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곰진입니다.

여행 첫날 다녀온 항주사범대학과 마찬가지로 광업철도학당도 지금은 없습니다.

학당이 있던 곳은 남경사범대학의 부속중학교로 쓰이고 있답니다.

광업철도학당은 루쉰이 주위 사람들의 압력과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에 이기지 못하고

억지로 과거 시험을 치른 후, 넷째 동생마저 병으로 죽어버리자

 '마치 쫓기는 사람처럼' 샤오싱을 떠나 입학한 학교입니다.  

 

쭌언니 옆에 계시는 분이 오늘 우리에게 '루쉰 이야기'를 들려주신 분입니다. 

이 학교의 국어선생님이자 루쉰기념관 관계자이시죠.

쭌언니의 통역으로 선생님께 백년도 훨씬 넘은 과거의 '학생 루쉰'에 대해 들었습니다.

우리를 부담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느끼하게 생긴 남자 흉상이 학생 시절의 루쉰이라는데....

흉상이 잘못 했죠. 루쉰이랑 별로 안 닮았어요.  

광업철도학당은 인근에 탄광이 있다는 가능성을 기대하고 설립된 학교입니다.

광산업과 광물에 대한 인재를 키우기 위한 학교였죠.

당연히 그와 관련된 지질학과 광물학도 어줍짢게(수업이 알차진 않았던지라... ) 가르쳤는데요.

당시 루쉰은 이런 수업에 큰 흥미를 느껴서 친구와 함께 중국 전역의 광물과 지질에 관련된

<중국광산지>와 <중국광산전도>를 썼다고 하네요. 역시... 루쉰!

루쉰과 친구가 합작으로 편찬한 <중국광산지>.

아래 보이는 배는 루쉰이 일본으로 유학갈 때 탄 배입니다.

300명이 넘는 학생 중에서 '탑 쓰리'에 들만큼 루쉰의 성적은 우수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청나라 정부가 일본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모집한 일본유학생에 뽑히게 되었죠. 

위의 연세 지긋하신 분은 이 학교 출신이자 현존 중국 최고의 루쉰 전문가입니다. 성함은... 모르겠습니다.

아래는 과거의 교과서인데요.

과거 그러니까 마오쩌둥의 시대에 루쉰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공산주의를 체현한 대문호로 찬양 받았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과거에는 초(소), 중, 고 가릴 것 없이 교과서에 루쉰의 작품들이 많이 수록되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루쉰의 작품들이 하나 둘 교과서에서 사라지더니

지금은 과거의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 남았다고 하네요.

초등학교(중국에서 소학교) 교과서에서는 완전히 사라졌고요.

하지만 아직도 다른 작가들에 비하면 교과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것 같아요.

    

다음으로 향한 곳은 양쯔강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열강루입니다.

남산타워처럼 사자산이라는 산 위에 세워진 전통건축형식의 거대한 누각이지요.

앞에 보이는 부조는 명나라의 태조 주원장의 모습을 새긴 것인데요.

이곳이 주원장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옛날 남경은 명나라의 수도였습니다.

영락제가 베이징으로 천도하기 전까지 말이죠.

주원장은 황제가 되기 전, 이곳에서 8만 명의 농민군을 이끌고 40만 적군을 격파하여

명나라를 설립하는 토대를 세웠다고 합니다.

그것을 기념해 열강루를 세우도록 명했다고 하네요.  

사자산 자락, 열강루 바로 옆에 있는 의봉문입니다. 남경성의 서북쪽 성문이지요.

왜 이 성을 언급하느냐면 루쉰이 이곳을 통해 처음 남경으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루쉰과 멀지않은 과거 태평천국군도 이 문으로 남경에 들어왔다고 하네요.

다시 열강루 뚜둥! 높이와 크기가 엄청나죠!

실내 모습입니다. 이상하게 무협지에 나오는 악당들 아지트가 생각나네요.

이번 여행 미션의 마지막 목적지!

루쉰이 고향 샤오싱과 과거 제도라는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첫 번째 서양식 학당인 수사학당터입니다.

앞서 언급한 광업철도학당보다 먼저 온 곳이죠.

수사학당은 해군을 육성하는 학교입니다. 

하여 루쉰도 이곳에 오기 전에 바다, 증기선, 전쟁의 깃발을 꿈꾸었죠. 하지만 실상은...

 

해군을 양성한다는 학교에 물과 관련된 학습은 하나도 없었죠.

유일한 전공은 운동장에 세워진 돛대 꼭대기에 기어오르는 훈련이 전부!

바로 저 사진처럼요.

무늬만 해군학교인 이곳에서 루쉰은 중국 정부가 흉내만 내서 만든 서양식 학당에 환멸을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