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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주역 2] 정성에 소박한 마음 더하기, 자용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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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1-02-07 09:30 조회1,4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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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에 소박한 마음 더하기, 자용백모

 
송형진(감이당)

澤風 大過   

 

大過利有攸往.

대과괘는 들보기둥이 휘어지는 것이니 나아갈 바를 두는 것이 이롭고 형통하다.

初六藉用白茅无咎.

초육효흰 띠풀을 써서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게 깔개를 만들었으니 허물이 없다.

九二枯楊生稊老夫得其女妻无不利.

구이효, 마른 버드나무에 움이 터 나온다. 늙은 사내가 젊은 아내를 얻는 것이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九三棟橈.

구삼효, 들보기둥이 휘어지는 것이니 흉하다.

九四棟隆有它.

구사효, 들보기둥이 솟아올라 길하지만 다른 마음을 가지면 부끄러울 것이다.

九五枯楊生華老婦得其士夫无咎无譽.

구오효, 마른 버드나무에 꽃이 핀다. 늙은 부인이 젊은 사내를 얻는 것이니 허물은 없지만 영예도 없다.

上六過涉滅頂无咎.

상육효, 과감하게 강을 건너다가 정수리가 잠겼으니 흉하며 원망할 데가 없다.

2021년. 신축년의 새해가 시작되었다. 해가 바뀌면서 새로운 환경과 조건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이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나의 두 자식들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큰아이는 이제 학교를 졸업하고, 학생이 아닌 사회인이 되는 신분의 변화를 겪게 된다. 아마도 당분간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기 위해서 분투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작은아이는 청소년에서 성인이 되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 대학에 들어갈 예정이다. 돌아오는 설을 맞이해서 새로운 시작을 앞둔 그들에게 새해의 덕담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관점에서 덕담이 아니라 아빠의 잔소리쯤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덕담과 잔소리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는 방향에서 나름 준비를 해보려고 한다. 어떤 덕담이 어울릴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고민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때마침 공부하고 있던 택풍대과(澤風大過)괘의 초효가 눈에 들어왔다.

대과괘의 초효는 “자용백모 무구(藉用白茅 无咎)”, ‘흰띠풀을 깔개로 쓰니 허물이 없다’이다. ‘흰띠풀을 깔개로 쓴다’, 즉 ‘자용백모’는 바깥에서 제사를 지낼 때에 자리를 잘 정돈하고 그 위에 바로 제기(祭器)를 차려 놓아도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깨끗한 띠풀을 구해서 제기를 놓는 깔개로 사용한다는 뜻이다.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제사와 같이 정성을 다해야 하는 일에 주변의 흔하고 깨끗한 물건을 적절하게 잘 활용해서 자신의 정성어린 소박한 마음을 더한다는 메시지로 읽어낼 수 있다. 그런 의미를 살려서 ‘자용백모’를 간략하게 풀어보면 ‘정성스러움에 정성어린 소박한 마음 더하기’라고 할 수 있겠다. 좀 더 명확하게 그 뜻과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대과괘를 한번 들여다보자.

더하기사진‘자용백모’를 간략하게 풀어보면 ‘정성스러움에 정성어린 소박한 마음 더하기’라고 할 수 있겠다.

대과괘는 위가 태(兌,☱)괘이고 연못[澤]을 상징한다. 아래는 손(巽,☴)괘이고 풍(風)을 상징한다. 여기서 풍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람이라는 뜻이 아니고 나무[木]를 뜻한다. 그래서 연못이 나무 위에 있는 모양이다. 이를 두고, “연못이란 나무를 윤택하게 하고 길러주는 것인데 오히려 나무를 침수시키는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큰 것의 과도함이라는 뜻이 된다”(정이천 <주역>, 글항아리, 575쪽)고 한다. 상전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대과괘의 모습을 “연못이 나무를 침수시키려고 한다[澤滅木]”고 풀고 있다. 대과괘의 모양(䷛)을 보면, 초효와 상효는 음효이고, 가운데 네 효는 양효로 양이 과도하다. 괘사에서는 이러한 상을 보고 “들보가 휘어진다[棟橈]”고 풀었다. 양이 가운데 지나치게 많아서 위와 아래가 부드럽고 유순한 음효이기에 들보가 휘어진다는 상으로 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험난하고 위험한 상황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주저앉아 있으라고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괘사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아갈 바를 두는 것이 이롭고 형통하다[利有攸往 亨]”고 한다. 양효인 이효와 오효는 중앙에 자리 잡으면서 음효들과 친하고, 또 맨 아래에 있는 초효가 이들을 공손하게 잘 받들어서 기뻐하며 행하기에 나아가는 것이 이롭고 형통하다고 한 것이다.

