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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주역 2]후회해도 괜찮은 일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20-08-29 09:12
조회 : 389  




후회해도 괜찮은 일


이경아 (감이당 금요대중지성)

山風蠱(산풍고) ䷑

 

蠱, 元亨, 利涉大川, 先甲三日, 後甲三日.

고괘는 크게 형통하니 큰 강을 건너는 것이 이롭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앞서 3일을 생각하고, 일을 한 후에 3일을 신중해야 한다.

 

初六, 幹父之蠱, 有子, 考无咎, 厲, 終吉.

초육효, 아버지가 벌인 일을 주관한다. 아들이 있어 아버지가 허물이 없게 되니, 위태롭게 여겨야 끝내 길하다.

九二, 幹母之蠱, 不可貞.

구이효, 어머니가 벌인 일을 주관하니 지나치게 굳세게 밀어붙이면 안된다.

九三幹父之蠱小有悔无大咎.

구삼효아버지가 벌인 일을 주관하니 약간 후회가 있지만 큰 허물은 없다.

六四, 裕父之蠱, 往, 見吝.

육사효, 아버지가 벌인 일을 느긋하게 처리하는 것이니 계속 그렇게 한다면 부끄러운 일을 당한다.

六五, 幹父之蠱, 用譽.

육오효, 아버지가 벌인 일을 주관하니 명예를 얻는다.

上九, 不事王侯, 高尙其事.

상구효, 왕과 제후를 섬기지 않고도 자신이 해야 할 바를 높인다.

올해 초 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안 좋으셨다. 파킨슨 유사증세가 있어서 걸음도 잘 못 걸으시고 기억력도 현저히 떨어졌다. 우연히 소식을 알게 된 사촌 언니의 소개로 대전 한방병원에 한 달간 입원하셨다. 우리 형제들은 대부분 서울에 있기에 대전까지 자주 갈 수가 없었다. 사촌 언니는 대전에 살기에 우리를 대신해서 병원 수발을 자처했다. 아버지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추느라 음식도 챙겨드리고, 출퇴근 길에 약과 운동을 챙겼다. 부족한 운동은 언니가 함께하며 많이 걸으시도록 했다. 자신의 부모에게도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언니는 그런 힘든 일을 작은아버지에게 하고 있었다. 그것도 부모들끼리는 형제지만 거의 원수지간처럼 지냈는데도 말이다.

