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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生生) 동의보감] 정(精)과 성(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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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0-12-23 09:15 조회2,2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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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精)과 성(性)

박정복

음이 허하여 양이 갑자기 끊어진 것을 치료하는 법 ⚫()이 먼저 소모되어 양()이 갑자기 끊어진 것을 치료한다어떤 사람이 나이 60 가까이 되었는데한 여름에 체하(滯下,痢疾)를 앓으면서도 방사(房事)를 하였다어느 날 저녁 때 변소에 갔다가 갑자기 두 손을 늘어뜨리고 두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안광(眼光)이 없으며 오줌이 저절로 나오고 땀은 비오듯하며 목구멍에서 가래 끊은 소리가 톱질하듯이 나고 호흡은 몹시 미약하며 맥이 대()하면서도 차례가 없어 매우 위급하였다그래서 급히 인삼을 진하게 달여 먹이고 기해혈(氣海穴)에 뜸을 18장 떠 주었더니 오른 손을 움직였다또 3장을 떠주니 입술이 조금 움직였다이어서 인삼 달인 물을 3잔까지 먹였더니 밤중이 되어서 안구가 움직였다인삼을 2근까지 먹이니 말을 하고 죽을 찾았다. 5근 까지 먹이니 이질이 멎었고 10근을 먹였더니 안정되었다. (잡병편, ‘허로’, 1247)

한 20년도 넘은, 내가 아직 중년이었을 때였던 것 같다. 아침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TV프로에서 어느 비뇨기과 의사가 노년의 성생활과 건강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었다. 요지는 노년까지도 적당한 성생활을 해야 건강에도 좋고 부부의 정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그 세세한 내용은 잊었지만 요지만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성에 대해서 전문가의 견해를 들은 것은 그 때가 처음이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러겠거니 하며 그것만을 정답으로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처럼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요즘 『동의보감』을 보면 중년, 노년까지도 성생활을 하는 건 죽음을 재촉하는 일이라며 조심할 것을 여러 번 반복해서 경고하고 있다. 아니 젊었을 때 마저도 ‘아이를 만드는 데도 오히려 아껴야 할 것을, 하물며 공연히 버릴손가”라며 조심하라고 경계한다. 아이를 만드는 데 마저도 아끼라니? 표현이 너무 노골적이고 강조하는 강도가 너무 세어서 놀라게 된다. 부득이 아이 만들 때가 아니면 젊은이 조차도 절제하라는 말 아닌가? 동서양의 견해가 너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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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은 성을 어떻게 보길래 이처럼 젊은 시절부터 성을 경계시키는 걸까? 동의보감에선 몸의 근본을 이루는 것을 ’정(精)‘으로 본다. 한자의 부수에 보이듯 그것은 곡식에서 얻어지는 물질적 에너지다. “정(精)은 몸의 근본이 된다….오곡(五穀)의 진액이 화합하여 지고(脂膏)가 되는데 이것이 속으로 들어가서는 뼈속에 스며들고 위로 올라가서는 뇌수(腦髓)를 보익해주며 아래로 흘러가서는 음부에 흘러든다.” 오곡의 엑기스인 오곡의 진액들이 합해져서 뼈속 골수와 뇌를 이루고 생식기 안을 채우고 있다는 것. 이 중에서도 음부인 생식기 안으로 흘러든 정,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남자의 경우 정액이 문제가 된다. 이를 허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액을 남자는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동의보감은 자세하게 알려준다. “사람의 정은 가장 귀중하면서 양이 아주 적다. 사람 몸에는 정이 보통 1되 6홉이 있는데 이것은 남자가 16세 경 아직 정액을 내보내기 전의 수량으로 무게는 1근이 된다. 정액이 쌓여서 그득차게 되면 3되에 이르지만 허손되거나 내보내서 줄어들면 1되도 못된다….한 번 교합하면 반 홉 가량 잃는 바 잃기만 하고 보태주지 않으면 정이 고갈되고 몸이 피곤해진다.”

