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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Q 글소식] 금릉에서 펼쳐지는 석두의 꿈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18-04-25 14:21
조회 : 207  



홍루몽 리뷰쓰기①

 

금릉에서 펼쳐지는 석두의 꿈 

 

 

김희진

 

홍루몽은 18세기 청나라 때의 소설이다. 『삼국지』와 『수호지』, 『금병매』 등의 역사소설과 애정소설이 인기를 누리며 널리 전파되던 가운데 또 하나의 소설이 세상에 나왔다. 남녀의 지극한 정을 다루고 있으니 또 한 편의 애정소설인가? 고개가 갸웃~ 한다. 이 사랑은 그 사랑이 아닌 것 같다. 제목에 “몽”자가 있으니 구운몽처럼 인생사 부귀영화 모두 헛된 꿈이라는 깨달음의 여정인가? 또 고개가 갸웃~ 한다. 그러기엔 너무 긴 것 아닌가? 서유기의 스님과 제자들처럼 요괴의 유혹을 물리치며 길고 고된 수행의 여정을 떠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주된 배경과 내용은 그저 한 가문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다. 그 안에는 우정과 사랑도 있고, 권력과 권모술수도 등장하니 넓은 세상사의 일들이나 집 안에서의 일들이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책을 한 번 다 읽고 나면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세태염량(世態炎涼)을 그린 책이라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미진한 느낌! 그래서일까?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 시원하게 놓을 수가 없다. 다른 사람들도 이 소설을 만나면 그렇게 되나보다. 중국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파고 또 파는지, 이 소설만을 연구하는 독자적인 학문이 만들어질 정도다. 이름하여 ‘홍학紅學’이다. 과연 내가 이 책을 딱 부러지게 정의할 수 없는 것은 그럴만한 것이었으니, 이 애매함에 대한 찜찜함은 내려놓고, 곧바로 소설 속으로 들어가 이 책에 대한 설명을 소개하는 편이 낫겠다.

 

  지금 이 풍진세상에서 한 가지 일도 이루지 못하고 녹록한 인생을 살면서 홀연 지난날 알고 지내온 모든 여인이 하나씩 생각나 가만히 따져보니 그들의 행동거지와 식견이 모두 나보다 월등하게 뛰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 부모님이 가르쳐 주신 은혜를 저버리고 스승님이 이끌어 주신 은덕을 뒤로 한 채, 오늘날까지 한 가지 재주도 익히지 못하고 반평생을 방탕하게 살아오며 허송세월한 죄를 모두 적어 한 편의 책으로 엮어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비록 내가 저지른 죄는 끝내 면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규중에서 진솔한 삶을 치열하게 살았던 여인들의 이야기가 폄하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단점을 감추고자 하는 나의 불초함 때문에 그 흔적조차 없어지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홍루몽』 1권/나남출판, p24)

 

  총 120회 중 제1회에 서술된 작가의 말은 이 책이 여인들에 관한 기록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지혜가 남다르거나 내조를 잘하는 그런 성숙한 여성들이 아니다. 모두 어리고 아리따운 소녀들이며, 하는 일은 그저 놀고 웃고 떠드는 일이다. 그리고 그녀들의 한가운데 그 시대와는 완전히 어긋나 있는, 니체식으로 말하면 반시대적인 남성캐릭터, 소년 보옥이 있다. 바로 그가 이 홍진 세상에 와서 꿈을 꾸는 자, 홍루몽의 주인공이다. 그럼 꿈을 꾸고 있는 그는 과연 누구인가? 

