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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 2학기 에세이 발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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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숙자 작성일22-07-17 21:37 조회4,719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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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화성 2학기 에세이 발표 후기~*

 

안녕하세요?

에세이 후기를 맡은 최숙자입니다.

 

 

한 학기 내내 읽고 배운 내용으로 글을 쓰는 것인데도 매번 막막하기만 합니다.

발표 한 달 전부터 텍스트를 다시 읽고, 생각을 모으고,

학우들의 코멘트를 들으며 수정하기를 수 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안개에 싸인 듯,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던 문장들이 도열하며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맥락에 맞지 않는 단락, 어설픈 문장들도 있지만

글을 완성해 나가면서 더 맹렬하게 배우게 되는 것은 분명한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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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경아쌤이 먹기 좋은 간식 방울토마토를 준비해주셔서 

하루 종일 강행군에 지친 선생님들에게 원기를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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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발표 순서입니다.

 

(이동주 선생님이 위빠사나 명상으로 불참하시고,

현장에 열여섯 분줌에 세 분발표자는 모두 19명입니다.) 

 

1이혜진, 김선옥, 이지현, 안미선

2장수빈, 권미경, 이향원, 김나현, 최숙자

점심

3염보경, 김현, 김동연, 김재순, 박미경

4최은미, 윤숙현, 문숙, 박영희, 감로화 


 

에세이 주제는 영성, 신성성, 종교성이란 무엇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번 에세이 코멘트는

1학기에 헤시오도스의 일과 날

2학기에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강의를 해주신 채운쌤이 해주셨습니다. 

 

언제나 학기 마지막이면 찾아오는 에세이 발표지만

매번 떨리고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발표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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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 샘은 조목조목 꼼꼼하게 분석하고 코멘트 해주셨습니다.

아무리 두서가 없는 글이라도 우리에게 하나하나 질문해가면서

글이 가야했을 또는 갈 수 있었던 방향을 제시해주셨습니다.

우리는 또한 질문에 대답하면서 막혔던 곳을 뚫고 또 다른 질문을 품고

한 학기 마무리하게 됩니다.

 

 

화성 2학기 에세이는 930분에 시작해 저녁 630분에 끝이 났습니다.

탈진할 만큼의 빡센 일정에 모두들 얼굴이 해쓱해진 학우님들.

몸은 기진맥진이지만 머릿속만큼은 한바탕 굿판을 벌인 듯 후련합니다.

발표 일주일을 앞 두고 터진 학우들간의 돈거래 사건으로

모두의 마음이 흔들렸음에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려온

2022년 화성 학우님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이 일정을 점심도 과일로 드시면서 소화하신 채운쌤

마지막까지 꼿꼿함과 명철함을 유지하신 선생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이번 학기 에세이 장원은 김재순, 감로화 두 분 선생님의 글이 선정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두분은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통해서 자신의 편견을 깨고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을 잘 서술하셨고

그 과정의 고민이 잘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으셨습니다.

 

 

 

<코멘트 정리>

 

첫째. 우리가 읽은 텍스트를 통해서 내 삶을 다르게 본 지점을 찾아야 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읽고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된 지점을 찾아라. 뭘 배우게 되었는지 생각해야 한다. 이 고전에서 사고를 진행하는 과정을 문제 삼아야 한다. 질문이 달라졌거나, 질문하는 방식이 달라졌거나, 편견 하나가 교정되었거나, 전제가 깨졌거나, 이 질문에서 시작해 다른 질문에 도달하게 되었다는 것을 써야 한다.

 

둘째. 논리적 전개에 대하여

글을 쓰는 것은 사람들과 자기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그러므로 풀어서 설명해줘야 한다. 문장과 문장의 연관성을 논리적으로 펼쳐야 한다. 주어와 목적어가 없는 글은 모호하다. 이는 사고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발췌 글은 풀어 설명해 주어야 한다. 글의 근거를 우리가 읽은 텍스트에서 찾아라. 자신의 문제와 아우구스티누스의 언어가 맥락에 맞는지 충분히 고민하고 써라. 한 단락이어도 좋으니 자신의 글을 써라.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강변하지 마라. 맨 앞의 질문에서 시작해 묻고 천착해 들어가야지, 확신으로 도망가서는 안 된다.

 

셋째. 느낌, 이미지, 환상의 문제

만족감, 충만감, 심지어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진짜에 대한 허상을 가지고 있다. 느낌, 기분, 이미지에 좌우되어서는 아무것도 만나지지 않는다. 하나의 문제를 진중하게 붙들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반복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기분으로 울컥하면 안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결론을 가져와 의문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그냥 기분에 불과하다. 자기 자리를 직면해야 한다. 회피 끝에 이르는 곳이 지옥이다.

 

넷째. 뭉뚱그려서 일반화하지 마라.

현대인들은, 자본주의 시대에는, 이런 식으로 시작하면 문제의 본질에 닿을 수 없다. 글을 쓸 때 자신을 출발점으로 삼아라. 문제를 일반화하는 것은 대표적인 회피다. 자신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 경험을 숙고하고, 자기 문제를 직면하라.

 

<추가 질문에 대한 답변>

철학을 하면서 항상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자신이 가장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랑, 평화, 믿음, 절망 이런 말들이다. 상식 수준에서 생각하는 것은 사유가 아니다.

 

문제의식은 어떻게 해야 생기는가? 사회문제를 스케치 하듯 바라보거나 자기 문제에 매몰되어 있어서는 문제의식이 생길 수 없다. 자비심은 나와 함께 살아가는 지구 공동체 속의 생명들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 가를 시선을 고정하여 바라 볼 수 있어야 한다. 내 문제가 글로 들어와 설득력을 가지려면 우리의 문제이기도 해야 한다. 자기 문제를 전체 문제 속에서 바라 볼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의 문제는 나의 문제로도 바라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시야는 너무 좁거나 너무 겉핥기식이다. 마음을 내서 보고, 생각해야 한다. 일상 속에서 질문을 던지고 탐구해 들어가다 보면 자기 믿음이 흔들리면서 진짜 질문이 생겨나게 된다.

 

철학은 우리를 안온하게 하지 않는다. 들뢰즈가 말했듯이 아무도 슬프게 하지 않으면 철학이 아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어렵게 어렵게 평안함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괴로움은 자신을 깨어있게 한다. 그 지점에서 뭉개지 않을 때 머리가 예리해 진다.

 

댓글목록

임진각님의 댓글

임진각 작성일

글쓰기를 통해 더 맹렬하게 배우게 된다 는 숙자샘 말씀대로
휙휙 지나가는 일상에서 글쓰기를 하며 '존재탐구'에 관해 그나마 '질문'해봤던, 질적으로 다른 시간을 보내며 기뻤습니다.
아무도 찌르지 않는다면 철학이 아니고, 불편하고 예리한 질문들을 던지고 답을 찾으며 어렵게 어렵게 평안함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새깁니다.

생생하고 세심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