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가 울고 노래 부르고 욕설하고 미쳐서 날뛴다면 틀림없이 광증(狂症)이다. 요즘 말로 하면 정신분열증(조현병). 이 정도라면 심한 편으로 정신과나 정신병원에 가야 할 증상이다. 우리는 보통 정신병이라면 몸과 별 상관없는, 정신만의 무슨 특별한 현상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요즘은 뇌에 이상이 있는 것이라고 인식이 좀 달라졌지만 이처럼 심한 정신병이라면 여전히 고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대개 정신병원에 격리되기 일쑤다.
하지만 한의학에선 우선 몸에 나타난 증상을 주시한다. 우선 맥을 보고 몸이 얼음장처럼 차다는 점에 주목했다. 따뜻해야 할 몸이 이처럼 차다면 몸 안의 열이 뭉쳐서 밖으로 순환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열은 음양으로 볼 때 양(陽)에 속한다. 안으로 양이 몰려 양기가 지나치게 세어졌다. 양기는 음기로 변하고 음기는 양기로 변하면서 몸 안팎으로 순환되어야 안팎이 따뜻한 법인데 양기가 안에서 뭉쳐져 밖으로 나오지 못하니 겉은 차고 안에선 답답하여 화가 나는 것이다. 이처럼 양기가 지나치게 세어져 겉이 차게 되는 것을 ‘양궐’이라 한다. 이 환자에게 음식을 주지 않는 것도 음식이 양기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왜 양기가 성해졌을까? 여기 그 형편과 사정은 안 나왔지만 『동의보감』에선 감정을 지나치게 썼을 때 양기(陽氣), 즉 화(火)가 성해진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