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은 앞으로 한 달 동안 제일 가깝게 지낼 사람들이다. 나는 이 사람들에게 주역점을 쳐주고 싶었다. 사실 훈련소를 들어가기 전부터 한 생각이었다. 그래서 정이천 선생님이 해석한 주역 책과 산가지를 들고 갔다. 우리 분대원들에게 주역에 대해 설명을 해주니 몇몇이 관심을 보였고 그들을 점 쳐줬다. 한 동기의 질문은 어떤 프로젝트의 리더를 맡았는데 이번에 신입이 세 명이나 들어왔다고 했다. 근데 공익 근무를 하면서 잘 이끌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했다. 내가 잘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 걱정은 금방 사라졌다. 질문과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괘에 효사가 나온 것이다! 내 나름대로 막힘없이 해석을 할 수 있었고 이런 모습을 본 동기는 감탄하며 나를 보고 대단하다고 비행기를 태워줬다. 이 동기 말고도 다른 동기들의 점을 칠 때마다 질문에 적중하는 괘가 나왔고 그럴듯한 해석이 가능하니깐 점점 ‘나 주역에 재능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흥분됐다. 나의 콧대는 하늘을 찔렀다.
그 뒤에 훈련소를 갔다 와서 점쳐준 이야기를 의기양양하게 글을 썼다. 당연히 칭찬을 받을 줄 알고 썼지만 나에게 돌아온 것은 창희쌤의 엄청난 피드백이었다. ‘이런 태도로 공부를 하면 사이비도사가 되기 십상이다. 네가 알고 있는 걸 과시하려는 이런 태도로는 주역으로 글을 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감이당에서도 공부를 계속하기 어렵다.’ 철렁! 심장은 내려앉았고 뒤통수에 망치를 맞은 기분이었다. 가슴은 두근두근 거리고 머릿속은 너무나도 복잡해졌다. ‘창희쌤 많이 화나셨나? 어떡하지?’ ‘내가 이런 마음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단 말이야?’ ‘이러다가 여기서 쫓겨나나?’ 등 온갖 상상을 다 했다. 내가 잘했다고 생각했던 일들은 창희쌤 입장에서는 내가 엄청난 만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이 마음을 가지기 시작한 시점으로 돌아가서 나 자신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심정이 매우 복잡해졌는데 창희쌤이 택뢰수 괘로 마음을 한번 돌아보라고 하셨다. 택뢰수 괘는 뒤따름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처음에는 나의 만행과 무슨 연관이 있나 싶었다. 하지만 조금 깊게 파고 들어가 보니 아주 큰 연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