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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클래식]瘞旅文(예려문) – 나그네를 묻어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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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0-03-22 20:41 조회1,8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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瘞旅文(예려문) – 나그네를 묻어주다



왕양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 슬기로운 유배생활

왕수인(王守仁)

*번역 : 문리스(남산강학원)

정덕 4년(1509) 가을, 초3일, 서울(북경)에서 이목(吏目)이 내려왔는데,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들 하나 종복 하나와 함께 부임지로 가는 길에 용장을 지나다 묘족 민가에 묵게 되었다.

나는 내 집 담울타리 사이로 그 모습을 보았지만 비가 내리고 날이 저물어 어둑하여 북쪽의 소식들을 캐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튿날 아침에 사람을 보내 그를 만나보게 하였지만 이미 떠나고 없었다.

정오 쯤, 지네언덕(蜈蚣坡)편에 사는 사람이 와서 말했다.

“한 노인이 언덕 아래에서 죽어있는데, 그 곁에서 두 사람이 곡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말했다.

“이것은 틀림없이 이목(吏目)이 죽은 것이다. 애통한 일이로구나!”

해가 질 무렵 쯤, 다시 또 사람이 와서 말했다.

“언덕 아래 두 사람이 죽어 있는데, 그 곁에서 한 사람이 주저앉아 탄식하고 있습니다.”

그 상황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니 이것은 그 아들이 또 죽은 것이었다.

이튿날 아침, 다시 또 사람이 와서 말했다.

“언덕 아래 시신 세 구가 쌓여있습니다.”

그 종복 역시 죽은 것이었다.

아아! 이런 비통한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주인 없이 버려진 그들의 비참한 주검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서, 동자 두 명을 시켜 삼태기와 가래를 가지고 가서 그들을 묻어주게 하였는데, 두 녀석이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말했다.

“안타깝구나! 나도 너희도 또한 저들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제야 두 녀석은 슬피 눈물을 흘리며 가겠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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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슭에 세 개의 구덩이를 파서 그들을 묻었다. 닭 한 마리에 밥 세 그릇으로 상을 차리고 슬프게 울면서 고했다. 아아! 애통한 일이로다. 그대는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그대는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나는 용장 역승이고 여요 사람 왕수인이라오. 그대도 나도 모두 중원 사람들일 테지만 나는 그대의 고향을 알지 못하오. 그대는 어찌 이곳까지 와서 이 산골의 귀신이 되었단 말이오? 옛사람들은 자기 고향을 떠나는 것을 중히 여겨 관리가 되어 떠돌아 다니지만, 그럼에도 1,000리를 넘지는 않았다오.

나야 귀양으로 쫓겨왔으니 이곳까지 온 것이 당연하지만, 그대도 무슨 죄를 지은 것이오?

내가 들으니 그대의 벼슬은 이목 직급일 뿐이던데, 그건 봉급이 불과 다섯 말 정도여서 그대가 아내와 자식을 이끌어 몸소 땅을 갈아 농사를 지어도 가능한 정도가 아니오. 어찌해서 다섯 말 짜리 봉급살이에 그대의 7척 몸을 바꾸었단 말이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그대의 아들과 종복까지 보태어서 말이오.

아아! 비통한 일이로다!

그대가 진실로 다섯 말의 봉급에 마음이 있어 떠나온 것이라면, 마땅히 기쁜 마음으로 길을 나선 것이어야 할 것이오.  그러면 어찌하여 어제 내가 본 그대는 얼굴을 찡그리고 근심에 가득 차 있었던 것이오? 아마도 서리와 이슬을 맞아가며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기어오르고 수많은 산봉우리들을 지나면서 허기와 갈증에 수고로이 애쓰며 뼈와 근육들은 모두 쇠약해졌기 때문이었겠지.

게다가 밖으로는 각종 피부병들이 침범하고 속으로는 우울증이 공격하는 형국이니 어찌 죽지 않을 수 있었겠소.

하여 나는 그대가 반드시 죽을 것임을 알았다오. 하지만 그것이 이렇게 빠를 줄이야.

더구나 그대의 자식과 종복 또한 이리 급작스럽고 홀연히 죽게 될 줄이야.

허나 이 모든 건 그대가 그렇게 만든 것이리니, 여기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리오.

나는 그대들 세 사람의 뼈가 의지할 곳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에 와서 묻어주었을 따름인데, 결국 나로 하여금 한없는 슬픔을 느끼게 하는구료.

아아! 슬프고 애통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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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의 장례를 치르지 않고 내버려둔다면, 험준한 언덕의 여우들이 몰려들고 깊은 계곡의 독사들이 수레자국처럼 이어져 반드시 그대들을 뱃속에 장사지내고 오래 지나지 않아 비바람에 내팽개쳐 버려질 테지.

그대들이야 이미 죽어 알지 못하겠지만, 내 마음은 어떻겠소?

나는 부모와 고향 땅을 떠나 이 곳에 온 지 2년이 되었소.

장독을 겪었지만 나는 내 자신을 온전히 지킬 수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일찍이 단 하루도 울적한 마음으로 지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오. 지금 이처럼 비통하고 상심하게 되는 것은 내가 그대를 중히 여기고 내 자신은 가볍게 여기기 때문이라오.

나는 그대를 또 다시 슬픔에 빠지게 하지는 않으려오.

