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 바우쉬 무용단' '스위트 맘보'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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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산식객 작성일17-03-27 08:38 조회1,738회 댓글3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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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목요일 아침, 여느 때처럼 연구실에 나와 아침밥 먹고 있었는데 장금쌤이 외국의 무용수가 감이당과 자신들을 만나보고 싶어 한다는 말을 하셨다.
그분이 연락을 하게 된 것은 작년 감이당에 방문했던 독일에 계신 김혜순쌤을 통해서이다. 그분이 혜순쌤에게 무용을 통해 테라피(치료)를 해주면서 서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김혜순쌤이 그분에게 곰쌤이 쓴 『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과 감이당에 대해서 얘기해주셨고, 그분이 흥미를 보이시고 –논문을 오장육부에 대해서 썼다고 한다!- 이메일로 장금쌤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마침 자신이 속한 무용단이 이번 주 서울에서 공연을 하는데 거기에 곰쌤과 장금쌤을 초대를 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공연은 전부 매진이라, 공연 전날 리허설 쇼 초청권을 장금쌤에게 주셨다. 하지만 곰쌤은 못 가신다고 해서 장금쌤만 가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나는 이런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하고, 난생 처음으로 무용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저도 가고 싶어요!”라고 외쳤다. 장금쌤은 ‘얘가 이렇게 예술적인 아이었나?’라는 표정을 지으시더니 알겠다고 하셨다.
우리를 만나고 싶어 하는 무용수의 이름은 Regina Advento, 브라질계 독일인-태어난 곳은 브라질이다-이고, 50대라고 장금쌤은 알려주셨다. 그 분이 속한 무용단 이름은 ‘피나 바우쉬 부퍼탈’이라고 했다. 물론 춤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었던 나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막연히 ‘왈츠 박자에 맞춰 뛰어다니는 발레단과 비슷하겠거니’ 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장금쌤은 “아직 확정된 거 아니니깐 이따 다시 연락해줄게~”라고 말하셨다.
그리고 오후에 장금쌤에게 연락이 왔다. 가기로 했다고. 그런데 은실쌤이랑 같이 간다고 말하셨다. 점심에 은실쌤을 만났는데, 이 무용단을 알고 있었고, 보고싶다고 하셨던 것. 이때만 하더라도 당연히 장금쌤과 같이 가는 줄 알았는데, 아니란다. 표가 단 두장이라 너랑 은실쌤, 둘이 보란다. 가고 싶은 사람이 가는 게 맞다면서...하하...
‘피나 바우쉬 부퍼탈’ 무용단이 서울에서 공연하는 작품명은 ‘스위트 맘보’였다. 리허설 쇼 시작은 저녁 8시, 저녁 당번을 마치고 부랴부랴 역삼동 LG아트홀로 갔다. 가는 도중 ‘피나 바우쉬 부퍼탈’ 무용단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독일의 부퍼탈이라는 도시의 무용단인데, 피나 바우쉬라는 안무가가 연출을 맡으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피나 바우쉬는 현대 무용에서는 이사도라 던컨에 버금가는 중요한 인물이라고! 그녀는 2009년에 죽었지만, ‘피나 바우쉬 부퍼탈’ 무용단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그녀의 작품을 공연하고 있었다.
카운터에서 표를 받고, 미팅이 조금 늦어져서 제 시간에 못 온다는 은실쌤의 표를 맡겨놓고 극장으로 들어섰다. 그때서야 내가 생각했던 무용-타이즈을 입고 종종걸음을 하는-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공연 시간은 총 2시간 정도로 중간에 휴식 시간이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우릴 초대하신 분을 못 알아보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누가 우릴 초대한 사람인지 살펴봤다. 작품이 시작되자, 화려한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 무용수- 여자 무용수들은 모두 원피스를 입었다-가 등장했다. 놋그릇을 나무 막대기로 돌렸고, 소리가 무대 전체에 퍼질 때쯤 한 남자 무용수-남자들은 모두 검은색 정장을 입었다-가 들어와 그녀의 몸에 입맞춤을 했다. 그러자 그 여자는 하던 동작을 멈추고, 소리도 끊어진다. 그러기를 몇 번. 남자가 들어가고 그 여자 무용수는 한국어(!)로 이렇게 말한다. “내 이름은 레지나 아드벤또. 잊지 마세요. 레지나, 레지나가 아니고 헤지나, 헤지나. 헤지나. 잊지 마세요" 앗! 우릴 초대한 사람이다! 헤지나 씨는 이렇게 말하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도 헤지나 씨를 안지 하루도 안 됐고, 그분 또한 나를 전혀 모를터이지만 반가웠다~!
