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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맹자를 만나다] 오직 선(善)을 행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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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1-11-20 16:17 조회4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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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선(善)을 행할 뿐!
문빈(남산강학원)

맹자가 말했다.

순임금이 마른 밥을 먹고 야채를 먹을 적에는 마치 그렇게 일생을 마칠 듯했다그러나 천자가 되고 나서 무늬 있는 옷을 입고 거문고를 타며 두 명의 부인이 시중을 들었는데본래부터 그것을 가지고 있었던 듯했다.”

(맹자』 진심 하편 14-16 / 박경환 옮김 홍익 출판사 / p421)

맹자는 순임금의 덕스러움을 이야기한다. 순임금은 “마른 밥을 먹고 야채를 먹을 적에” 즉, 가난하고 빈곤한 생활을 할 적에 “마치 그렇게 일생을 마칠 듯했다.”라고. 또 반대로 그가 막대한 부와 권력을 가진 천자가 되었을 적에는 “본래부터 그것을 가지고 있었던 듯했다.”라고 말이다.

순임금은 가난하다고 해서, 또 부유해졌다고 해서. 어떤 조건과 상황이 그 앞에 주어진다고 해서 마음이 크게 동요되지 않는다. 그는 그에게 주어진 조건에서 “일생을 마칠 듯”, “본래부터” 그랬듯이 평온하게 살았다.

그에 비해 우리는 외부 조건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크게 흔들린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을 거의 누릴 수 없는 상황, 즉 ‘가난’에 처하면 상처와 결핍을 느끼며 빨리 그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기를 바라고. 반대로 생각지도 못한 일확천금이나 권력이 갑자기 쥐어졌을 때 우월감과 자만심에 빠져 마음이 안일해지고 방만해지기 마련이다. 이것은 외부 조건과 상황에 따라 우리 인생이 ‘끌려다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언가에 의해 끌려다니는 이상 우리에게 자유로운 삶은 불가능하다.

순임금처럼 어떤 조건에서도 마음이 동요되지 않고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그것이 자유롭게 사는 길이다. 그렇다면 순임금처럼 궁하면 궁한 대로, 부하면 부한 대로 어떤 조건과 상황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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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임금이 아주 특출나고 특별한 존재이기에 외부 조건에 흔들리지 않고 평온하게 지낼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맹자는 순임금이 깊은 산속에 살 때, 산속에서 함께 살고 있던 일반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특별하다면 특별한, 일반 사람들과 다른 인생의 행로를 걷게 한 작은 차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 마디 선한 말을 듣거나 하나의 선한 행위를 보면 곧 그것을 실천했는데, 마치 강물이 막혔다가 터지는 것처럼 기세가 대단해서 그 무엇도 막을 수가 없었다.”(『맹자』 진심 상편 13-16 / 박경환 옮김 / 홍익 출판사 / p386)라는 점이다.

맹자는 순임금이 “강물이 막혔다가 터지는 것처럼” 대단한 기세로 ‘선’을 실천한 인물이라 말한다. 농사를 지을 때도, 깊은 산 속에 살 때도, 천자일 때도 선을 듣고, 선을 보면 강물이 오직 한 방향으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것처럼. 오직 그 길뿐이라는 확신에 찬 채로 선을 실천한 것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조건을 갖추느냐가 아니었다. 그보다 어떤 조건에서든지 선을 실천하는 일이 중요했고, 그 길만이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다르게 말하면 순임금은 선을 실천하며 살겠다는 오직 그 한마음에 집중한 채 살아갔다. 가난한 상황에서 부귀를 욕망하거나, 부귀를 가진 상황에서 더 많은 부귀를 욕망하거나. 두 마음을 가지는 일은 없었다. 부귀와 빈천과 같은 외부 조건은 사실상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안달하거나 동요되는 일이 없던 것이다. 외부 조건은 인연 조건과 운명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그러니 우리가 우리 삶을 돌볼 수 있는 길은 오직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한 본성을 기르는 데에 노력하는 것일 뿐이다. 그럴 때 순임금처럼 외부 조건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

greg-rakozy-oMpAz-DN-9I-unsplash나와 함께 생활하는 옆 사람에게 공감하고, 천지자연과 교감하고, 우주와 소통할 때. 즉, 형체에 갇힌 ‘나’의 이익을 넘어서 천지 만물에 마음이 가닿을 때. 그때 우리는 크고 넓은 마음을 지닌 ‘나’가 된다.

순임금을 보면서 무엇이 우리를 자유롭게 살아가도록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보통 외부 조건이 잘 갖추어지면 우리 인생이 더 나아지고, 더 좋아지며, 더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한다. 좋은 아파트, 좋은 자동차, 좋은 옷, 좋은 직업…. 등을 소유하면 이전보다 더 좋은 삶이 찾아올 거라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부와 명예를 다 가진 사람도 공허함과 헛헛함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많이 본다. 외부 조건이 갖추어져도 존재적인 불안이 멈추지 않는다. 그 이유는 좋은 조건과 환경을 소유하려는 마음은 형체 안에 갇힌 ‘나’만을 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형체 안에 갇힌 ‘나’로 존재할 때 우리 존재는 고립감에 한없이 작아지고 오그라든다.

선을 실천한다는 것은 이 형체에 갇힌 ‘나’를 해체할 때 가능하다. 나와 함께 생활하는 옆 사람에게 공감하고, 천지자연과 교감하고, 우주와 소통할 때. 즉, 형체에 갇힌 ‘나’의 이익을 넘어서 천지 만물에 마음이 가닿을 때. 그때 우리는 크고 넓은 마음을 지닌 ‘나’가 된다. 그때의 나에게 좋은 것을 행하는 일을 행하는 것 그것이 곧 선을 행하는 것이다. 천지 만물과 연결되고 접속되어 살아갈 때 우리 삶은 불안하지 않다. 순임금처럼 어떤 조건에서든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오직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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