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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주역]수화기제, 성공한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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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0-02-11 16:53 조회1,8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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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제, 성공한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박장금 (감이당 금요대중지성)

水火旣濟   

수화기제

旣濟 亨小 利貞 初吉終亂.

일들이 성취된 때에는 형통할 것이 작은 일이라서, 올바름을 굳게 지키는 것이 이로우니, 처음에는 길하고 끝에는 혼란하다.

初九曳其輪 濡其尾 无咎.

수레바퀴를 잡아당기고 꼬리를 적시면 허물이 없다.

六二婦喪其茀 勿逐 七日得.

부인이 그 가리개를 잃은 것이니, 쫓아가지 않으면 7일 만에 얻는다.

九三高宗伐鬼方 三年克之 小人勿用.

고종이 귀방을 정벌하여 3년 만에 이겼으니, 소인은 쓰지 말아야 한다.

六四()有衣袽 終日戒.

물에 적은 데에 헌 옷을 마련하고, 종일토록 경계하는 것이다.

九五東隣殺牛 不如西隣之禴祭實受其福.

동쪽 이웃의 소를 잡아 성대히 제사하는 것이 서쪽 이웃의 검소한 제사가 실제로 그 복을 받는 것만 못하다.

上六濡其首 厲.

그 머리를 적시는 것이니 위태롭다.

요즘 영화 기생충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제 최고의 영화상인 아카데미를 넘보기까지.(이 글을 쓸 때만해도 아카데미 후보였는데 몇 일만에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개 부문을 수상하여 영화사 자체를 뒤흔드는 쾌거를 이루었다. 헐~) 실화인가 싶다. 봉준호 감독조차 “나는 곧 잠에서 깨어나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걸 깨닫게 될 것 같다”라고 말할 정도다. 기자가 향후 계획을 질문하자 봉준호 감독은 지체 없이 “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답한다. 난 조금 놀랐다. 좋은 결과가 나왔으니 쉬고 싶을 것 같은데 본업으로 돌아가고 싶다니. 하지만 성과에 도취 되어 망가지는 인생이 얼마나 많던가. 그런 점에서 봉 감독은 참으로 지혜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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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처럼 마음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신기하게도 결실의 괘, 기제 괘에서 그의 지혜가 느껴졌다. 수화 기제는 ‘이미 강을 건넜다’는 뜻으로 일의 결과 or 성취를 의미한다. 일들이 성취된 때에는 형통할 것이 작은 일이라서올바름을 굳게 지키는 것이 이로우니처음에는 길하고 끝에는 혼란하다.”(旣濟 亨小 利貞 初吉終亂여기서 ‘형소(亨小)’를 잘 해석해야 한다. 형소는 ‘조금 형통하다’로 해석하기 쉽지만 ‘작은 것에도 두루 미친다’는 뜻이다. 이처럼 기제가 형통한 것은 큰 것뿐 아니라 작은 것까지 두루 통하기 때문이다.

기제는 주역 64괘 중 6개의 효가 음양 자리에 올바르게 놓인 유일한 괘이다. 이것은 형소, 즉 작은 것에도 미친다는 괘사와 부합된다. 어떤 효도 소외되지 않고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니 얼마나 형통한가. 기생충이 앙상블 상을 받을 때가 생각난다. 그 상은 “미국 배우 조합상(Screen Actors Guild Awards, SAG)”으로 배우들의 케미가 좋은 영화에게 주는 최고 영예의 상이라고 한다. 배우들이 이 상을 받을 때 봉 감독의 얼굴에서 아빠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실제로 기생충에 출현한 배우 전원이 이 상에 이름이 올랐는데 이것은 ‘형소’가 아닌가. 소외되지 않게 모든 배우들을 배려한 봉 감독의 마음이 이 상을 받게 했다고 생각한다.

기제 괘에서 내가 주목한 효는 초효다. “수레바퀴를 잡아당기고 꼬리를 적시면 허물이 없다.”(初九曳其輪 濡其尾 无咎수레바퀴를 잡아당김은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꼬리는? 여우의 꼬리이다. 갑작스러운 꼬리 등장에 당황할 수 있지만 이것이 주역의 매력이다. 주역에는 자연의 생태계가 총동원되는데, 이번에는 여우의 생태를 이해해야 주역이 전하는 메시지를 알 수가 있다. 동물의 왕국 열혈 시청자라면 추측도 가능할 것이다. 여우는 물을 건널 때 물에 젖지 않게 꼬리를 뒤로 올린다고 한다. 그런데 꼬리를 적셨다는 것은 ‘물을 건널 마음이 없다는 의미이다. 즉, 결실을 이룬 다음에는 물을 건너지 말라는 것인데 무슨 의미일까. 우리는 보통 일이 잘되면 샴페인부터 터트리다가 갈 길을 잃는 경우가 많다. 기생충만 해도 상복이 터졌으니 성공에 도취 되기 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주역은 여우가 꼬리를 적시듯 멈추라고 경고한다. 봉 감독은 주역의 지혜를 알았던가. 엄청난 상에도 들뜨지 않고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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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제의 괘상을 보면 위가 물이고 아래가 불이다. 즉, 불이 아래서 물을 데우면 수증기가 발생한다. 이때 대기는 촉촉해진다. 물은 아래로 흐르는 성질이라 혼자서는 위로 갈 수가 없다. 불도 마찬가지이다. 물이 불 위에 있어야 위로 치솟는 불을 조절할 수가 있다. 물은 아래로, 불은 위로 각자의 성질을 반대로 향하게 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대기도 ‘물을 품은 불’이 순환되기 때문에 생명이 살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생명이 대기의 순환 속에서 살아가듯 생명의 세계에는 목표나 종착지가 없다. 결과만 해도 물과 불의 소통이고 주역 전체 괘만 봐도 1/64에 해당될 뿐이다. 하여 강물의 흐름을 붙잡을 수 없듯이 아무리 좋은 결과도 붙잡을 수가 없다.

봉준호 감독은 상을 받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여전히 ‘기생충’ 촬영장이고, 장비가 이동하고 있고, 밥 차가 불에 타는 것을 보며 울부짖을 것 같다”라고. 배우, 촬영장, 밥 등 영화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배려하고 소통하지 않고는 저런 멘트가 나올 수 없다. 이것은 마치 기제 괘에서 불이 자신을 주장하지 않고 물을, 물이 불을 받아들이는 것과 닮아있다. 이렇듯 자신을 비운 소통이 차곡차곡 쌓여서 봉준호 자체가 장르가 된 ‘기생충’이 완성된 게 아닌가 싶다. 봉준호는 알고 있다. 상은 부수적으로 따라온다는 것을. 그래서 나도 알게 되었다. 그의 성공 비밀이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가겠다’는 그 멘트에 있음을. 기제 괘 다음에 다시 시작인 ‘미제 괘’가 오듯이!

 

대표이미지 출처: expo Servais Ostende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Palmed%27or.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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