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에 가니 새로운 관계와 새로운 운동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천 번의 발차기, 산을 뛰어갔다 내려오기, 푸쉬업이나 윗몸일으키기 같은 근력운동들을 하루에 몇 백 개씩 했다. 하지만 버틸 수 있었다. 내가 너무 힘들 때 기대고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관장님은 나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셨고 위로도 해주셨다. 그리고 내가 운동을 계속 할 수 있는 동기부여도 해주셨다. 선배A는 나랑 성격이 잘 맞았다. 좌우명이 비슷해서 그랬던 것 같다. 선배는 ‘한 번뿐인 인생 느낌 있게’, 나는 ‘한 번뿐인 인생 즐겁게’였다. 후배B는 진지한 허당이었다. 성격도 되게 싹싹해서 형들한테 매우 잘 대했고 허당끼가 많아서 이야기를 나눌 때는 입에서 웃음이 없어지지 않았다. 이런 관계들이 택견을 계속 할 수 있게 도와줬다.
그러던 2018년 말, 우연히 감이당에 사주명리 강의를 들으러 갔다. 공부라면 치를 떨었던 나였지만 사주는 엄마랑 누나가 하도 많이 얘기해서 조금은 관심이 있었다. 사주명리가 끝나고 곰쌤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여기서 택견수업 한 번 해볼래?”라고 물어보셨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네? 제…제가요?” 라고 반문을 해버렸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니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한 달에 두 번씩 수업을 하기로 했다.
그 뒤 몇 달 있다가 나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평소에 하던 운동들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보니 어떻게 헤쳐 나아가야 할지 몰랐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감이당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였던 것 같다. 택견수업을 하러 충주에서 서울로 올라가니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나의 삶은 하루하루가 똑같은 패턴이었다. 아침에 런닝하고 전수관에 가서 운동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쳤고 마지막 수업까지 마치면 집에 가서 쉬는 것이 전부였다. 나에게는 뭔가 신선한 게 필요했다. 감이당은 모든 것이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곳이었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 등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신선했다. 그래서 결국 충주를 떠나 감이당에 가기로 결정했다. 공부를 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는 했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장(場)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