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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에서 온 편지] 크레타의 첫 편지, 이라클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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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19-01-21 17:42 조회5,484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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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

저희는 크레타의 이라클리온에 있습니다. 

한동안 춥고 비가 왔다는 크레타, 저희가 도착하자 맑고 따뜻한 날씨를 선물해주고 있어요!

바람은 조금 강하지만, 지중해의 겨울은 바람조차도 부드럽습니다. 

 


17일 목요일부터의 소식을 알려드릴게요. 

출국부터 둘째날 여행까지 모든 게 술술 풀리길래, 이번 여행은 별 사건 없이 잘 지나가나 보다 했는데요.

첫 사건을 제가 만들고 말았습니다. ^^; 

아크로 폴리스의 빛나도록 파아란 하늘에 너무 신나서 몸이 놀란 건지,

그 날 저녁 먹은 그릭 샐러드의 올리브가 안 맞았던 건지

완전히 체해 버렸어요. ㅠㅠ 

결국 목요일 아침 저는 침대 신세가 되었습니당. 

(정미샘 曰 여행은 사건이 있어야돼! ^^)

 

목요일 오전, 저와 정미샘은 숙소에 머무르기로 하고

영숙샘과 경원샘 두 분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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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정문에서 경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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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있는 날개 잘린 니케 여신상

 

 

그리고 오후에는 정미샘까지 세 분이 같이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에 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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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 박물관 앞에서

 

 

 

그렇다면 저는?!

영숙샘이 침뜸을 해주셔서 치료를 받고 푸욱 쉬었지요. 

함께 여행하는 샘들께서 따뜻하게 돌봐주셔서 놀란 몸과 마음이 하루만에 말끔히 나을 수 있었습니다. ^^

온 몸으로(?) 겪은 아테네, 잊지 못할 거예요! ㅎㅎ

 

 

다시 쌩쌩해진 몸으로! 

18일 금요일 아침 저희는 아테네 국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13시 15분에 떠나는 이라클리온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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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을 기다리는 세 사람. 크레타 생각을 하니 더욱 신난 얼굴들! ^^

 

 

 

오후 2시쯤 이라클리온 공항에 도착했어요~

정확한 이름은 이라클리온 "니코스 카잔차키스" 공항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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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시나요? 우리가 만나러 온 작가, 카잔차키스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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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클리온에서 마주친 크레타의 첫 하늘

 

 

드디어 크레타 입성 ^^

그리스 남단에 위치한 섬 크레타는 말 그대로 남쪽 나라!

아테네보다 더 따뜻했습니다. 겨울이지만 언덕에는 푸른 풀들이 봄처럼 자라나고 있어요.

크레타의 첫 인상은 여유롭고 부드러운 여신의 느낌입니다. 

 

크레타 문명은 BC 3000년 경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여, BC 2000년 경에는 에게 문명 중 가장 번성했습니다.

이 곳에서 시작된 문명이 그리스 본토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동지중해 중앙에 위치해 무역의 거점이었던 만큼 이 곳을 차지하려는 세력들도 치열했습니다.

미노타우르스 전설로 잘 알려진 미노스 왕의 이름을 딴 미노아 문명 몰락 후 

로마, 비잔틴, 베네치아, 오스만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여러 문화들이 공존하는 것처럼 그 흔적이 남아 있지요. 

 

저희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작품과 삶을 중심으로

크레타 섬의 역사와 자연을 만나는 여행을 할 거예요.^^

이제부터는 매일 아침과 저녁 <그리스인 조르바>를 함께 낭송하기로 했습니다!

크레타에서 읽는 조르바는 우리에게 어떤 마음의 여행을 선물해 줄지요? ^^

 

 

이라클리온 숙소에 짐을 푼 뒤 저희는 주변 산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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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 거리의 재래시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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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과 함께 해변길을 걷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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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보이는 쿨레스 베네치아 요새

 

 

그리고 저녁을 먹었지요!

정미샘이 추천한 수블라키 식당에 갔습니다. 

조금 피곤하기도 해서 적당히 먹으려고 했는데, 참 친절한 종업원이 4인분 음식이라며 골라주더라구요.

추천 메뉴라 맛있을 것 같아 주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음식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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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시나요? 저 엄청난 양! 엄청난 비주얼!

처음에 등장했을 땐 신나서 사진도 찍고 기뻐했는데

엄청난 양에 기가 질려서 식욕이 팍 줄어버렸습니다. ^^; 

그래서 절반 이상을 다 포장해 왔지요. ㅎㅎ

이렇게 양이 많을 수 있다니, 그게 너무나 웃겨서 저희는 끊임없는 웃음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

뭐, 즐거웠으면 됐지요.

그렇지만 역시 관광지 식당의 추천메뉴는 잘 걸러야겠습니다! ㅎㅎ

 

 

 

 

크레타에서의 첫 날은 이렇게 고기와 웃음과 함께 저물고,

다음날 금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조르바 세미나의 청년 회원! 윤아씨가 합류하기로 한 날이에요. ^^

저녁에 도착한다고 해서

윤아씨가 오기까지 각자 또는 함께 자유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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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잠깐 예산과 일정 회의를 하고

 

 

저와 경원샘은 산책 겸 크노소스 궁전과 하니아 버스 시간을 알아보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해변길과 골목길을 따라 버스 터미널을 찾다가 

25 August Street에서 성 티토스 성당을 발견했어요. 

카톨릭 교회였다가, 오스만 제국 지배 당시 이슬람 사원으로 쓰였다가, 지금은 다시 그리스 정교회 성당으로 쓰인다고 하네요.

