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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에서 온 편지4]크레타 섬의 서쪽 해안가 도시 하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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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레옹 작성일19-01-26 01:20 조회5,892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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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의  


그리스에 도착한지 벌써 10일째다. 아테네 3박 하고, 이라클리온 5박 하고, 여기 하니아에서 2박을 했다. 

아테네의 추억들, 크레타섬의 이라클리온의 추억들이, 여기 하니아의 모래 속으로 사라져 간다.

 시간이란 조르바의 모래 시계처럼 흐른다.

이번 그리스 여행에서 우리는 다양한 그리스 사람들을 만난다.

1월 15일 아테네 공항에 도착해서, 우리는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는데 기사님이 주소를 보여주니까 안다는 거다.

 그런데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해도 잘 모르는 듯 한데, 내가 앞 좌석에 앉아 주소를 지도에서 알려주니까, 

걱정 말라고 오케이를 한다. 도착해 보니, 요금도 원래 요금의 10유로를 더 받는다. 

처음에 탈 때 38유로 정도라고 했는데... 

그리고 내려서 보니 주소지가 다른 곳이다. 구글 지도를 정미샘이 켜서 찾아갔는데. 

참 이 그리스인들의 뭐랄까, 젠체하는, 우리 역사 좀 있는데, 자부심이랄까, 

하여튼. 처음 만난 그리스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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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 아테네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크레타섬의 수도 이라클리온으로 가면서도 

그리스인들을 유심히 보게 된다. 

나이 좀 드신 어른들이 잘 차려입고 이라클리온 최고의 카페에서 

멋을 내고 하루 종일 할 일 없이 커피와 맥주를 마시는 그들. 

그리스 국가 파산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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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클리온 새벽에 산책을 왔다가 우연히 그리스 정교회 기도를 드리는 노인들을 만났다. 

내가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니까, 할머니 한분이 가슴에 손을 올리고 정중히 인사를 한다. 

우리 학교 때 국기에 대한 경례의 가슴에 손 이다. 

그리고는 할머니는 그 교회 안에 있는 모든 사진, 예수님, 성모 마리아, 성자들의 사진에 입을 맞춘다. 정교회는 천 년 전 동로마 제국에 온 듯한 기분이다. 

천 년의 역사를 그들은 똑같이 이렇게 했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들은 아직도 과거에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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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클리온 도시 올드 타운 안에 있는 숙소 가는 길.  

폐허가 된 그리스 도시의 도로가 복원되지 못하고 이차대전의 독일군의 폭격으로 부서진 채로 그냥 있는 듯 하다. 그 길을 가는 한 노파는 양 손에 시장 바구니를 들고 앞만 보고 그냥 걷는다. 

평생 다른 도시라고는 한 번도 가본적인 없는 듯한 분들.

조르바에서 한 할아버지가 평생 그 마을에서 떠나본 적인 없다고, 왜 다른 도시를 가봐야 하냐고, 

칸디아 도시에서 우리 마을에 사람들이 오는데, 라고 하던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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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클리온의 개 이야기를 내가 이어서 해보면,
아침에 일어났는데 집에 두고온 강아지 6마리가 눈에 밟혀서,
집에 카톡으로 강아지 사진을 받아보고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고고학 박물관 가려고 공원에 들어서는데, 검정 큰 개가 나에게 다가온다. 나를 위로 해준다고. 만져주니까. 
고고학 박물관 가는 길을 안내해준다. 우리가 가는 길을 알고 있다는 듯이. 
그 친구 덕분에 잘 도착했고, 나도 위로를 받았다. 입구에서 우리는 잘가라고 인사했다. 
동물과 인간이 느끼는 것 비슷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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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티아 가는 택시 기사님:
카잔차키스 박물관으로 가는 버스를 알아보려고 버스 터미널에 갔다가, 
하루에 버스 한 대 밖에 없어서 가면 하룻밤 자고 와야 한다고 버스표 판매원이 말하는 순간 어쩌지 했는데. 
앞에 늘어서 택시 기사중 한 분에게 가서 미르티아 가는데 얼마고, 우리가 5명인데 어떻게? 
기사님이 가슴에 손을 대고 우리끼리 얘기라면서 45유로에 5명을 해준단다. 신난다. 
덕분에 카잔차키스 박물관 구경 잘하고, 난 동네가 산골 마을이라 그리스 전통 마을 구경도 잘했다. 돌아가는길에서 이라클리온 전경이 보이는 시골길로 가 주었고, 또 가는길에 달팽이를 보여준다고 돌을 뒤적인다. 재미있는 분이다.  기사님이 어디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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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일 이라클리온에서 하니아로 인터시티 버스를 타고, 3시간 정도 가면서 그리스 산들을 지나간다. 

매우 황량한 돌산이다. 군데군데 나무가 있다. 

도착한 곳은 16세기 베시스 공국의 최고의 도시중 하나인 ‘하니아’이다. 

베니스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항구가 우리를 맞아준다. 

숙소는 엘 그레코 거리에 있다. 주인 내외분도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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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앞 거리 의자에서 노인 두분과 얘기를 좀 했는데. 알바니아 출신이란다. 
그리스인인줄 알았는데, 그리고 나에게 알바니아 음악을 들려준다. 
핸드폰은 10년전 쯤 되어 보이는 LG. 이들은 자동차도 20-30년 전의 오래된 것들을 그대로 쓰고 있다. 우리는 버렸을것들을 그대로. 
하니아 도시의 집들은 16세기 정도의 오래된 건물과 베니스 성벽이 그대로 지금도 벽으로 쓰이고, 놀이터가 같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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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하니아 고고학 박물관에 갔는데, 그 건물도 1606년에 건축되었고, 
그 안에 매표소 직원도 할아버지 두 분이다. 자동 티켓 입장 기계도 고장이다. 
우리는 고장으로 옆으로 돌아갔다. 
과거 속에 그대로 그리스인들은 사는가 보다. 
우리도 그들의 400년전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하니아 도시에서 3일 더 지내고 아테네로 갑니다. 
다음 편지에서 연락드리죠.^^

댓글목록

초원,은순님의 댓글

초원,은순 작성일

개가 어떻게 알고 박물관 길을 안내했을까요. 기특도 하지^^
역시~ 사람들 이야기가 재밌네요.  특히 가슴에 손을 올려 정중하게 인사 했다는 할머니의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저도 기도 후에는 저절로 두손이 모아지는 인사가 나오거든요.
샘들~ 크레타에서 온 편지 잘 보고 있습니다~~

한정미님의 댓글

한정미 작성일

미르티아로 가는 택시 기사님^^  무척 재미있으신 분이었죠~
우리가 카잔차키스 무덤도 2번이나 갔다고 하니까 감동하시면서 "땡큐"를 연발 하셨죠.
역시 "크레테 자부심 만땅"인 크레타사람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