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고급비단을 옷이나 물건을 만드는 데 쓰지 않고 누에에게 먹이는 사람이 있다. 남방에서 금빛 누에(금잠)를 기르는 사람인데 독(毒=蠱毒)을 만들기 위해서다. 고급비단을 먹은 누에의 똥에서는 독이 발생하는데 그 독은 신통력이 있어서 주인에게 많은 재물을 생기게 해준다. 주인은 이 재물을 탐하여 누에에게 비단을 먹이는 것이다. 그러나 누에 똥의 독은 재물만 주는 게 아니라 재앙도 동시에 준다. 그 똥을 접하는 사람을 반드시 아프게 하거나 죽게 한다. 중독시키는 것이다.
주인은 재물만 취하고 재앙은 피하고 싶다. 그래서 그 똥을 다른 사람 음식에 넣거나 그 집으로 보내려고 한다. 이 독에 걸려든 사람은 운이 없게도 아프거나 죽게 되는 것이다.
비단을 먹은 누에의 똥이 어떻게 독을 만드는지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도리가 없지만, 누에에게 뽕을 먹이지 않고 순리를 어겨 비단을 먹였기 때문이 아닐까? 똥은 밖에서 들어온 음식이 오장 육부를 돌고 돌아 나온 최종 결과물이다. 그런데 그 먹은 게 음식이 아니고 비단이니 오장 육부의 고통이 오죽했을까? 자신이 만든,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비단을 먹었으니 오장 육부를 돌면서 엄청난 분노가 쌓여 독으로 발생했을 것이다. 오늘날 닭이나 소에게 그들의 배설물을 먹여 병을 일으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것을 먹은 사람은 아프고 병들지만 그런 소, 닭을 키운 사람들은 엄청난 부를 누리고 있는 오늘의 현실과 너무나 흡사하다.
주인은 이제 재물도 넘치고 있으니 남을 해치는 일은 그만하고 싶지만 이미 늦었다. 누에는 이 독의 활동을 멈출 수가 없다. 재물을 줌과 동시에 누군가를 계속 헤쳐야만 한다. 만약 남을 해롭게 하지 않으면 누에는 그 화살을 주인에게로 돌린다. 주인을 죽게할 수도 있다. 주인은 누에를 죽여서라도 마음 편하게 살고 싶지만 독의 힘으로 누에는 생명력이 아주 강해진 상태. 물이나 불, 칼로도 죽일 수 없다. 오히려 누에가 주인이 되어 버렸다. 꼼짝없이 누에에게 뒷덜미를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