내가 그대를 위해 노래를 지었으니 그대는 들어주시오.

노래로 말한다.

연이은 봉우리들은 하늘까지 뻗어있어,
비상하는 새들도 통과하지 못한다.
고향을 가슴에 품은 나그네는
어디가 어딘지 방향을 알 수 없지만
방향은 알지 못해도
하늘의 법칙은 똑같으니
이역땅 특별한 곳에 있을지라도
도리어 한 나라 안에 있는 것
달관한 마음으로 지금 깃들어 사는 이곳을 좇아 살아야지
반드시 내 집이라야만 하는 건 아니니
혼이여, 백이여!
애통하여 슬퍼하지 마시오.

다시 또 하나의 노래로 위안하여 말한다. 

우리는 모두 고향 땅을 떠나온 신세라오
오랑캐 땅의 사람들과는 말이 서로 통하지 않아서
본성을 지켜 명을 따르기를 기약할 수 없다네
내가 이곳에서 죽는다면
그대는 자식과 종복을 데리고
나를 찾아와 주시오
나는 그대들과 함께 놀고 즐기려 하니
자줏빛 선명한 표범을 거느리고 무늬 화려한 교룡거를 타고서
높은 곳에 올라 고향을 바라보며 속엣 얘기들을 합시다
내가 살아서 고향엘 돌아가게 된다면
그대의 자식과 그대의 종복이 그대를 따를 테니
동료가 없다고 슬퍼하지 마시오
길가에 켜켜이 쌓여있는 무덤들에는
중원 땅에서 쫓겨온 이들이 많다오
더불어 함께 휘파람을 불며 어슬렁거리면서
바람과 이슬을 먹고 마실지라도
그대에게 굶주림은 없을 것이라오
아침에는 사슴과 벗하고
저녁에는 원숭이들과 어울리면서
그대, 편안하게 머무시라
이 땅에 무위(無爲)하는 귀신으로서

(사진 : 박소담)

瘞旅文

維正德四年秋月三日,有吏目雲自京來者,不知其名氏,攜一子一僕,將之任,過龍場,投宿土苗家。予從籬落間望見之,陰雨昏黑,欲就問訊北來事,不果。明早,遣人覘之,已行矣。

薄午,有人自蜈蚣坡來,雲:“一老人死坡下,傍兩人哭之哀。”予曰:“此必吏目死矣。傷哉!”薄暮,復有人來,雲:“坡下死者二人,傍一人坐哭。”詢其狀,則其子又死矣。明日,復有人來,雲:“見坡下積屍三焉。”則其僕又死矣。嗚呼傷哉!

念其暴骨無主,將二童子持畚、鍤往瘞之,二童子有難色然。予曰:“嘻!吾與爾猶彼也!”二童閔然涕下,請往。就其傍山麓爲三坎,埋之。又以只雞、飯三盂,嗟吁涕洟而告之,曰:

嗚呼傷哉!繄何人?繄何人?吾龍場驛丞餘姚王守仁也。吾與爾皆中土之產,吾不知爾郡邑,爾烏爲乎來爲茲山之鬼乎?古者重去其鄉,遊宦不逾千里。吾以竄逐而來此,宜也。爾亦何辜乎?聞爾官吏目耳,俸不能五斗,爾率妻子躬耕可有也。烏爲乎以五斗而易爾七尺之軀?又不足,而益以爾子與僕乎?嗚呼傷哉!

爾誠戀茲五斗而來,則宜欣然就道,胡爲乎吾昨望見爾容蹙然,蓋不任其憂者?夫衝冒霧露,扳援崖壁,行萬峯之頂,飢渴勞頓,筋骨疲憊,而又瘴癧侵其外,憂鬱攻其中,其能以無死乎?吾固知爾之必死,然不謂若是其速,又不謂爾子爾僕亦遽然奄忽也!皆爾自取,謂之何哉!吾念爾三骨之無依而來瘞爾,乃使吾有無窮之愴也。

嗚呼傷哉!縱不爾瘞,幽崖之狐成羣,陰壑之虺如車輪,亦必能葬爾於腹,不致久暴露爾。爾既已無知,然吾何能違心乎?自吾去父母鄉國而來此,三年矣,歷瘴毒而苟能自全,以吾未嘗一日之慼慼也。今悲傷若此,是吾爲爾者重,而自爲者輕也。吾不宜復爲爾悲矣。

吾爲爾歌,爾聽之。歌曰:連峯際天兮,飛鳥不通。遊子懷鄉兮,莫知西東。莫知西東兮,維天則同。異域殊方兮,環海之中。達觀隨寓兮,奚必予宮。魂兮魂兮,無悲以恫。

又歌以慰之曰:與爾皆鄉土之離兮,蠻之人言語不相知兮。性命不可期,吾苟死於茲兮,率爾子僕,來從予兮。吾與爾遨以嬉兮,驂紫彪而乘文螭兮,登望故鄉而噓唏兮。吾苟獲生歸兮,爾子爾僕,尚爾隨兮,無以無侶爲悲兮!道旁之冢累累兮,多中土之流離兮,相與呼嘯而徘徊兮。餐風飲露,無爾飢兮。朝友麋鹿,暮猿與棲兮。爾安爾居兮,無爲厲於茲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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