아,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아침 7시쯤 미사를 하는 것 같던데 아침마다 갈 생각입니다. 


 버스 시간을 알아본 후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네 명이 다같이 카잔차키스의 무덤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

크레타에 도착해서 처음 만나는 카잔차키스의 흔적, 과연 어떤 느낌을 줄지 궁금했습니다.

 

 

베니젤로스 광장의 사자 분수를 지나, 재래시장을 가로질러 계속 걷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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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베네치아 성벽이 나옵니다.

카잔차키스의 전시회를 했었나봐요. 

우리는 그 포스터와 함께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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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위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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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차키스 무덤과 박물관을 안내하는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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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차키스 무덤으로 가는 길에 펼쳐진 크레타의 아름다운 하늘,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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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차키스의 무덤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유명한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이 보입니다. 

 

저는 이 언덕 아래로 펼쳐지는 지중해 바다와 하늘, 크레타 풍경을 바라보며

참 사랑할만한 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곳에서 조국과 자연, 문학과 영성을 사랑하던 그는 자유가 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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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념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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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낭송을 했습니다. ^^

영숙샘의 낭송

"붓다의 내부는 공허하며 그 자신이 바로 공(空)이다. 

'네 육신을 비워라, 네 정신을 비워라, 네 가슴을 비워라' 그는 외친다.(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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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차키스를 너무나 사랑하는 정미샘.

책을 읽는 눈빛에서 마음이 느껴집니다. ^^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조르바와 카잔차키스, 그리고 이 곳 자연을 흠뻑 느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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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 길, 재래시장에서 만난 그리스 악사들 (멋진 음악!)

 

 

 

저녁 5시쯤 윤아씨가 도착했습니다. ^^

너무 반갑고 기뻐 환영만 하느라 미처 사진을 못 찍었네요. ㅎㅎ

급하게 찍어 지금 올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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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청년 멤버 윤아를 소개합니다! ^^

(이른 아침부터 그리스 여행 책자 공부 중 ㅎㅎ

얼굴은 나중에 보여드릴게요 ㅎㅎ)

 

 

파스타와 샐러드를 만들어 저녁밥을 함께 먹고,

<조르바 저녁 낭송>을 했습니다. 

각자의 씨앗문장을 소리내어 읽고 느낀점이나 하고 싶은 얘기를 자유롭게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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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낭송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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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함께 책을 읽으며 하루를 정리하는 여행, 정말 좋더군요. ^^

금방 날아갈 수 있는 하루의 기억이 몸과 마음에 오랜 여운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낭송한 구절 조금 읽어드릴게요.

 

 

" '두목, 봤어요? 사면에서 돌멩이는 다시 생명을 얻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심 놀랍고도 기뻤다. 아무렴. 

무릇 위대한 환상가와 위대한 시인은 사물을 이런 식으로 보지 않던가!

매사를 처음 대하는 것처럼!

매일 아침 그들은 눈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를 본다. 아니, 보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태초에 이 땅에 나타났던 사람들의 경우처럼, 조르바에게 우주는 진하고 강력한 환상이었다.

별은 그의 머리 위를 미끄러져 갔고 바다는 그의 관자놀이에서 부서졌다.

그는 이성의 방해를 받지 않고 땅이 되고 물이 되고 동물이 되고 신이 되어 살았다."

<그리스인 조르바>, p.198

 

 

이 부분을 낭송하면서,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서 본 하늘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눈을 두는 곳곳 새롭게 펼쳐지던 풍경!

마치 모든 것을 (특히 하늘을) 처음 보는 것 같은 기쁨이 있었습니다. 

본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들던 곳이었습니다.

무릇 위대한 환상가와 위대한 시인은 매사를, 매일 아침을 그렇게 본다는 것이군요. ^^

 

또한 별과 바다를 표현한 부분에 정말 감동했습니다. 

우리는 아테네와 크레테의 자연 풍경을 예쁘고 아름다운 대상으로만 보고 '예쁘다!'는 감탄에 그치게 되는데

이 표현들은 자신이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인간에게서 나오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외에도 카잔차키스가 말하는 '부활'에 대한 우리의 생각들을 나누었지요

일상에서 먹고 마시며 새롭게 만들어지는 몸

관점이 달라지는 순간

그 모든 것이 부활이지 않을까

그것을 늘 느끼며 살고 싶다는 마음을 얘기하며 저문 하루를 마쳤습니다. 

 

 

 

이제 저희는 크노소스 궁전, 이라클리온 고고학 박물관, 카잔차키스 박물관을 갑니다.

즐겁게 여행하고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편지를 띄울 때까지 

모두들 평안하시길! ^^



댓글목록

한정미님의 댓글

한정미 작성일

승희~~
파아란 하늘과 너무 신나서 그리고 올리브가 ... 맛있어서?  3종세트로 체한거 아닐까? ㅋㅋ
내가 말은 쿨하게 했지만,,걱정이 좀 되더라구^^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