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시대적 고찰』은 니체가 이 노쇠한 문명에 던지는 선전포고다. 이후 니체는 자신의 남은 생을 모두 이 싸움에 걸었다. 그것은 가치의 전도를 통해 우리의 생명력을 소진시키는 시대와의 싸움이자, 이미 시대적 인간이 되어버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어떻게 노쇠해진 삶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어떻게 젊음을 회복할 수 있을까.
니체는 건강을 되찾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쇠함의 정체를 제대로 봐야 했다. 근대가 내세우는 가치들과 약자가 살아가는 방식들, 자신 안의 약자적 욕망과 자기기만이 일어나는 지점들, 그리고 이것들을 떠받히고 있는 학문의 방법들을 낱낱이 살펴봐야 했다. 그렇게 시대와, 자신과 직면하지 않고는 건강의 회복은 요원할 터였다.
니체는 “더디지만 쉬지 않고 올라”간다. 근대의 그 기만적 위장술이 눈을 멀게 하지 못하는 지점까지, “시야를 가로막는 방해물 없이 우리의 노쇠한 문명을 환히 볼 수 있”는 그 지점까지. 그곳, 그 높은 곳의 맑고 투명한 공기야말로 소진된 생명의 치료제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니체와 함께 그 길을 오르고자 한다. 건강을 회복하도록, 소진된 생명이 다시금 활기로 웃을 수 있도록. 우리는 그곳에서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자기 존재를 창조하는 에로스의 힘을 되찾을 것이다. 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