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임금이 아주 특출나고 특별한 존재이기에 외부 조건에 흔들리지 않고 평온하게 지낼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맹자는 순임금이 깊은 산속에 살 때, 산속에서 함께 살고 있던 일반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특별하다면 특별한, 일반 사람들과 다른 인생의 행로를 걷게 한 작은 차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 마디 선한 말을 듣거나 하나의 선한 행위를 보면 곧 그것을 실천했는데, 마치 강물이 막혔다가 터지는 것처럼 기세가 대단해서 그 무엇도 막을 수가 없었다.”(『맹자』 진심 상편 13-16 / 박경환 옮김 / 홍익 출판사 / p386)라는 점이다.
맹자는 순임금이 “강물이 막혔다가 터지는 것처럼” 대단한 기세로 ‘선’을 실천한 인물이라 말한다. 농사를 지을 때도, 깊은 산 속에 살 때도, 천자일 때도 선을 듣고, 선을 보면 강물이 오직 한 방향으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것처럼. 오직 그 길뿐이라는 확신에 찬 채로 선을 실천한 것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조건을 갖추느냐가 아니었다. 그보다 어떤 조건에서든지 선을 실천하는 일이 중요했고, 그 길만이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다르게 말하면 순임금은 선을 실천하며 살겠다는 오직 그 한마음에 집중한 채 살아갔다. 가난한 상황에서 부귀를 욕망하거나, 부귀를 가진 상황에서 더 많은 부귀를 욕망하거나. 두 마음을 가지는 일은 없었다. 부귀와 빈천과 같은 외부 조건은 사실상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안달하거나 동요되는 일이 없던 것이다. 외부 조건은 인연 조건과 운명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그러니 우리가 우리 삶을 돌볼 수 있는 길은 오직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한 본성을 기르는 데에 노력하는 것일 뿐이다. 그럴 때 순임금처럼 외부 조건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