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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란의 스페인 포토 에세이 제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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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랑소 작성일17-02-08 19:27 조회2,683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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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란의 스페인 포토 에세이 제 2편입니다.

오늘은 일요일 . 지난 주 내내 우중충하던 날씨가 겉히고 일요일인 오늘 해가 쨍쨍합니다.

오늘은 제가 일상적으로 주말을 보내는 패턴을 소개할까 해요.


보통 일요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등산화를 신고 순이랑 남편이랑 마을 뒤의 작은 산에 올라가서 소리 한 번 지르고 다시 내려와 마을을 내려와 가로 지른후  길건너 바닷가로 산책합니다. 그래봤자 걸리는 시간은 고작 2시간정도. 아니 바다에 사는 사람이 어떻게 걸어서 산으로 2시간만에 산책하냐구요?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제가 사는 빌라사르 마르를 중심으로  아래위로 18개 정도 마을의 구역을 마레스마(Maresme)라고 따로 지칭하는데,  이는 다시 산쪽에 위치한 마레스마  문(Maresma  munt)과   해안 쪽에 위치한 마레스마 마르(Maresma  mar)로 나뉩니다.  여기서 “Munt” 은 산이라는 뜻이 있고, “Mar”는 바다라는 뜻입니다.  


옛날에는 해안가에  홍수가 많고 해적들의 침입이 빈번하여  산쪽에 마을을 형성하여  농사를 지으며 살았답니다.  한데 18세기 이후 해적들이 소탕되고 선박산업이 발달되면서 산업확장을 위해  바닷가에 항구와 집을 지으며 살기 시작했죠. 지난  1편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그런 이유로  19세기 말 마을 사람들이  배를 타고  남아메리카로 건너가 식민지를 만들고는 엄청난 재물을 벌어 돌아올수 있었습니다.


어찌되었건 우리 마을인  빌라사르데 마르(Vilassar de Mar)는  마레스마 (Maresme)구역에 속하여 앞에는 바다 또 뒤로는 산을 끼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2시간 정도면 산도 올라가고 바다로 내려올수 있는 겁니다. 2 시간만에 산도 보고 바다도 보고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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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길은 별 볼거리는 없지만 차도 없고 사람도 없어 순이 데리고 산책가기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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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다 보면 바르셀로나의 전형적인 풍경을 이루는 야자수 나무를 재배하는 농원이 보입니다. 사진에서는 작아 보이지만 다들 키가  5미터는 넘지요.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해서 시내로 들어  올때 해변에 무수히 심어져 있는 이 야자나무는  바르셀로나의  트래이드 마크라 할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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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20분 정도 걸으면 승마장이 나옵니다. 일요일에 부모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많이 오는데요. 비교적 가격이 비싸지 않고 (1 시간에 20-30 유로정도) , 애들 정서교육에 아주 좋다고  하네요.  승마장에는 레스토랑이 함께있어 이곳에서  가족끼리 식사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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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장을 두리번 거리다  눈마주친 말.  멀끔 멀끔 쳐다보는 커다란 눈이 꼭 무슨 말을 하려하는 듯합니다. 말은 높은  지능과 예민한 감수성으로 사람과의  공감능력이 대단하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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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장를 뒤로하고 30분정도 걸으면 동네 공동 묘지가 나옵니다.  스페인은 일요일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제일 많이 가는 곳이 공동묘지랑 성당입니다. 아래 사진에 보이듯 스페인 묘지에는 흔히들 무덤위에 고인들의 사진을  올려 놓습니다.  떠난 고인을 영원히 기억하려는 욕구에서 나온 풍습인듯하니다. 그런건 동양이나 서양이나 비슷하죠? 묘지 하나하나를 들어다 보면서 고인의 생전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 나도 언젠가는 한줌의 흙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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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젠 산을 올라갑니다. 20분도 채 안되는 경사없는 산을 헐떡거리면서 올라가 산꼭대기에 앉아서 내려다는 바다의 모습은  또 다릅니다.  꽤 높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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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와 나른한 햇살에 넋을 잃고 한참후,  뒤를 돌아보니 어제 약주하고  늦게 돌아온 남편은 피곤했는지 잔디에 펄썩 누워 자고 있고, 경비보던 순이는 산의 향긋한 냄새가 좋은지 머리를 흔들어 가며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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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감기가 걸려 소리 지르는거 생략하고 마을로 내려 갑니다.