(공연 중에는 사진 찍는 게 금지되어 있어서 구글로 검색한 '스위트 맘보'의 헤지나 씨)
‘스위트 맘보’에서는 여자 무용수들이 한 명씩 나와 각기 다양한 주제로 춤을 추는 시간이 있었다. 공연에 등장한 그런데 거기서 여자 무용수들은 한국어, 혹은 영어로 계속 자신의 이름을 얘기한다. 그리곤 덧붙인다. “don’t forget-잊지 마세요.” 각자 자신의 이름을 말해줌으로써 이후 그 무용수가 등장 하면 단순히 어느 여자 무용수가 아니라, 줄리. 나사렛, 헤지나 등, 이름을 떠올리며 바라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무대에 등장하는 무용수들이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서 놀랐다. 대부분 특히 여자 무용수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훌륭하게 공연을 소화했다.
공연은 춤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았다. 각종 소품 등을 등장하고, 연극적인 요소도 있었다. 예를 들어 물통을 빙그르르 돌리다가 이내 물을 자기 몸에 끼얹기도 하고, 뒤에 장식한 하얀 커튼에서는 오래된 영화가 상영되기도 한다. 이런 무대 장치들은 단순히 소품이 아니라 무용수들이 움직이는 것과 어우러진다. 남자 두 명이 책상을 들고 여자 무용수를 쫓아간다, 여자 무용수는 그들에게 쫓겨 다니다가, 책상 밑으로 몸을 숙인다. 그러면 다시 남자 무용수를 책상을 들고 무용수를 쫓아간다. 이러기를 십 수번. 결국 여자는 책상에 부딪히고 괴로워한다.
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어느 한 여자 무용수가 남자 무용수에게 머리채와 치마자락을 잡힌 채 무대를 달리는 장면이었다. 연세가 꽤 있으신! 분인데 그녀의 머리를 잡고 있는 남자 무용수는 계속 바뀌면서 그녀를 달리게 했다. 누군가에게 끌려가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소리를 내지르며 힘차게 달렸다.
1부가 끝나고 밖에서 기다리던 은실쌤과 만났다. 은실쌤은 처음에 내 이름을 몰라서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금샘이 내 사진을 보여주니 “아 주방!”이라고 하셨다고 한다.(후에 장금쌤은 니 얼굴은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얼굴이라고 하셨다. 하하하... 잊지 마세요!)
은실쌤은 ‘피나(2011)’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어서 피나 바우쉬와 그 극단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피나 바우쉬는 연극과 무용을 결합시킨 ‘탄츠테아터’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공연에서도 연극적인 요소가 많았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무용수들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보다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가에 더 관심이 있다."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내면의 여러 감정들, 마음의 움직임이 어떻게 신체를 움직이게 하는 가에 대해서 탐구하고, 이를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1부가 여자 무용수들이 눈에 띄었다면, 2부에서는 남자 무용수들과 남녀 무용수들이 어울리는 장면이 많았다. 어느 한 남자 무용수는 여자 무용수에게 단어들을 말하면서 구애한다. 그가 내뱉는 단어 중에서는 한국, 사랑해, 아름답다, 등 한국어가 많았다. 이번 연극에서는 한국어가 많이 등장했는데 이는 관객들을 위한 단순한 립서비스의 느낌은 아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피터 바우쉬’ 부퍼탈 무용단에는 다양한 출신과 다양한 연령대의 무용수들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어느 한 나라, 도시에 몇 주간 머물면서 받은 경험으로 작품을 만들기도 했었다.-한국과 관련된 작품도 있다.‘러프 컷’(2005)
공연 중반, 어느 한 여자 무용수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남자를 피하다가, 맘에 드는 남자가 생기자 그에게 달려가서 같이 얘기하자고 조른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이내 사라진다. 마음이 상한 그녀는 뒤돌아서지만, 못내 아쉬운 듯 남자가 떠나간 방향을 응시한다. 그리고는 말한다. “당신과 말하지 않을 거야, 나는, 나는 나와 대화를 할 거야. 그런데 나와 대화는 어떻게 하지?”라고 말하고, 춤을 춘다. 자신의 내면과의 소통을 춤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면서 공연의 전체적인 주제가 내면에서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여러 감정들, 그리고 외부에 오는 자연,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무대가 마친 후, 나와 은실쌤은 우리를 초청해주신 Regina Advento(헤지나 애드벤또) 씨에게 인사라고 하고 싶었지만 리허설 쇼라 그런지 특별한 무대 인사는 없었다. 