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코로나가 터졌을 때는 마냥 그 상황이 신기했다. 책이나 영화에서나 보던 전염병이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창궐하다니! 꼭 내가 영화 속 한 등장인물이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초반에 확진자가 한두 명씩 나올 때는 솔직히 불안하지도 실감이 나지도 않았다. 그냥 이러다가 말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1차 대유행을 시작으로 확진자 수가 폭증 하더니 2차, 3차를 거치고 2년째 종식되고 있지 않다. 처음에 확진자 수가 폭증했을 때는 조금 불안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흐르면서 불안감은 없어지고 코로나가 있는지 없는지, 나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 일인 것처럼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택견주역 영상(주역의 내용을 택견으로 표현하는 영상이다.)을 찍기 위해서 중뢰진 괘를 공부했다. 진 괘는 우레가 둘 겹친 모양으로 우리들의 일상을 뒤흔들 만큼 큰 사건이 일어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코로나처럼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는 괘사를 보다가 내가 코로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중뢰진의 괘사에서는 震,亨 震來虩虩, 笑言啞啞(진은 형통하니 우레가 칠 때 편히 여기지 말고 주변을 살핀다면 후에 웃으며 말하면서 편안해질 수 있다.) 이라고 한다. 편히 여기지 말고 주변을 살펴야지 편안해진다고? 애초에 내 머릿속에는 내가 코로나에 걸릴 상황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도 충분히 편안하다. 그런데 괘사대로라면 지금 내가 느끼는 편안함은 진정한 편안함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상황을 편히 여기고 있고 주변을 살피고 있지도 않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