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은 성을 어떻게 보길래 이처럼 젊은 시절부터 성을 경계시키는 걸까? 동의보감에선 몸의 근본을 이루는 것을 ’정(精)‘으로 본다. 한자의 부수에 보이듯 그것은 곡식에서 얻어지는 물질적 에너지다. “정(精)은 몸의 근본이 된다….오곡(五穀)의 진액이 화합하여 지고(脂膏)가 되는데 이것이 속으로 들어가서는 뼈속에 스며들고 위로 올라가서는 뇌수(腦髓)를 보익해주며 아래로 흘러가서는 음부에 흘러든다.” 오곡의 엑기스인 오곡의 진액들이 합해져서 뼈속 골수와 뇌를 이루고 생식기 안을 채우고 있다는 것. 이 중에서도 음부인 생식기 안으로 흘러든 정,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남자의 경우 정액이 문제가 된다. 이를 허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액을 남자는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동의보감은 자세하게 알려준다. “사람의 정은 가장 귀중하면서 양이 아주 적다. 사람 몸에는 정이 보통 1되 6홉이 있는데 이것은 남자가 16세 경 아직 정액을 내보내기 전의 수량으로 무게는 1근이 된다. 정액이 쌓여서 그득차게 되면 3되에 이르지만 허손되거나 내보내서 줄어들면 1되도 못된다….한 번 교합하면 반 홉 가량 잃는 바 잃기만 하고 보태주지 않으면 정이 고갈되고 몸이 피곤해진다.”
이처럼 숫자로 양과 무게, 잃어버리는 양까지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은 헛되이 쓰지 말고 잘 간수하라는 뜻이다. 그러지 못 했을 때 온갖 병이 벌떼처럼 일어난다고 하며 그 처참한 병들을 또 자세히 알려준다. 위의 사례도 그 중 하나이다. 특히 60세가 넘은 사람이 그것도 이질을 앓으면서 방사를 했으니 눈, 땀구멍, 목구멍등 모든 구규의 진액이 모두 말라버려 극도로 허약해진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