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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지성 4학기 에세이 발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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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요셉 작성일21-12-23 14:37 조회6,6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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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요지성 4학기 에세이 발표 후기

    

  드디어 화요지성 마지막 학기 에세이 발표날입니다. 갑자기 어려워진 코로나 상황으로 지난 1년간 공부했던 화요지성을 정리하는 시간임에도 아쉽게도 줌으로 마감해야만 했습니다. 

섭섭함과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제 힘든 글쓰기 숙제나 암송 숙제에서 벗어날 수 있구나 하는 얄팍한(?) 마음이 공존하는 양면성을 지닌 아침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가 후기를 써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순간, 이 무슨 날벼락ㅠㅠ.  좀 가벼운 마음에 마지막 시간을 보내겠다는 지극히 유아적인 생각중이었는데 후기를 써야 한다니. 결국 오늘 하루 매 순간 학인들의 발표 및 채운선생님의 코멘트를 온갖 집중을 하면서 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아 마지막까지 이 무슨 스트레스! 하지만 미션은 미션. 해 봐야겠지요.

 

                 


  드디어 학인들의 발표가 시작되었습니다. 

각자 자신들이 살아 오면서 아파왔던 문제들을 진솔하게 발표해 나갔습니다. 학인들을 괴롭혀 왔던 고통들은 다양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자아비판부터 오랜시간 앙금으로 눌러 붙었던 부모님, 배우자 그리고 자녀들에 대한 섭섭함, 나아가 마치 박찬욱감독의 19금 영화의 한 장면을 떠 올릴만큼 구체적인 묘사가 뛰어났던 자신의 성 히스토리 소개까지. 정말로 다양한 아픔과 고민에 대한 배설의 시간들이었습니다. 물론 각자가 그동안 공부하고 이해한 스피노자를 동아줄로 하여 수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함 속에서 말이죠. 

    

  채운 선생님의 강평은 날카로왔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아픔을 더욱 도려내는 코멘트들도 있었습니다. 

    

  “글을 쓸 때는 천착해야 하는데 문제에서 결론으로 훅 뛰었다. 스피노자가 마치 간지처럼 쓰여진 것 같다. 가장 부적합한 인식을 글로 써 놓고 스피노자로 장식하고 있다. 우리는 때때로 스스로를 오해한다. 결심한다고 역량이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부정적인 것의 원인을 찾는 것이 긍정이 되지는 않는다. 사유, 공부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적은 게으름이다. 사유를 계속 담고 살지 않는 것, 자기 문제를 넘어서려고 하는 치열함이 없는 것이 바로 게으름이다.  

진짜 이해가 되었으면 매듭이 풀린다. 공부를 하면서 자기 모습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그런 연습을 하지 않은 것 같다. 공부를 가지고 다른 집단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 차원에서 피해자, 가해자를 나누는 것이 인간 자신을 구원해 주지 않는다. 느낌적인 느낌은 우리를 속인다. 그래서 사유의 힘이 필요하다. 

천천히 생각한다는 것은 속력의 문제가 아니라 Text를 통해서 피하지 않고 구절 하나하나를 해석해 나가는 것이다. 

자녀의 삶은 자녀의 삶이다. 자녀와 계속적으로 동일시가 일어난다.” 때로는 발표자의 가슴을 후비는 듯한 코멘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채운선생님의 코멘트는 아픔을 지적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았습니다. 아픔을 지적하는 것은 그저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 부작합한 인식에서 벗어나라는 의미였음을 연이은 코멘트에서 이해하게 됩니다. 각자의 아픔을 이겨낼 수 있기 위해서 스피노자를, 그리고 공부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에 대한 선생님의 구체적인 치유의 가이드가 이어졌습니다.

  “글을 쓸 때 한번 끝까지 파고들면 그 다음부터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에 직면에서 두리뭉실하게 넘어간다면 늘 같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게 된다. 자기의 존재를 더 큰 존재의 지평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타인들이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자신의 평가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며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 따라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다. 정서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원인을 다각화해야 한다. 대상을 원인으로 하는 것을 더 다각화할 때 대상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자신이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지점을 한번은 겪어야 한다. 

능동이 되기를 실험해야 한다. 능동이 되려고 사고하고 노력할 때, 역량이 커지는 것이다. 그렇게 역량이 커질 때 우리의 정서는 기쁨이 된다. 무엇을 이해하게 되면서 느껴지게 되는 통찰력을 얻음으로써 생기는 기쁨인 것이다. 무엇을 알았을 때 느끼는 해방감같은 것이다. 관계를 해결해서 내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거꾸로 내가 변해야 그걸 통해서 관계도 변하는 것이다. 지복을 누린다는 것은 우리 안에 변화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부를 당위로 하지 말고 작은 부분이라도 내 힘으로 내가 다르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을 게으르지 않게 해야 한다. 공부하는 장에서는 Text를 매개로 한 분란을 만들어야 한다. 생각 자체가 언어이며 생각을 다듬어 가는 것이 공부이다. 

많은 경우 아픔을 주는 원인이 가족으로부터 온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부적합한 인식이며 우리는 가족이라는 영토에서 벗어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러한 가족들도 시대적 배경속에서 조건지워 졌음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도가 구원해 줄 수 없는 부분을 우리의 철학과 공부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엄마의 삶을 스스로 변화시켜야 한다. 열심히 공부한다는 것은 어떤 한 문장이라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을 하는 것이다. 자유로울 수 없는 관계에서 자유를 구성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이것이 철학하는 이유이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생각거리를 붙잡았다면 그것을 놓지 말고 다른 것을 공부하면서 꼭 스피노자가 아니더라도 계속 연결시켜 나가야 한다.” 

    

  에세이 발표와 코멘트 시간은 마치 각자가 가지고 있던 암덩어리를 쏟아 내는 시간이었고 공부를 통한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발표 시간을 마치면서, 지난 1년 동안 화요지성에서의 공부가 각자 또 다른 공부를 위한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으리라는 믿음이 학인들의 얼굴에서 은은히 퍼져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후기를 정리하면서 마지막 학기 발표시간의 후기를 맡은 것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1년의 공부를 다시금 새겨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감사의 기회였음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네요.^^

 

학인 여러분, 그리고 1년동안 공부를 이끌어주신 경아선생님 그리고 채운선생님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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