이처럼 숫자로 양과 무게, 잃어버리는 양까지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은 헛되이 쓰지 말고 잘 간수하라는 뜻이다. 그러지 못 했을 때 온갖 병이 벌떼처럼 일어난다고 하며 그 처참한 병들을 또 자세히 알려준다. 위의 사례도 그 중 하나이다. 특히 60세가 넘은 사람이 그것도 이질을 앓으면서 방사를 했으니 눈, 땀구멍, 목구멍등 모든 구규의 진액이 모두 말라버려 극도로 허약해진 상태이다.

yoda-adaman-8wuOLdN77A4-unsplash특히 60세가 넘은 사람이 그것도 이질을 앓으면서 방사를 했으니 눈, 땀구멍, 목구멍등 모든 구규의 진액이 모두 말라버려 극도로 허약해진 상태이다.

남자들은 정액을 가졌기 때문 이 양기(陽氣)를 쓰고 싶은 욕망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생명의 원천이고 몸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똑같은 이유 때문에 그 욕망을 절제하지 않으면 안된다. 소중히 간직하지 않으면 건강한 생명을 태어나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절제하게 하기 위햐여 병으로 방어벽을 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인류가 후손들을 계속 생산하면서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욕망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남자들의 몸과 인생을 좌우해왔다. 요즘 뉴스에서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성 스캔들로 도중하차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뉴스에서는 몸이나 건강의 문제로 보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그 나이에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정신을 집중하여 사회적인 일을 해결하기에는 힘이 딸릴 것이다. 양기가 강하기만 하고 잘 간직되지 못하면 음기가 결국 끊어진다음기가 고르고 양기가 잘 간직되어야 정신이 온전해진다.’(위의 책, 232) 동양에선 예로부터 치국, 평천하의 조건으로 우선 수신을 꼽았는데 여기엔 정액을 갈무리하는 것도 포함되었으리라 본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신의 수양이라는 것이 아예 불가하다. 그리스에서도 정치하는 귀족들 사이에서는 자기 양생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경시하고 자격미달자로 보았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서두의 목차인 ‘정기신’ 에서부터 뒤의 ‘잡병편’에 이르기 까지 시종일관 이 욕망의 절제를 강조하고 있다. 이것만 해결되면 다 된다는 듯이. 모든 병에 성이 관련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방대한 분량 중에서 딱 하나만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이것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동의보감이 인용하고 있는 수 많은 문헌들은 다 남자들이 쓴 의서들이다. 남자들 스스로가 이렇게 썼다는 것은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들을 정확히 알았다는 뜻.

ben-hershey-8-fHqPCNy4c-unsplash남자들 스스로가 이렇게 썼다는 것은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들을 정확히 알았다는 뜻.

그들은 구체적인 해결 테크닉까지도 내놓고 있다. ()을 단련하는 비결은 반드시 자시(子時)에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앉아서 두 손을 마주하여 뜨겁게 비벼서 한 손으로 외신(外腎)을 감싸 쥐고한 손으로는 배꼽을 덮은 다음 정신을 내신(內腎)에 집중시킨다오랫동안 계속하여 연습하면 정()이 왕성해진다.”(위의 책, 234정액을 관장하는 신체의 기관은 신장이다. 자시에 일어나 앉아 자신의 내외 생식기를 다스리는 모습. 결코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이를 성인들이 지킨 도’(위의 책, 232)라고 했나 보다.

더불어 지켜야 할 것이 음식이다. “오직 담담한 맛을 가진 음식물이라야 정을 보할 수 있다. …오곡의 맛은 정을 잘 길러줄 수 있다. 대개 죽이나 밥이 거의 끓어갈 무렵에 가운데에 걸쭉한 밥물이 모이는데 이것은 쌀의 정액이 모인 것이다. 이것을 먹으면 정을 가장 잘 생기게 한다. 먹어보면 효험이 있을 것이다.”(234쪽) 밥물이 모이는 것을 정액에 비유하다니, 동의보감은 정에 관해서 이처럼 유독 구체적이다. 얼마나 우리에게 그 심각함을 알리려 애쓰는지 허준의 마음이 전해져 온다. 담담한 맛의 곡식을 주로 먹어야 마음도 몸도 그렇게 된다는 것. 요즘 연일 터지는 성에 관련한 사고들이 육식과 단 것과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들 식생활과 관련되지 않나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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