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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캠프] 뉴욕에서 놀기 by 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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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16-08-05 10:43 조회2,898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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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욕에서 보온병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시성입니다(--;)
주변에선 벌써 대륙별로 보온병을 다 수집할거냐, 보온병과 무슨 웬수를 졌느냐. 
온갖 말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보온병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세계는 넓고 보온의 세계 또한 무궁무진하다’는 걸 깨달아가는 중이에요. ㅋㅋ 
보온!! 

아무튼, 나이아가라에서 돌아온 저희 일행은 일요일 오후-크크성 세미나 / 저녁-정미수쌤 부부와의 만남 / 밤-새로운 캠프 멤버 재훈 도착 / 월요일 오전-루시벨의 스페인어 교실 / 오후-하이라인 & 소호거리 탐방 등의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사람을 만난다는 설렘이 가득했던 시간들을 사진과 함께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그전에, 나이아가라에서 만난 석양부터 감상해볼께요~~





지난 번 혜경의 후기에서 보셨다시피 나이아가라는 엄청난 규모의 폭포였습니다. 이런 폭포에서 어찌 이야기들이 만들어지지 않겠는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쩌면 몇 개의 단어로는 이 폭포가 가져다주는 느낌을 다 표현할 수 없기에 이야기라는 우회로를 거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야기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고 할 때 파생된다는 것! 그런 강렬함 때문인지, 멤버들은 돌아오는 길에 모두 녹초가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저는 이렇게 이동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습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긴 하지만 이때 온갖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어떤 활동들을 할지, 그게 어떻게 하면 가능할지 등등. 아이디어들이 저절로 일어나요. 아마도 공간을 이동한다는 것이 가져다주는 효과 같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가끔은 생각하기 위해서 여행을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걷고 이동하면서 뭔가를 조립해보고 해체해보는 것. 하지만 역시 이동은 피곤해요. 다음날이 되어도 피로가 쉽게 가시질 않습니다.^^





이때 필요한 건 엄청난 간식의 힘! 이걸 기반으로 다시 원기를 회복해 봅니다.





그리고! 드디어 크크성 세미나 멤버들을 만나는 시간. 사진으로 계속 봐서인지 낯설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던 분들. 물론 두 분은 저희를 매우 낯설어 하셨습니다.^^ 매번 뉴저지에서 차를 몰고 세미나를 위해 크크성까지 오신다는 열정적인 학인들. 안타깝게도 은실쌤은 사정이 생겨서 참석하지 못했지만 다른 두 분과 본격적으로 몸에 대한 수다를 시작했습니다. 




 

 

 

형태쌤은 <혈자리서당>을 읽으면서 계속 혈자리들을 만졌더니 정말 소화력이 회복되었다는 간증을 해주셨어요. 정선쌤은 다리를 떨고 눈 밑이 파르르 떨리는 아들의 증상이 간 때문이란 걸 알게 되셨고요. 다른 멤버들도 경락과 혈자리의 세계관을 어렴풋이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거 같습니다.(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하니까 많이 민망하네요...--;) 다음 주엔 <절기서당>을 가지고 세미나가 진행될 예정인데 또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게 될지 궁금합니다.




세미나가 끝나자마자 곧장 음식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뉴욕에 살고 계신 정미수쌤 부부가 크크성을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인데요. 음... 어디서부터 두 분과의 만남을 이야기해야 할지 참 난감하네요. 워낙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셔서...(참고로 두 분은 식상이 엄청난 분들이셨어요.^^)

두 분은 오랫동안 수선재라는 명상공동체에서 생활해오셨습니다. 그러다가 세상과 만나야겠다는 생각으로 독립한 케이스였고요. 수선재에 계실 때 고선생님이 가셔서 특강을 해주신 적이 있는데 그때 감이당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셨다고 합니다. 계속 감이당의 활동들을 주시하고 계셨는데 mvq를 통해서 뉴욕에 크크성이라는 공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해요. 두 분은 저희와도 좀 인연이 있는데. 수선재에서 같이 생활했던 친구들이 청비탐, 백수다에 공부하러 오기도 했더라고요. 2억 만 리에서도 사람 인연이 제일 넓고 질기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인(人)-드라망^^




