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오온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는 모든 생명이 같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오온이 어떻게 발달되어 있느냐는 천차만별이다. 인간과 타 동물은 같은 물질(色)로 이루어져 있더라도 느낌, 생각, 의지, 인식의 발달 정도는 너무나 다르다. 대체로 인간의 정신은 타 동물보다 더 발달되어 있고, 동물은 식물보다는 더 발달되어 있다(고 추측된다). 오온 발달의 차이는 각 생명이 존재하는 방식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감각(受)이 생각(想)이나 의지(行)보다 발달한 생명의 경우엔 주변 환경에 대한 감각적 인식은 빠르지만 그 환경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선 잘 모른다. 반대로 생각(想)이나 의지(行)가 더 발달한 생명의 경우엔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한 감각적 인식은 느리지만 변화의 의미에 대해선 더 잘 알 수가 있다. 그러니 오온 중 무엇이 더 발달했느냐에 따라 삶의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정신은 대체로 뇌의 활동이라고 한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동물은 뇌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뇌는 사회성이 발달한 동물일수록 더 크게 진화했다. “먼 옛날 바다 속 작은 해면동물로부터 우리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른 구성원들과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수록 생존에 유리하였기 때문이다. 감히 주장하건대 지난 1억 5천만 년의 동물 진화 역사에서 사회성의 발달은 뇌의 진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포유류와 새들은 새끼를 돌보며, 많은 경우 평생, 또는 생의 특정 기간 동안 짝을 지어 살아”가므로 “더 나은 짝을 고르고, 음식을 나누며 새끼를 돌보는 일의 ‘계산된 요구’에 의해 포유류와 조류의 신경 정보 처리 능력이 더욱 많이 요구되었다.” 약 8,000만 년 전에 처음 출연한 영장류는 다른 동물에 비해 더 큰 사회성을 가졌다는 특징이 있는데, “사회적인 스킬이 더 좋은 개체가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다”라는 진화적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성이 발달한 영장류는 두뇌 피질이 더욱 잘 발달”하였으며, 특히 “약 260만 년 전에 원시 인류는 석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그 이후 뇌는 세 배로 커졌”고, “확장된 뇌의 기능은 대부분 사회적·정서적·언어적, 그리고 개념 처리에 할애되었다.”(『붓다 브레인』 릭 핸슨, 리처드 멘디우스 지음)
여기서, 현생 인류의 확장된 뇌는 신경 정보 처리 능력의 향상과 사회적, 정서적, 언어적 그리고 개념 처리에 사용된다는 것은, 오온(五蘊)으로 보면, 진화과정에서 타 동물들보다 느낌(受), 생각(想), 의지(行) 그리고 인식(識)의 영역이 전폭적으로 활성화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는 물질적(色)으로는 다른 동물에 비해 크게 나은 점이 없지만, 정신의 영역에서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 인간은 사자처럼 빠르게 달리며 사냥할 수도 없고, 원숭이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뛰어다닐 수도 없으며, 독수리처럼 하늘을 날수도, 물고기처럼 물속을 헤엄칠 수도 없다. 단지 느리게 걸으며, 무리를 이루고, 도구를 사용한다. 그리고 수많은 생각을 하며, 말을 주고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