가는 기러기조차 여섯 단계에 거쳐 그 일을 준비하는데, 세상에 태어나 처음 시도하는 우리들의 일이야 말해 무엇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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