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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탄자 타고 천일야화로] 신드바드의 다이아몬드, 얻고 나누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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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1-07-24 00:19 조회5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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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드바드의 다이아몬드, 얻고 나누는 비밀
김희진(감이당)

지리가 모든 걸 결정한다

우리가 읽고 있는 천일야화의 지리적 배경은 중동이다. 알다시피 중동은 사막이 많다. 구글로 지도를 볼 때 지형으로 보는 옵션을 선택해서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는데, 유럽과 러시아는 온통 초록색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카스피해를 기준으로 그 오른쪽(00스탄들)과 아래쪽(이란, 이라크)은 전부 허연색이다. 거기에 이어진 사우디아라비아와 북아프리카까지, 또 히말라야 산맥 너머의 티벳과 몽골까지 모두 허옇다. 지도만 보면 여기서 과연 사람이 살 수 있을까라고 의구심이 들지만, 여기가 전부 사막인 것은 아니다. 엄연히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 사이의 비옥한 지대에서 최초의 문명이 탄생했고, 고대의 가장 강력한 제국 역시 이곳을 중심으로 팽창했다. 게다가 천일야화는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채워져있는가? 오히려 숲이나 산이 없는 초원은 목축을 하기 적당하고, 물만 잘 댄다면 별도의 개간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으니 더 풍요로울 수 있다.

천일야화의 많은 이야기에 황량한 사막에서 헤매는 경우는 가끔 나올 뿐, 사건이 벌어지는 곳은 항상 마을과 왕궁과 시장이다. 그렇다면 이들 이야기가 다른 지역의 이야기와 다른 점은 뭘까?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으니까, 각 문명의 신화와 민담엔 비슷한 상징이 출현하고 비슷한 교훈이 도출되는 것일까? 오, 천만의 말씀이다. 천일야화는 펴는 순간부터 양탄자를 타고 페르시아를 여행하는 듯 우리에게 낯선 놀라움을 선사한다. 이야기의 전개는 예측불가이며, 인물들은 독특한 사회적 기준과 연애의 정서를 갖고 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팔 때, 이성을 보고 첫 눈에 반했을 때, 재물을 잃었을 때 등등, 그들은 우리 생각과 정말 너무 다르게 행동한다.

alexander-schimmeck-2zJhA9RSkys-unsplash천일야화의 많은 이야기에 황량한 사막에서 헤매는 경우는 가끔 나올 뿐, 사건이 벌어지는 곳은 항상 마을과 왕궁과 시장이다.

우리의 행동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행동규범은 문화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건 사는 곳이 다르기 때문이다. 천일야화의 사람들이 사는 곳은 물이 풍부한 강가와 오아시스 주변에 세워진 도시다. 사막과 황무지는 그들이 매일 대면하는 곳은 아니지만, 그들은 언제나 사막을 생각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여행자가 거쳐 온 곳, 남편이 떠난 곳, 위험이 닥쳐오는 곳… 그들은 매일 그곳을 생각한다. 지리적 특성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점유하는 것이다. 사는 곳에 따라 피부색이 다르듯, 지리는 인간의 삶에 근본적이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초의 문명부터 현대의 화려한 문화까지 지리의 산물이 아닌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괴물과 보석이 있는 미지의 땅

천일야화 에피소드에서 중동의 지리적 특성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이야기는 <바다 사나이 신드바드 이야기>다. 흔히 ‘신밧드의 모험’으로 알려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다. 그가 젊은 시절부터 겪어온 일곱 번의 모험을 자기 집에 초대한 손님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이다.

신드바드가 바다 사나이라고는 하지만, 바다는 그가 풍랑을 만나 뜻밖의 땅으로 표류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뿐, 바다에서의 이야기는 거의 안 나온다. 바다는 그를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이나 황량한 벌판으로 데려다 놓는 통로일 뿐이다. 마치 ‘도로시의 돌풍’처럼 말이다. 신드바드는 장사를 목적으로 배를 탄다. 배는 페르시아만으로 나아갔으니, 오른쪽엔 아라비아반도, 왼쪽엔 페르시아 해안이다. 만을 빠져나가면 인도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대체 어찌된 일인지 그는 배만 탔다하면 풍랑을 만나거나 해적을 만난다. 표류하다가 도착하는 곳은 언제나 괴물이 득시글거리고 해괴한 풍습을 가진 소왕국이나 부족국가다. 그가 표류한 곳은 페르시아만의 어디쯤일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가 두 번째 모험에서 표류한 곳에는 전설의 새 ‘로크’가 나온다. 그는 거대한 로크의 다리에 자기 몸을 묶어 무인도를 탈출하려 했지만, 새는 그를 더 절망적인 깜깜절벽으로 데려다놓고 말았다.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없는 가파른 골짜기에서 그는 놀랍게도 주먹만한 다이아몬드가 널려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골짜기엔 가끔씩 다이아몬드를 주워가려는 사람들이 무리지어 오는데, 그들은 험준한 골짜기로 내려가지는 못하기 때문에 절묘한 방법을 사용해 보석을 채취한다. 고깃덩어리를 굴려 떨어뜨리면 거기에 다이아몬드가 박힐 것이고, 독수리가 그걸 채서 둥지의 새끼에게 가져다주면 그 둥지 옆에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고깃덩이를 빼앗아 다이아몬드를 수확하는 것이다.