고(蠱)괘는 아버지가 한 일에서 문제가 생겼고, 자식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태도를 알려주는 괘다. 고(蠱)자는 파자하면 벌레 충(蟲)과 그릇 명(皿)으로 이루어졌으니 그릇에 벌레가 생긴 것이다. 그것도 세 마리씩이나. 여기서 세 마리란 수많은 벌레를 상징한다. 쌀이 오래되고 묵으면 쌀벌레가 생기듯, 사람의 일도 시간이 흐르면 주변 상황의 변화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 그 문제를 해결하고 관계를 회복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괘상을 보면 산풍고는 산 아래에 바람이 불고 있는(山下有風) 모습인데, 바람이 산 아래에서 세차게 불어 온갖 나무와 열매들을 떨어뜨리고 그것들이 널부러져 썩어가는 모습이고, 또 바람이 산을 휘돌며 만물을 흔들 듯이 사람들의 마음을 독려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 둘 다를 나타낸다. 고(蠱)가 의미하듯이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려면 장애물을 건너야 한다. 그래서 큰 강을 건너는 것이 이롭다(利涉大川)고 했다. 강이란 장애물을 말한다. 큰 강을 건너야 크게 형통(元亨) 할 수 있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생긴 문제가 아니기에 그만큼 장애물도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도를 얻어 자신의 역할을 잘해도 지나치게 올바름만 강조하면 그로 인해 일을 망칠 수도 있고(九二), 너무 관대하게 처리하다 보면 병폐를 강하게 바로잡기가 어렵다(六四). 그러면 오래된 문제를 어떤 태도로 해결해야 할까? 그건 바로 구삼효가 아닐까? “아버지가 벌인 일을 주관하니 약간 후회가 있지만 큰 허물은 없다.” (幹父之蠱, 小有悔, 无大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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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강을 건너야 크게 형통(元亨) 할 수 있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생긴 문제가 아니기에 그만큼 장애물도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삼의 아들이 아버지의 잘못을 해결하고 후회가 있는데도 허물이 없던 비결은 뭘까? 구삼효는 양으로서 올바르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공손함을 나타내는 손(巽)괘의 맨 위에 있으므로 상황을 극단으로 이끌고 가지 않을 수 있다. 아버지의 일을 처리할 때 자신의 주장대로 과감하게 처리하게 되면 주변과의 마찰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다. 또, 자신이 아버지의 일을 처리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심적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모든 것이 곪고 곪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고 올바름을 잃지 않았기에 결국은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아버지는 남자 형제 4분 중 막내시다. 첫째 형은 일찍 돌아가셨고, 나머지 세분은 거의 20년을 싸우며 지내셨다. 둘째, 셋째 형과 아버지, 2대 1의 유산 싸움이었다. 법정 다툼을 한 후 아버지는 승소했고, 그 유산을 큰 형의 아들에게 돌려주었다. 아버지의 고집으로 인해 시작한 일이었다. 그 후로 형들은 동생에 대해 감정이 많이 상했고 어른들은 술을 드시면 전화를 하며 싸웠다. 그로 인해 아버지는 과음하는 날이 많았고 화해를 하지 못한 채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갔다. 명절이면 큰댁에 대가족이 모여 세배도 하고 윷놀이도 하곤 했었는데, 이젠 제사에도 다들 안 올 정도로 사촌들 간에도 관계가 단절되었다. 알고 보면 아버지의 병도 그때의 과음과 분노가 쌓여서 생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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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언니가 이 위험한 관계에 불쑥 개입한 것이다. 언니는 급성 백혈병 판정을 받고 골수이식을 받을 정도로 병이 심각했었다. 이후 꽤 오랫동안 생사를 오가는 투병 생활을 했다. 투병 중 자신이 낫게 된다면 꼭 물질과 마음을 나누겠다는 기도를 매일같이 했다고 한다. 완치판정을 받고, 건강을 회복하고 나서 그런 삶을 실천하던 중에 우리 아버지의 병환 소식을 듣고는, 아버지 대(代)의 일을 해결하겠다는 마음을 내게 되었던 것이다. 언니는 집안이 화목하진 못하더라도 서로 반목하고 사는 게 우리 세대까지 이어지는 건 하늘에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마음속에 오랜 짐이었고 아버지가 연세가 많으셔서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기에 과감하게 나섰다. 언니는 약사라 그동안 많은 환자들을 지켜봤기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치료에 대한 의견을 냈고, 치료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우리 형제와 약간의 갈등이 있었다. 또 언니는 병원 근처에 숙소를 얻어서라도 아버지를 간호하는 게 좋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언니는 자신에게 병원 일을 다 맡기고 손님처럼 잠시 왔다 가는 우리를 보고 힘이 빠졌을 것이다. 아마도 자기가 무리하게 나서서 혼자 일을 한 것에 대한 후회가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언니는 우리에게 어떠한 싫은 소리도 하지 않았고, 간병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더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 않은 채 본인이 다 했다. 우리는 언니의 진심을 알고 나서 마음을 더 내게 됐고, 언니에게 협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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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대(代)의 일을 해결하겠다는 마음을 내게 되었던 것이다.

언니의 이런 정성 덕분에 아버지는 형들에 대한 오래된 원한 감정을 풀었고 건강도 많이 좋아지셨다. 둘째 형에게 전화해서 안부를 물을 정도로 가족 간에 관계도 회복되었다. 언니는 후회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과감하지만 올바른 자세로 아버지 대(代)의 곪고 곪은 문제를 해결했다. 나는 이 문제가 이렇게 해결되리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어떤 일이든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말이 있듯이 무슨 일을 자기가 주관하게 되면 당연히 후회는 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한 자기의 신념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면 후회가 있더라도 올바르게 문제를 풀게 된다. 후회란 선택한 것의 결과를 받아들이기 싫을 때 생기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 강하게 밀어붙인 것에 대해 모두가 그 마음을 알아줄 때까지 하고, 그래서 오래된 문제를 해결했다면 이럴 때 후회가 무슨 흠이 되겠는가? 이런 후회라면 해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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