두 분은 8월말이면 뉴욕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실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써오던 가구들을 크크성에 주고 싶다는 마음에 해완에게 연락을 했던 거고요. 또 두 분 모두 사주명리, 수지침, 한의학 등에 관심이 많으셔서 저희와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저희가 별 도움이 되진 못했지만요.^^

잠깐 두 분의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미수쌤은 미국으로 유학을 오면서 본격적으로 타지생활(?)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학업 마친 이후엔 요르단, 이라크 등 주로 중동에서 활동을 하셨답니다. 특히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이라크 국경에서 한국 종군기자들의 밥을 다 챙기기도 하셨다네요. 이렇게 왕성하게 활동을 하다가 어느 날 자신이 계속해서 소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이곳저곳을 찾아 헤매다가 수선재까지 흘러들어가게 되셨다고 합니다. 남편도 여기서 만나게 된 것이고요.

남편인 세이씨의 인생 또한 파란만장합니다. 삼촌과 고모들이 모두 판사, 변호사 등의 직업을 가진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세이씨의 아버지는 이런 중산층들이 가진 고리타분한 생활과 꽉 막힌 사고방식을 싫어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가족이 모두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하게 되었고요.(세이씨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가 미국 내에서는 가장 개방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랍니다.) 이곳에서 살다가 어느 날 신문에 “Do you want to go to korea?”라는 광고를 보게 됩니다. 그리곤 자기도 모르게 거기에 이끌려서 한국에 오게 되었고 부산에서 영어강사를 하다가 연세어학당에 들어가 한국어를 배우고 거기서 대학원까지 마쳤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미수쌤처럼 수선재에 접속하게 되면서 또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고요. 수선재에 있을 때도 외국인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계속해서 해외로 나가게 되는 상황이 펼쳐졌고 남아공을 비롯해서 호주 등에서도 명상 관련된 활동들을 계속해 오셨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그토록 오고 싶지 않았다는 뉴욕에 정착하게 되었고요.(요런 게 바로 팔자^^)





두 분 모두 한국으로 돌아가면 감이당에서 공부해보고 싶다고 하십니다. 미수쌤은 글쓰기와 관련된 수업을 듣고 싶고, 세이씨는 천자문을 배우고 싶다고 해요. 조만간 파란 눈을 가진 한문학도를 연구실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다음에 또 만날 걸 기약하면서 헤어졌어요. 그리고 캠프의 또 다른 참가자 재훈이 도착했습니다. 아주 늦은 밤에. 


 

 

 

재훈은 지금 로봇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에요. 사주를 까보니 오행이 다 있지만 그 가운데도 식상이 발달한 팔자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다음 날 4~5시간을 걷곤 파김치가 되었다가도 식당에만 들어가면 금방 말이 많아지고 생기가 도는 그런 청년이었어요. 또 알바를 하면서 배운 이탈리아 요리들을 조식으로 선보이기도 했고요. 덕분에 훌륭한 아침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참가자 재훈까지 합류한 다음 날, 베네수엘라 친구 루시벨의 스페인어 교실이 열렸습니다. 루시벨의 부모님은 지금 베네수엘라에서 중국식당을 하고 계시는데 원래는 중국 광동성에서 살다가 이주하셨다고 합니다. 베네수엘라에서 식당을 하면서 4남매를 기르시고 곧 은퇴하고 뉴욕에 와서 사실 예정이라고 해요. 루시벨은 통통 튀는 21살의 청년이었어요. 우리 멤버들에게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는데 저에게는 해리포터 같은 안경을 썼다고 해서 류해리, 재훈에게는 로봇을 전공하고 있다고 해서 로봇 초이라는 별명을 붙여줬습니다. 이날 우리가 배운 스페인어 회화는 맛집을 소개하는 회화였어요. 역시 말과 음식은 뗄 수 없는 팔자인가 봐요.^^


 

 

 