다이아몬드가 굴러다니는 산이라니! 그런데 천일야화의 이야기에는 유난히 보석이 많이 나온다. ‘열려라 참깨!’ 하면 동굴을 가득 채운 보석 무더기가 있고, 아름다운 여인들은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옷에 보석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아마도 이런 과장된 묘사들엔 유럽인들이 중동을 보는 환상적인 기대가 투영되어 있을 것이다. <알라딘>에 나오는 궁전도 모두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는데, 알라딘이 왕보다 많은 보석을 갖고 있다는 것을 궁전을 꾸민 보석장식으로 은근히 드러내기도 한다.

신의 가호로 얻은 재물, 신의 가호로 나누기

재미있는 것은 이 이야기들 속에 중동의 지리적 특징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4대 문명이라 부르는 문명의 발상지는 그 문명들의 규모가 크고 유적이 보존되어 있기에 우리가 알고 있을 뿐, 우리가 모르는 문명도 많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의 비옥한 땅에서 발원했고, 온화한 기후로 농경이 발달했다. 하지만, 그 옆에 이란고원에서 발원한 ‘엘람 문명’이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곳에 건설된 엘람왕국은 거대한 ‘초가잔빌’이라는 지구라트 유적을 남길 정도로 번성했던 왕국인데, 엘람왕국은 메소포타미아 왕국에서 농작물을 들여오고, 광물과 지하자원을 수출했다. 이란 및 중동지역은 현재도 광물자원이 넘쳐난다. 중동하면 떠오르는 건? 석유! 다이아몬드와 석유는 모두 탄소로 이루어진 지하자원이다. 예나 지금이나 굉장한 부자 나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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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드바드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자기가 이룬 부가 결코 남들의 시샘을 받을 수 없는, 피와 땀으로 일군 것임을 설파한다. 아무리 여기저기 널려있는 보석이라 해도, 이것을 발견하는 것은 하늘에서 준 행운이며, 이 행운은 목숨을 내놓고 도전한 항해를 통해서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신드바드에게 초청되어 얘기를 듣는 청자인 힌드바드는 날품팔이로 연명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초라한 운명이 신드바드의 화려한 운명에 비해 너무 불공평하다고 투덜대었기 때문에 이곳에 초청되서 그의 모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페르시아는 실크로드가 지나는 길목이다. 상인의 무리는 부를 몰고 지나가는 재화의 물줄기였다. 하지만 상인이 된다는 건 바다와 사막을 건너가야만 하는 것이다. 안락한 도시를 떠나는 순간, 그들을 기다리는 건 바다의 풍랑과 암초, 사막의 뜨거움과 강도들이다. 그곳을 지나가며 목숨을 부지한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밖에는 표현 할 수가 없다. 신의 가호가 행운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남은 상인들은 신의 뜻대로 자신의 부를 아낌없이 나눈다. 그래서 신드바다는 힌드바드에게 얘기를 들어주는 대가로 매일 백 세켕씩을 준다.

사회복지라는 개념이 없고, 동북아의 농민들처럼 세금으로 농작물을 꼬박꼬박 내지 않는 아라비아의 상인들이 부자가 되었을 때, 자신의 부를 가난한 사람과 나누는 방법은 그저 마음 내키는대로 나눠주는 것 뿐이다. 상인들이 도전과 행운이라는 두 관문을 통해서 부를 얻기 때문에, 그 부를 얻어가는 다른 사람들도 도전과 행운을 통해서 그 부를 공유할 수 있다. 그래서 천일야화의 이야기에서 사람들이 부자들을 시샘하거나 원망하는 경우는 드물 뿐 아니라, 부자와 악덕이 병치되지도 않는다. 가난한 자들은 운좋게 부자들과 엮이게 되면 자신들의 재치를 마음껏 뽐내기도 하고, 구구절절한 사연을 풀어 동정심을 유발해서 부자들의 지갑을 연다. 이야기 속에서 보석과 금화를 마구 뿌려대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물신주의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들의 지리적 특성과 문화를 이해하면 서로 다른 문화가 서로 다른 윤리규범을 가지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신드바드 이야기의 마무리는 힌드바드의 축복으로 끝난다. 그는 신드바드가 이 유쾌하고 편안한 삶을 즐길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인정하며, 죽는 날까지 이 복락을 누리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힌드바드는 신드바드의 친구가 되었고, 우정의 이름으로 그의 복락을 나누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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