 

 

석두의 소망


옛날 옛날에, 대황산(大荒山) 청경봉 아래에 돌 하나가 던져져 있었다. 그 돌의 유래는 여와씨가 돌을 달구어 하늘을 때우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것은 여와씨가 36,501개의 돌을 달 군 후 36,500개만 쓰고서 남겨 버려둔 돌이다. 그 돌은 불에 단련되면서 신령을 통할 수 있게 되고 말도 할 줄 알았다. 돌은 한자로 석두(石頭)일 뿐, 돌머리나 돌대가리의 뜻이 아니다. 친근한 옆집 친구의 이름 같기도 하니 이제부터는 석두라고 부르자. 어느 날, 석두는 한 도사와 스님이 지나가며 인간세상의 부귀영화에 대해 얘기 나누는 것을 듣고, 갑자기 그들에게 말을 건다. 자기 좀 거기로 보내달라고. 두 선사는 좋게 달래보지만 석두는 결심을 굳힌 듯 계속 조른다. 이에 스님이 환술을 부려 커다란 돌을 작은 옥으로 만들어서 인간세상으로 환생하는 사람의 입에 넣어서 태어나게 한다. 그 곳이 바로 지금의 남경인 금릉이며 그 중에서도 ‘부귀의 고을, 온유의 마을’인 가씨(賈氏) 가문의 귀공자의 몸을 얻어 이 세상으로 온 것이다. 불가(佛家)에서는 신선세계와 대비되는 인간세상을 홍진(紅塵)세계라고 부른다. 먼지에 햇빛이 비출 때 빨갛게 보이는 것을 이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홍루는 그런 먼지로 지어진 누각을 이르는 것이리라. 인간 세상의 부귀영화가 모두 티끌과 같은 것임을 제목과 서두에 드러내면서 저자는 이 책의 큰 주제를 밝히고 있다.  

     

후에 이 석두는 청경봉 아래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 이번에는 또 자기가 겪은 인간세계의 이야기를 스스로 구구절절 돌 위에 새겨서 세상에 전하려고 한다. “재주 없어 푸른 하늘 때우지 못하고, 속세에 들어간 지 몇 해이던가. 전생과 이승의 기막힌 운명을, 누구를 청하여 세상에 전하리오?” (같은 책, p.28) 몇 세, 몇 겁의 세월이 지나 마침 그 곳을 지나가던 공공도인이 그 글에 흥미를 보인다. 반복해서 읽어보고 석두와 토론 끝에 감동을 받은 그 도인은 그것을 베껴 세상에 전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이 책 『홍루몽』이다. 책 속에 책의 탄생 설화가 들어있는 셈. 

 

능력이 있으나 쓰이지 못하는 외로운 신세는 처량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맞춤으로 제작되어 맞춤으로 쓰이는 건 정말이지 훨씬 재미없는 일이다. 아무도 나의 능력을 모르고, 나의 존재를 잊고 있다는 것은 모든 주인공의 최적의 조건이지 않은가? 베트맨과 스파이더맨처럼 말이다. ‘한바탕 꿈이 되고 만사가 공空으로 돌아갈’ 뿐인 인간세계에 가려하는 석두의 마음을 가리켜 ‘범심(凡心)이 일었다’고 한다. 신령한 존재가 보통 필부의 욕망을 가지게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모험을 떠나는 것이야말로 주인공의 일이다. 석두는 자기의 능력(고작 말하는 능력! 나도 있다. 그 능력)을 발휘해서 도사와 스님에게 부탁을 했고, 한 바탕 모험을 하고, 그것을 모두 자기의 몸에 새겼다. 자기의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을 가지고 소통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보옥과 금릉의 십이차

 

