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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지성 금강경을 만나다] 세상에 부처가 출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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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1-03-11 19:03 조회1,5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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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부처가 출현하다

 

 

 

 

이여민(감이당)

금강경을 다시 만나면서 내가 불교 공부를 하게 된 첫 지점이 생각났다. ‘살면서 마주치는 인생의 괴로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인생 중반에 만난 이 질문이 나를 불교 공부로 이끌었다. 이는 해탈의 길을 제시한 부처님의 생애와 그로 인해 탄생한 불교의 역사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출가 전 부처님은 인도의 작은 도시 국가 중 하나인 카필라국의 왕자였던 고타마 싯다르타(Gotama Siddhrtha)였다. 12살에 싯다르타는 농경제에 참석하여 편안하게 웃고 즐기는 자신과 다르게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힘겹게 밭을 가는 농부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모든 인간이 자신처럼 안락하거나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농부는 밭을 가는 소를 마구 때렸고 소는 구슬피 울면서 쟁기로 흙을 팠다. 그러자 흙 속에 지렁이 같은 벌레가 꿈틀거렸고 하늘에서 새들이 날아와 그 벌레를 서로 잡아먹겠다고 싸움을 벌였다. 싯다르타는 눈앞에서 서로 먹고 먹히는 새와 벌레의 관계를 보고 의문을 품었다. ‘왜 자연에서 하나는 살고 하나는 죽어야 하지?’ 자비심 많은 싯다르타는 이 모습에 전율을 느꼈다. 싯다르타는 농부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습니까?” 그러자 농부는 대답했다. “곡식을 거두어서 국왕에게 세를 바치기 위해서입니다.” 처음에 싯다르타는 농부와 소, 새의 고통이 자신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대답을 듣고 이들의 고통에 자신의 안락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12살인 싯다르타의 놀라운 통찰력과 공감 능력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다. 곧 싯다르타는 ‘어떻게 하면 모두가 함께 괴로움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마음에 품고 잠부나무 아래서 깊은 명상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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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는 왕궁의 쾌락적인 삶과 훌륭한 왕이 되는 것으로 이 질문의 해답을 얻을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결국 그는 29세에 편안하고 안락한 왕궁을 떠나 구도의 길에 나선다. 나는 세속적인 삶의 최고 위치에서 출가한 왕자의 행동을 보고 궁금했다. 지금 내가 누리는 행복보다 더 나은 것이 과연 무엇일까?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었다. 의과대학의 힘든 모든 과정을 끝내고 개업을 한 뒤 나는 의대에 바친 내 청춘을 돌려 달라는 듯이 열심히 놀았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했었다. 그런데 허무한 중년에 불교를 만나자 새로운 공부에 대한 호기심이 삶에 생기를 주었다. 부처님이 괴로움을 없앨 수 있는 방법까지 가르쳐 주신다니 더욱더 마음이 끌렸던 것이다.

싯다르타는 출가 후 처음 만난 두 스승, 알라라 칼라마와 웃다카 라마풋타를 통해 선정(禪定)의 높은 경지를 체득했다. 두 스승이 교단을 같이 이끌자고 제의했지만 싯다르타는 그곳을 떠났다. 왜냐하면 선정의 상태에서는 정신이 집중되어 욕망이 소멸된 것처럼 보이지만 선정이 풀린 일상생활에서는 다시 욕망 때문에 괴로웠기 때문이다. 삶의 궁극적 고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리고 개인적인 선정이 중생의 괴로움을 구해주는 방편이 될 수도 없었다. 나 같으면 세속적 괴로움을 잊게 하는 더 좋은 상태, 선정의 기쁨을 맞보았다면 그곳에 집착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이 세계의 실상, 즉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괴로움에서 모든 중생이 벗어나기를 바라셨기에 과감히 이 방법은 아니라고 떠나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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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싯다르타가 선택한 것은 자이나교의 고행주의였다. 당시 자이나교에서는 인간은 정신과 육체로 되어 있는데 육체적 업이 정신을 구속하여 현실적 괴로움을 겪는다고 보았다. 자이나교는 업을 소멸시키고 새로운 업의 유입을 막고자 하는 수행 방법이 고행이었다. 싯다르타는 6년간 씻지도 않고 하루에 쌀 한 톨만 먹으며 목숨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까지 지독한 고행을 하였다. ‘경전에 보면 싯다르타는 오랜 고행으로 뱃가죽이 등뼈에 달라붙었고, 대소변을 보려고 하면 머리가 땅에 꼬꾸라졌다고 한다. 손으로 사지를 문지르면 뿌리가 썩은 털들이 몸에서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과거 어떤 수행자도 흉내 내지 못할 가장 지독하고 극심한 고행을 했지만 싯다르타는 깨닫지 못했다.

