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는 심(心)에 속한 기관으로서 오미를 구별하여 오장으로 나누어 보낸다. 심(心)의 본 경맥(經脈)은 혀뿌리에 연결되어 있고 비(脾)의 낙맥(絡脈)은 혀의 양쪽에 연결되어 있으며 간(肝)의 경맥은 생식기를 돌아서 올라와 혀 밑에 연결되어 있고 신(腎)의 진액(津液)은 혀끝에서 나와 오장(五臟)으로 분포되는데 심(心)이 실제로 이것을 주관한다.(위의 책, ‘구설’, 677쪽)
혀에는 오장의 경맥이 모두 모여든다. 그래서 이런 신령스런 힘을 발휘하는지도 모른다. 입에서 오미를 변별하여 오장에 보내고 오장은 그 힘을 다시 혀에 보내어 소통한다. 그 중에서도 심이 경맥들을 지휘한다. 여기서 오미(五味)란 감각적인 맛일 수도 있고 오행(五行)의 기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심기는 밖으로 혀와 통해 있기 때문에 심기가 조화되어야 혀가 오미를 변별할 수 있다’(위의 책, 677쪽) 만약 심을 비롯한 오장에 사기(邪氣)가 들어오면 입에서 냄새가 날 수 있다. 냄새도 주관하는 장부가 있다. 비린내는 폐가, 썩은 내는 신장이 담당한다.
입에서 냄새가 날 때는 대부분 열이 몰렸을 때다. 위에 열이 있으면 그 기가 넘쳐서 위로 올라와 냄새가 나는 것을 우리도 느낄 수 있다. 감기로 열이 올랐을 때, 피로할 때,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애썼을 때 단내나 쓴 내가 느껴진다.
하지만 위의 경우처럼 변소 냄새가 날 정도면 참 심각하다. 친척조차 마주하지 않을 정도면 관계와 소통은 이미 글렀다. 왜 이토록 지독한 냄새가 나는 걸까?
『동의보감』에서는 육식을 많이 한 사람에게서 비린내가 난다고 말한다. ‘신경을 너무 썼거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숨 쉴 때 비린내가 나는 경우에는 가감사백산(加減瀉白散)을 쓴다.’ ‘평소에 육식을 많이 하는 사람이 근처에 갈 수 없을 정도로 구취가 많이 나는 경우에는 신공환(神功丸)을 쓴다.’(위의 책, 679쪽) 고기는 오행(五行) 중에서 화(火)기운을 지닌다. 화는 심장이 주관한다. 또 오행의 이치로 볼 때 화는 금을 극한다(화극금). 금의 장부는 폐다. 그러므로 고기를 많이 먹어 화기운이 넘치면 자연히 폐를 많이 자극하게 되는데 폐가 주관하는 냄새는 비린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