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雷噬嗑䷔
噬嗑, 亨, 利用獄.
서합괘는 형통하니, 옥사를 쓰는 것이 이롭다.
初九, 屨校, 滅趾, 无咎.
초구효, 차꼬를 채워 발을 상하게 하니, 허물이 없다.
六二, 噬膚, 滅鼻, 无咎.
육이효, 살점을 깨물어 코가 푹 들어가 없어질 정도이니, 허물이 없다.
六三, 噬腊肉, 遇毒, 小吝, 无咎.
육삼효, 말린 고기를 씹다가 썩은 부분을 만났으니, 조금 부끄럽지만 허물은 없다.
九四, 噬乾胏, 得金矢, 利艱貞, 吉.
구사효, 말린 갈비를 깨물어 쇠화살을 얻었으나, 어렵다고 생각하고 올바름을 굳게 지키면 이로우니 길하다.
六五, 噬乾肉, 得黃金, 貞厲, 无咎.
육오효, 말린 고기를 깨물어 황금을 얻으니, 올바름을 굳게 지키고 위태롭게 여기면 허물이 없다.
上九, 何校, 滅耳, 凶.
상구효, 차꼬를 목에 차서 귀가 없어졌으니, 흉하다.
2년 전 중1이던 아들 담임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이가 담배를 피웠고 그 일로 상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애들이 담배를 피울 수도 있긴 하지만 부모로서 그냥 쉽게 넘어갈 일은 아니었다. 학교에서의 징계 외에 가정에서도 지도를 잘해서 아이가 호기심에 피워본 것으로 그치고 친구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주지 않게 해야 했다. 화뢰서합괘를 공부하면서 내가 그 사건에 대해 아이에게 줬던 벌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화뢰서합괘에서는 어떻게 하면 이물질을 잘 씹어서 조화로운 신체를 만들 것인가를 말한다. 이물질이란 가정이나 학교, 사회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자고 이를 잘 교화해서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형벌을 쓰는 것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서합이라는 말은 씹어서 합한다는 뜻이다. 괘상을 입 모양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상(象)으로 볼 수도 있다. 먼저 입 모양을 상상해보자. 맨 위와 맨 아래에 양효가 있는데 이것은 위턱과 아래턱이고 세 개의 음효들은 이로 볼 수 있다. 턱을 움직여 이로 중간에 있는 양효인 딱딱한 음식물을 씹어 먹어야 하는 게 서합괘다. 이질적인 것을 잘 씹어 서걱거리는 이물감을 없애고 삼키니 우리 몸의 기와 혈이 되는 형통한 괘다. 상(象)으로 보면 밝게 비추는 번개를 나타내는 이(離)괘가 위에 있고 천둥소리로서 두려움을 주는 우레를 나타내는 진(震)괘가 아래에 있다. 이치로 보면 번개가 먼저 치고 천둥이 이어진다. 번개로서 밝게 비추어 감춰진 것들이 없게 하고, 우레와 같은 위엄으로서 그에 맞는 힘을 가하면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없게 되어 화합이 이루어지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