이때 그는 12세 농경제에서 농부, 소, 벌레들의 괴로움을 보고 일체중생을 구제하고자 잠부나무 밑에서 한 명상이 생각났다. 싯다르타는 고행이나 선정이 목적이 되어버린 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행을 이어가기로 한다. 이때 천신들이 나타나 음식을 공양하고 옷을 드리고자 하지만 그는 모두 거절한다. 진정한 깨달음의 길이 중생의 삶과 유리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싯다르타는 고행으로 쇠약해진 몸을 회복하고자 수자타라는 여인이 공양한 우유죽을 먹는다. 그리고 분소의(시체를 쌓은 옷)를 입고 길상이라 불리는 풀로 방석을 만들어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명상에 든다. 이렇게 하여 싯다르타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도(中道)와 사성제(四聖諦), 십이연기(十二緣起)를 깨닫게 된다. 그의 나이 35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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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깨달아 부처가 된 싯다르타는 진리의 법을 사람들과 나누고자 우루벨라에서 꼬박 7일을 걸어서 바라나시에 갔다. 그곳에는 고행을 같이 했던 다섯 수행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부처님에게 감동받아 눈물이 나왔다. 생각해 보라. 지금 부처님은 6년간의 고행 끝에 우유죽을 조금 먹고 아주 쇠약해진 상태이다. 깨달았지만 몸은 극도로 힘든 상태라는 말이다. 흔히 깨달으면 특별한 능력이 생겨 그 힘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부처님은 전혀 그러지 않으셨다. 법을 펼치고자 다섯 수행자를 신통으로 부르시지도 않으셨고, 초능력으로 그들이 있는 곳까지 날아가지도 않으셨다. 오로지 자신의 두 발로 걸어가셨다. 이 고귀한 진리를 나누고자 하는 지극한 마음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섯 수행자는 싯다르타가 고행을 그만두었다고 욕하면서 떠나갔다. 하지만 부처님은 그 수행자들에게 깨달음을 펼치기 위해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으셨던 것이다. 이 다섯 수행자는 이렇게 찾아오시는 부처를 먼발치에서 보고 그를 무시하기로 결의한다. 그러나 부처님이 점점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의 거룩한 모습에 자신들도 모르게 감동하게 된다. 결국 다섯 수행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buddhist-737275_640오로지 자신의 두 발로 걸어가셨다. 이 고귀한 진리를 나누고자 하는 지극한 마음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가르침을 초전법륜(初轉法輪)이라고 한다. 부처님은 수행자는 쾌락과 고행, 양쪽에 빠지지 않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의 길을 가야 한다고 설하셨다. 부처님이 고행의 길을 미리 가주셔서 우리는 그만큼의 고통을 겪지 않아도 이 길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태어났지만 먹고 먹히면서 살아가다가 늙고 병들어 죽어야만 하는 모든 생명체의 고통(苦)을 관찰하신 후, 그 고통의 원인(集)이 갈애임을 발견하셨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경지(滅)를 체득하셨고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道)을 가르치셨다. 이를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란 뜻에서 사성제(四聖諦)라고 부른다.’ 또 부처님은 ‘모든 현상들이 조건 따라 일어나고 조건 따라 사라진다.’라고 설하셨다. 조건에 따라 일어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 것이 십이연기(十二緣起)이다. 이렇게 모든 현상이 조건에 따라 생멸한다는 것은 무상(無常)하고 실체가 없다는 말이다. 즉 무아(無我)의 지혜를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설법에 다섯 수행자 중 한 명인 교진여(憍陳如)가 가장 먼저 깨닫고 나머지 네 명도 차례로 깨달음을 얻었다. 부처님은 다섯 수행자를 깨달음의 경지에 들게 함으로써 자신이 가르쳐준 방법이 옳음을 증명하였다. 이로써 부처가 된 것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

‘스스로 깨달은 자, 부처’가 된 고타마 존자는 이후 45년간 인도 전역을 걸어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의 처음과 끝인 ‘중도(中道)’와 ‘사성제(四聖諦’), ‘십이연기(十二緣起)’였다. 심지어 부처님은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수행의 기준에 대해 묻는 120세의 수바드라에게 대답을 해 주시고 가르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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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대 성인 중 한 명인 인류의 영적 스승으로서의 부처님의 이미지는 대단하다. 불교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엄청난 업적과 대단한 공과 화려한 스펙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처님의 생애는 아주 단순하다. 부처님은 중생들에게 중도(中道) 수행을 통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알려 주셨다. 그리고 세상 만물은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緣起)’를 설파하는 일을 하셨다. 평생 하셨던 일이 사람들을 깨달음의 길로 인도함이었다. 이것이 제일 핵심적인 것이다. 부처님은 우주 만물의 진리를 스스로 깨치시고 인류가 가야 할 영적 비전을 알려주셨다. 나는 부처님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말씀들을 모아놓은 것을 근본불교(根本佛敎)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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