다들 잘 안 되는 말로 자기가 발견한 맛집들을 소개합니다. 해피키친, 맥도날드, 크크성... 사실 미국에 와서 가장 놀란 건 미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색 있는 음식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햄버거와 스테이크가 미국의 전통적인 음식이라곤 하는데 이것 또한 너무나 식상한 음식들로 느껴졌고요. 그래서 오히려 미국에 와서 온갖 세계음식들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해피키친도 일본음식점 가운데 하나였고요. 어쩌면 이런 게 미국의 특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온갖 것들이 다 섞여서 뭐라고 한마디로 규정될 수 없는 것들이 생산되는 것. 우린 또 이 알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하기 위해 페루음식점을 찾아갔습니다.




이렇게 때려먹은 이후, 루시벨과 헤어지고 우리 일행은 하이라인과 소호 거리 탐방에 나섰습니다. 하이라인은 이미 여러 번 소개된 곳이라 여기서 긴 설명을 패스합니다^^.


 

 

 

하이라인을 빠져나온 이후 소호거리를 걷다가 뉴욕대학에 도착했습니다. 뉴욕대학은 특이한 구조를 가진 대학교였어요. 캠퍼스라고 할 게 따로 존재하지 않고 그냥 길거리에 대학건물들이 펼쳐져 있는 대학이었습니다. 우리는 대학교라고 하면 캠퍼스라는 울타리를 가지고 있는 공간을 떠올리는데 뉴욕대는 그런 표상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대학이었습니다. 그냥 길 위에 존재하는 대학이랄까.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에 배움의 장소를 만드는 것. 어떤 공간을 점유하고 사람들의 흐름을 차단하는 캠퍼스가 아니라 사람들이 흘러 다니는 곳에서 배우기. 이날 저에게 가장 큰 인상을 안겨준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구매목록. 샌들을 찾아다니다가 만난 삼선슬리퍼. 필동 레몬마트에 가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삼선슬리퍼가 여기선 신발가게에 당당하게 진열되어 있는 걸 보고 빵 터졌습니다. 거기다 가격도 30달러나 해요. 한국에서도 3000원이면 사는 슬리퍼인데 말이죠. 그래서 한국에서 뗘다가 팔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어찌 보면 상품의 가치 또한 매우 자의적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엇이 가치 있고, 아름답고 좋은 것인가. 가격의 차이는 바로 이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 자본은 결국 생각에 따라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게 된다는 것.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가치 있고, 아름답고 좋은 것인가를 묻는 일이라는 것. 이 생각이야말로 자본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길을 열어준다는 것. 이런 생각들이 저의 뇌리를 스쳐갔습니다. 삼선슬리퍼를 보면서^^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혜경은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가장 먼저 화장실에 가게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오랫동안 묵었던 변이 배출되는 시간. 오래 걷고, 사소한 것들을 보고, 먹고 마시고, 각자의 몸에 맞는 무언가를 산출하는 것. 이렇게 우리의 여행은 진행되고 있습니다. 



뉴욕은 벌써 가을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엔 성원쌤의 뉴욕이야기가 올라갈 예정이에요. 기대해주세요.
그동안 뉴욕에 대한 여러분의 관심도 보온되길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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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여름 캠프 소식은 

MVQ(무빙비전탐구)-이타카프로젝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요기를 Click~ 해주세요~^^


댓글목록

희정님의 댓글

희정 작성일

이동시간에 활동들을 구상하고 계시다니... 허허허 기대되는 군요. -.-;; 근데 밑에 쯤에 빤스차림 아저씨와 포옹하는 혜경쌤의 사진은 무슨 사연인 것인지 궁금하군요! 이번 사진에는 혜경쌤 사진이 많네요~ 하루를 마감하고 화장실에 가고싶어하는 사진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ㅋㅋㅋㅋ 하루의 결과물을 산출해야지요ㅎㅎ

감이당님의 댓글

감이당 작성일

보온이라니~ 듣기만 해도 덥다능~ 근데 보온병은 샀다거야 못샀다는거야~^^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