금릉의 가씨(賈氏) 가문에 옥을 입에 문 아이가 태어났다. 대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는 두 가씨 집안은 영국부와 녕국부라 하며, 두 집안은 옥을 물고 태어난 아이의 아버지 대(代)를 기준으로 사촌지간이다. 아이는 거리의 서쪽에 위치한 영국부의 후손이며 가보옥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자라게 된다. 보옥은 성격이 매우 특이하다. 괴팍하고 아주 까칠한 구석이 있는데다, 시녀들과 노는 것만 좋아하고 공부는 통 하지를 않는다. 딱 들으면 금수저, 아니 옥을 물고 태어나 안하무인으로 주색잡기나 하는 대갓집 귀공자 캐릭터다. 하지만 보옥이 여자애들에게 정성을 다하고 그녀들이 쓰는 물건들을 좋아하는 것은 타고난 성정이다. 돌잡이 때 ‘지분과 비녀와 가락지 같은 것들만’ 잡는 통에 아버지를 노하게 했으며, 아주 어릴 때부터 “여자는 물로 만든 골육이고 남자는 진흙으로 만든 골육이라, 여자아이를 보면 마음이 상쾌해지지만 남자를 보면 더러운 냄새가 진동한다”(p.60)라고 말하고 다닌다. 보옥이의 성 정체성은 여성적인 면 쪽으로 기울어진 것 같다. 그렇다고 자기를 여성이라고 여겨 남자애를 좋아하는 것과 같은 성적 욕망은 아니다. 보옥은 자매들을 사랑하고 그녀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데에 탁월한 재주를 지녔다. 보옥은 한마디로 자매애의 화신이라고나 할까? 

 

그런 보옥과 한 집에서 지내는 아리따운 소녀들이 있다. 금릉십이차(金陵十二釵)란 그 여인들 중에서도 으뜸인 열 두 여자다. 금릉의 뛰어난 여인 열 두 명이 모두 가씨 부중에 있다.

 

이 중에서 보옥과 더욱 가깝게 지내는 소녀 둘이 있으니, 바로 임대옥과 설보차다. 대옥은 보옥이의 고모의 딸이며, 보차는 보옥이의 이모의 딸이다. 대옥은 어렸을 때 어미를 여의었는데, 이를 안쓰럽게 여긴 외할머니가 사위는 놔두고 대옥만 불러들여 교육시키고 돌보는 것이다. 할머니(가모)는 금지옥엽같은 보옥과 대옥을 자기 방 곁에서 함께 지내게 했으므로 대옥과 보옥은 어렸을 때부터 살을 부비며 노는 사이가 된다. 그런데 사실 그들의 인연은 전생에서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저 신선세계에서 강주초라는 초목과 거기에 정성스레 감로의 물을 대준 신영시자가 바로 그들이다. 이종사촌인 설보차도 보옥과 인연이 있는데 보차가 언제나 지니고 다니는 금쇄와 보옥이 목에 걸고 다니는 옥이 우연히도 하나의 쌍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또 보차는 어려서 옥을 지닌 남자를 만나 결혼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들은 판이다. 어른들도 모두 알고 있고 보차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으니 현세의 인연이 전생의 인연보다 더 구체적이고 현실화 되는 힘이 쎄보인다. 전생은 알 길이 없지 않은가! 대옥이는 맨날 울면서도 자기가 왜 우는지는 모른다. 강주초는 신영시자의 감로에 보답하겠다면서 자기는 감로가 없으니 눈물로 갚겠다는 발원을 하고 태어난 것이다. 그러니 ‘본투비 청승’일 수밖에. 

 

보옥이는 대옥과 보차를 너무나 좋아한다. 그들의 아리따운 모습을 아끼고, 마음을 헤아리느라 하루가 너무 바뻐 공부할 시간도 없다. 그렇다면 보옥이는 양다리? 아니다. 다리로 세자면 오징어 다리로도 부족하다. 보옥이 방에는 바로 곁에서 시중드는 시녀들이 여럿 있는데, 보옥은 그녀들 하나하나를 모두 아낀다. 습인, 청문, 사월... 등등. 또 어머니 방에 있는 시녀와도 친하고, 사촌형님의 첩의 재주도 아낄 뿐 아니라, 지나가다가 만난 여자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런 건 편력이 아니다. 이것은 분열증이다. 보옥은 모든 여성, 아니 여성스러운 모든 것들을 아끼고 사랑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남성이 가지고 있는 여성성도 사랑하여 사촌조카 며느리(보옥이보다 나이 많음)의 남동생과 친구가 된 후에는 매일 서당에 가서 붙어 다니는 재미에 열중한다. 재주가 뛰어난 창극배우와도 은밀히 우정을 나눈다.

