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은 환자가 젊은 궁녀라는 점과 간경맥의 이상, 더웠다 추웠다 하며 허리와 등이 아픈 증상을 연결시켰다. 젊은 여자가 허리와 등이 아플 때는 신장에 문제가 있을 때다. 신장은 허리 뒤 등뼈에 붙어 있다. 여자에게 있어서 신장은 자궁의 낙맥과 연결되어 있다. ‘자궁의 낙맥이 신에 연결되어 있어, 몸이 차지면 피가 유통되지 못하고 자궁이 낙맥이 막히게 되고 월경이 통하지 않게 되며, 따라서 신장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사기』, 「편작창공열전」, 712쪽, 주167, 까치)그러니까 이것은 자궁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 여자에게 몸의 이상은 반드시 월경으로 나타난다. ‘몸속이 차져서 월경이 통하지 않는 것’(같은 책, 712쪽)이라고 창공은 말한다.
간경맥은 음의 경맥이다. 그리고 간은 용기를 주관한다. 여성은 ‘음기의 결집체’이다. 간경맥에 이상이 생겼는데 그렇다면 이 궁녀는 무엇을 용기있게 하지 못했을까? 창공의 말대로 남자를 얻고자 하나 못했다. 궁녀라는 신분 때문이다. 촌구맥이 활시위같이 팽팽한(弦) 것은 ‘간기(肝氣)가 맺히고 신(腎)에서 나오는 열이 왕성한 맥으로서, 마음속에 감추어진 일이 있으나 그것을 오랫동안 이루지 못하였을 때 생긴다.”(위의 책 712쪽, 주167) 짝을 찾고 싶은 성적 욕구를 오래 참다보니 생긴 병이라는 것. 남녀가 음양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니 기운이 화평하지 못하고 더웠다 추웠다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옛날 어른들이 젊은 여자들이 아프면 ‘시집가면 낫는다.’ 혹은 ’시집가서 애 하나 나면 낫는다‘라고 했었는데 그와 똑 같은 말이 아닌가? 그렇다면 남녀가 짝을 찾아 몸을 섞는 것은 자연스런 이치이다. 하늘이 내린 본성이다. 『동의보감』에선 그 나이까지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