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사례에서는 등과 어깻죽지에서 생긴 통증이 어깨에서 앞가슴으로 내려와 양 옆구리에서 멈춘다고 하니 이 곳을 지나는 경맥을 찾으면 된다. 그런데 12경맥 중에서 이 곳을 한꺼번에 지나는 경맥은 없다. 그래서 의사는 두 개의 경맥으로 나누어 보았다. 등과 어깻죽지를 지나는 경맥은 ‘수태양소장경’이다. 또한 가슴에서 옆구리로 내려오는 경맥은 ‘족소음담경’이다. 그렇다면 소장과 간에 문제가 있는 걸까?
오행으로 볼 때 소장은 심장과 함께 화(火)의 장부로 묶이고 경맥으로 연결되어 있다. 소장은 소화를 담당하는데 심장과 같은 화의 기운으로 음식을 부수기 때문이다. 대개 병은 감정이나 생각을 과도하게 하는데서 생긴다. 환자의 맥을 짚어보니 사려를 지나치게 한 것으로 나왔다. 그래서 의사는 심장이 상한 것으로 보았다. 심장은 소장과 짝이면서 모든 장부와 모든 감정과 생각을 총괄하는 기관이어서다. 그래서 군주지관이라고도 불린다. 그런데도 심장에는 아직 병이 생기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왜냐하면 심장과 연결된 수소음심경은 등과 어깻죽지를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 병은 밖에서 안으로 진행되는데 장(藏)(간, 심, 비, 폐, 신)이 안에 있고 부(腑)(담, 소장, 위, 대장, 방광)는 밖에 있다. 병이 안에 있는 장에 들어갈수록 증세가 심해지고 치료가 힘들어진다. 심,소장의 경우 심장이 장(臟)이며 소장은 부(腑)이다. 심이 상하긴 했지만 밖에 있는 소장부터 병이 든 걸로 보았다. 심장의 지나친 화기가 소장에 전달되어 소장부터 병이 든 것이다. 이처럼 심장이 상했더라도 밖에 있는 소장부터 병이 들었다고 경맥을 통해 추적해가는 과정이 놀랍다.
그런데 담은 오행 중에서 목(木)의 기관으로 봄기운을 주관한다. 언땅을 뚫고 나오는 봄의 나무처럼 담은 용기를 주관한다. 봄에 어떤 일을 기획하고 실행하듯이 용감하게 실천하는 기운이다.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담경락에 통증이 올 수 있다. 가슴과 옆구리로 담경락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