하여 카운터에서 헤지나 씨에게 초대해주셔서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만날 방법이 없냐고 은실 쌤이 물어보셨다. 마침 그때 장금샘에게 연락이 왔고, LG아트홀 직원 분이 우리를 발견했다. 헤지나 씨가 우리를 계속 찾았단다. 그래서 무대 뒤로 들어가 헤지나 씨를 만날 수 있었다. 무대에서 봤을 때는 상당히 다부지고 커 보였는데, 실제로 만나니 그리 크지는 않으셨다. 온화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젊은 시절의 헤지나 씨와 피나 바우쉬)
나는 영어를 전혀 못했기 때문에 헤지나 씨와의 대화는 은실쌤이 맡았다. 은실쌤은 우리를 초대해주셔서 고맙다고 하셨고, 아쉽게도 곰쌤과 장금쌤은 오지 못했다고 말하셨다. 헤지나 씨는 우리에게 물어볼 것이 많아 보이셨다. 무엇보다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공간이 어떤 공간인지 알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은실쌤이 감이당이 어떤 공간인지 설명해주려고 했지만 감이당에서 하는 공부나, 『동의보감』의 개념들이 영어로 말하기 쉽지 않았다. 은실쌤은 주변에 한국인 친구 분이 계시느냐고 물어봤지만 헤지나 씨는 없다고 하셨다. 잘못된 개념으로 말했다간 오해가 생길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은실쌤은 현명하게 바로 설명해주지 않고, 이메일로 영어로 감이당에 대해 소개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메일로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무엇이든 답해주겠다는 장금샘의 말을 전해줬다. 혹 언제 다시 한국에 오게 되느냐고 은실쌤이 물어봤지만, 헤지나 씨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기에 확정할 수 없다고 하셨다. 짧게 얘기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초대해주셔서 감사했다는 인사를 나누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은실쌤과 헤지나씨, 그리고 나)
이때 약간 해프닝이 있었다. 편한 차림이었던 헤지나 씨는 사진을 찍자는 말에 알겠다고 하시면서 약간 곤란한 듯 무슨 말을 하셨다. 그때 내 귀에 들려 온 한 단어. “자켓.” ‘아하! 뭔가 걸치실 것이 필요로 하시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내가 입던 코트를 벗어주려고 하자, 모두들 웃었다. 알고 보니 방 안에 있는 자켓을 입고 나오겠다는 말이었다고 한다. 머쓱해진 나는 주섬주섬 코트를 입었다.
헤지나씨와 헤어지고 난 후에, 은실쌤과 얘기를 하면서 집에 갔다. 무용수들이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서 놀랐다고 얘기하자, 은실쌤은 “무용가들에게 금기어가 은퇴라는 말이래요. 관에 들어가기 전까지 현역이라는 거죠.”라고 말하셨다.
나는 발레, 혹은 무용이라는 것은 젊은 사람들의 힘, 육체를 활력적으로 내뿜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보면서 ‘피나 바우쉬’ 무용수들은 젊음이 아니라 그 나이, 신체에 맞게 춤을 추면서, 자기 자신, 그리고 타자와 소통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었다. 소통하는데, 기술-더 높이, 더 빠르게-보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머나먼 독일에서 온 헤지나 씨를 만나게 된 것은 정말 인연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우리를 만나고 싶어 해서 공연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우리를 초청했던 헤지나 씨, 그리고 헤지나 씨에게 감이당과 『동의보감』을 소개시켜준 독일의 김혜순쌤, 그리고 이런 자리를 만들어준 곰쌤과 장금쌤이 없었다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인연의 힘이 바로 사람과 사람을 소통시키는 힘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주 토요일 뉴욕에 계신 은실쌤과 형태쌤이 연구실을 방문했을 때, 모두들 즐거워하는 풍경.
댓글목록
곰진님의 댓글
곰진 작성일
헤지나씨에게 입던 코트를 주려했다니
선심을 가장한 테러란 이런 것이겠군
김크크님의 댓글
김크크 작성일
논문을 오장육부에 쓰다니......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일 혜순샘은 김'혜'순샘이십니당~^^
(단디하자 기범아... -_-;)
남산식객님의 댓글
남산식객 작성일헉ㅡㅡ;;; 그렇군요, 수정했습니다. 단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