 

고운 것, 예쁜 것. 부드럽고 정성을 다하는 것, 마음의 지극함이 있는 곳에 보옥이는 마치 자석처럼 끌리고 그 순간 대상에게 마음을 옴팡 쏟는다. 보옥이 꿈에서 만난 선녀는 보옥의 캐릭터를 이렇게 설명한다. 

 

 “너는 지금 천성적으로 깊은 사랑에 빠진 자로 우리는 이를 ‘의음(意淫)’이라고 한단다. 뜻이 넘친다는 이 ‘의음’이란 두 글자는 입으로는 전할 수 없고 오직 마음으로만 느낄 수 있을 뿐이며, 말로는 밝힐 수 없고 정신으로만 통할 수 있을 뿐이다. 지금 이 두 글자를 얻었다 함은 규중에서 진실로 좋은 벗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세상의 길과는 어긋나고 엇갈리어 백방으로 비난 받고 수없는 눈총을 받게 될 것이다.(p.141)

보옥이를 보고 고금의 제일가는 음인이라고 하면서도 그의 음란한 면이 여색을 밝히며 쾌락을 추구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한다. ‘의음’이라는 낯선 단어는 이해하기 힘든 보옥이의 성격적 특징을 규정하고 있는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 만나게 될 보옥의 엉뚱한 말과 행동들은 모두 이 개념으로 수렴시키면서 읽어나가야 할 것이다.

 

헌데, 보옥이의 성격을 특징지으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언하는 이 선녀는 누구일까? 

 

 

변두리의 인물들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금릉의 영국부, 녕국부를 배경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앞서 보옥의 전생에 얽힌 석두와 신영시자의 스토리처럼, 무대 바깥에서 이 중심무대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엑스트라가 되기도 하는 주변 인물이 있다. 경환선녀는 신선세계의 태허환경(太虛幻境)이라는 곳에 살면서 “인간 세상에서 갖가지 사랑으로 맺은 빚을 다스리고 풍진세계에서 사랑 때문에 원망하는 여자와 어리석은 남자를 관장하고” 있다. 큐피드보다 하는 일이 복잡하다. 꿈에서 이 선녀를 만난 날, 보옥은 몽정을 하고 그날로 시녀 습인과 운우지정을 치룬다.  

 

또, 제일 처음에 등장한 도사와 스님은 신선세계에서 석두를 옥으로 만들어 이승으로 보내준 사람들이지만 가끔씩 이 홍진세계에 등장하여 보옥이의 목숨을 쥐락펴락하는 존재들이다.

 

가우촌 이라는 사람은 미스테리다. 맨 처음에 등장하지만, 영국부와 녕국부의 스토리에 전혀 개입하거나 나오지 않는다. 가부와 맺은 실낱같은 인연을 유지한 채, 혼자 흥망성쇠하는 삶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가부의 주변부를 맴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서두에서 본 바와 같이, 태허환경과 신선세계는 무대의 배경이나 주변부가 아니다. 오히려 보옥이 살고 있는 금릉의 세상이야말로 꿈이며 공으로 돌아갈 티끌이다. 가우촌이라는 주변의 인물도 그렇다. 그의 삶에서 가부는 풍문으로나 전해 들으며 자신의 성공에 적절히 이용하는 주변부가 된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주변일까?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일까? 또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일까? 그건 답할 수 없는 문제다. 

 

홍루몽은 과연 어떤 책이며,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줄지, 마치 꿈처럼 명확히 잡히지 않는 이 소설을 읽어나가며 우리는 끊임없이 이런 질문들을 던지며 가게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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