침수“연못이란 나무를 윤택하게 하고 길러주는 것인데 오히려 나무를 침수시키는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큰 것의 과도함이라는 뜻이 된다”

또 하나 유의해야 할 대과의 뜻이 있다. 그것은 대과가 우리가 흔히 오해할 수도 있는 ‘이치에서 벗어나는 과도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평상시의 일보다 큰 것을 말할 뿐’(같은 책, 576쪽)이라는 점이다. 대과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크게 지나치다고 느끼게 되지만, 그것이 이치에 지나침 혹은 도의 어긋남이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정이천은 요임금과 순임금이 선양하고, 탕왕과 무왕의 역성혁명을 대과의 사례(같은 책, 576쪽)로 들고 있다. 최근에 우리가 경험했던 촛불혁명도 그와 같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양이 과도한 대과의 시기는 평상시에 잘 볼 수 없는 큰일들이 벌어지는 때라고 한다면, 삶에서도 이러한 대과의 시기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앞에서 언급한 나의 아이들이 처한 상황이다. 큰아이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 이제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하는 숙제가 생기게 된다. 또한 작은아이는 청소년에서 성인이 되면서 이제 자기 삶의 방향과 비전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일이 놓여지게 된다. 이처럼 그들은 이제까지 삶에서 겪어보지 못했던 큰 과제들과 마주치면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삶에서의 대과의 시기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대과의 시기를 시작하는 그들에게 잘 견디면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뜻에서 ‘정성에 소박한 마음을 더하기’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는 ‘자용백모’라는 글귀를 새해의 덕담으로 건네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그들은 이제까지 삶에서 겪어보지 못했던 큰 과제들과 마주치면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삶에서의 대과의 시기라고 말할 수 있겠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는데 한 가지 고민이 더되었다. 덕담을 건네고 나면 아이들이 되물어올 것 같다. ‘삶에서 정성스러움에 정성어린 소박한 마음을 더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요?’라고 말이다. 뭐라고 답변을 해줘야 할까.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던져 보았다.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덕담을 하면서 앞으로 함께 생각해보자는 말로 대신해야 할 듯하지만, 나름 한번 풀어 보았다. 질문을 2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첫째, 삶에서 정성스러움, 정성스러운 삶이란 무엇인가. 둘째, 정성이 담긴 소박한 마음이란 무엇인가. 우선 ‘정성스러운 삶’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기본적인 자세와 태도의 문제이다. 좋은 신발을 만들어내는 장인들이 많이 있지만 자기 발에 꼭 맞는 좋은 신발을 아는 것은 자신뿐인 것처럼, 훌륭한 삶에 대해서 얘기하는 많은 성인들이 있지만 자신에게 맞는 훌륭하고 고귀한 삶을 만들어가고 살아가는 것은 자신이다. 누구의 삶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려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가치관, 인생관을 정립하고 그리고 삶에서 필요한 능력과 소양을 길러야 한다. 이것이 정성스러운 삶이다.

대과의 시기에서는 이러한 기본적인 삶의 자세와 태도에 정성이 담긴 소박한 마음이 더해져야 한다. 그렇다면 정성스러움 삶에 더해져야 하는 ‘정성이 담긴 소박한 마음’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 힌트는 단전(彖傳)에서 말하고 있는 ‘공손하면서 기쁘게 행한다[巽而說行]’는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제사를 지낼 때 깨끗한 띠풀을 깔개로 쓰는 것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다. 주변의 흔하고 깨끗한 물건을 잘 활용해서 자기의 마음을 다할 뿐인 움직임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의무감이나 사명감이 아니라 그저 정성을 다하겠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신의 기쁨에 바탕을 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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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과의 시기를 시작해야 하는 사람은 그래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대과의 시기를 맞이해서 겸손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자 해야 하고, 거기에 기쁨에서 우러나오는 소박한 실천이 더해져야 한다. 그것은 그 누구의 명령도 아니고 그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며 그 누구에게 아부와 아첨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만 하는 일이 좋아서 즐거워서 자신에게 기쁨을 주기 때문에 행하는 실천인 것이다. 그것이 정성스러운 삶에 정성어린 소박한 마음을 더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허물없이 지낼 수 있으리라는 것이 대과괘 초효가 알려주는 가르침이다. 돌아오는 설에는 세뱃돈과 함께 이러한 마음을 담은 덕담의 글귀를 나의 자식들에게 주려고 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앞둔 다른 모든 이들에게도 이 글귀를 선물로 보내고 싶다. 자용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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