우리 동넨 나무도 많고 꽃이 많아요. 특히 소나무와 부간비아(buganvilla)는 우리 마을의 대표적 식물들인데, 이상기온 현상으로 봄이 오기도 전에 벌써 꽃이 펴버렸네요.  큰 나무의 가지처럼  사정없이 쑥쑥 뻗어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꽃의 색깔 또한 화려해서 마치 꽃들의 축제를 연상케 합니다.  꽃과 나무 구경하다보면 손바닥만한 마을은 다 지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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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건너 바닷가에는 자전거 타는 가족, 사진찍는 연인들, 죠깅하는 사람들로  일요일  특유의 산만함과 북적함이 있습니다. 날씨 좋을땐 바르셀로나에서 우리동네로  놀러들 많이 와요.  마을 해안은 20분이면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  다 돌수 있는 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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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넘게 돌아 다니니 다리가 좀 나른하네요. 배에서 무안한 소리도 나고. 집 옆의치바리 (Xibarri) 레스토랑의 테라스에 앉아 간단한 타파스(tapas)와 맥주 한잔 으로 간단하게 점심해결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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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 주인은 체스카(Chesca)라는 아주머니인데,  1년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자주 가던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였답니다.  나름대로 야망이 있어  20년을 종업원으로 일하며 모은 돈으로  독립하여  따빠스(Tapas)와 술 위주의 작은 레스토랑을 차렸는데요. 아주 성공했습니다. 마을에서 젤 잘나가는 레스토랑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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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Jamon 을 자르고 있는 체스카




그 비결은? 

 첫째. 일단 테라스가 있습니다. 

스페인은 일년 내내 해가 많아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보냅니다. 밥도 술도 다 테라스에서 합답니다. 그래서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이나 바는 가게 월세도 비싸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즐겨 찿죠. 주택도 마찬가지에요. 테라스가 있는 집과 없는 집의  시세 가격이 2배정도 차이납니다.  

둘째, 주기적으로  칵테일 파티를 열어요. 

플라맹고 그룹을 초청하여 라이브 음악도 선사하여 술마시며 음악을 경청할수 있도록. 겨울엔  저녁7 시면 강아지도 안돌아 다니는 시골이라  지루한 면도 있는 우리 마을에  꽤 많은 애주가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활력 소를 제공합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음식. 

메뉴의 음식 리스트는 길지 않지만 가격대비  최상의 질의 음식을 제공합니다. 라이센스 문제로 주방이 없는 단점을 역으로  활용하여 햄, 통조림, 미리 찐 해산물 등 가스불로 요리할 필요없는 찬음식들을 싸고 깔끔하게 제공하여 손님들이 대만족합니다.




자  오늘 점심은 아래와 같이 해결했습니다.

Ensalada (샐러드) ->6,5 유로

Jamón iberico (스페인 숙성햄)   ->14유로

Tortilla de patatas (감자오믈랫) ->3,5 유로

Gamba a la sal (소금에 찐 새우) ->7,5 유로

Pulpo gallega (문어찜) ->11,5 유로

2 cañas (생맥주) ->3,2 유로

Pan (빵) ->1 유로


오늘 점심 외식비: 총 47,2 유로 (57,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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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po gallega (문어찜), Tortilla de patatas (감자오믈랫), Gamba a la sal (소금에 찐 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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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salada (샐러드), Jamón iberico (스페인 숙성햄)




저녁 6시도 안되었는데 해가 집니다. 겨울이라 그러네요. 오늘따라 불타는 듯한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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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빛에 끌려 해안가로 다시 가서 카메라에 담은 저녁 노을.  그 아름다움에 취해서 일요일 을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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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한현미님의 댓글

한현미 작성일

야자수와 이상기온으로 일찍핀 부간비아,산 정상에서 바라본 바다와 지는 석양,묘한 대비와 인생에 대한 잔잔한 철학이
느껴지는 빌라사르데 마르 입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더욱 가깝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5일전 부산 해성 모임을 참석할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건너편 편의점 앞에 내리 비추는 태양빛이 그리도 따스하게 느껴진적이 처음 이었어요. 문득 이 햇살을 그동안 잊고 있었구나! 다시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우란샘 담에도 또 다른 일상 궁금합니다!

감이당님의 댓글

감이당 작성일

바르셀로나를 주민의 시선으로 보니 정말 다릅니다. 아름다운 노을과 사람들~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박장금님의 댓글

박장금 작성일

테라스가 왜 중요한지 알게됐네요. ㅋ

고은비님의 댓글

고은비 작성일

남유럽의 한적한 시골마을, 순이와 함께 시공을 초월하여 마음으로 산책 잘 했습니다.

붉게 물든 노을을 배경으로 어듬 속에 물드는 야자수, 화사한 묘지, 체스카 아줌마의 듬직한 팔뚝, 그대의 뒷모습......

여기는 이번 주부터 모든 세미나가 시작 되었습니다. 오늘은 수요대중지성 오.티날. 사계(1년)를 같이 할 동무들과 인사

를 나누고 설레임과 함께 신발끈을 확인하는 다짐도 해봅니다.

남유럽의 햇살과 바다내음, 덕분에 젖어보았습니다.  여긴 입춘이 지났지만 춥습니다. 따뜻한 소식 종종 전해주세요.^^

은민쏭♪님의 댓글

은민쏭♪ 작성일

우와~ 2시간 거리로 산과 바다라니?! 순이도 너무 귀엽네요.^^ 여유와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주말 풍경, 부럽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