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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장자스쿨] 내 나이가 어때서
 글쓴이 : 고은비 | 작성일 : 19-06-19 18:01
조회 : 475  



내 나이가 어때서!

 

고혜경(감이당 토요 대중지성)

20대, 능력도 안 되면서 욕심만 앞섰다. 일류 대학을 나와 돈도 많이 벌고 인정도 받는 주위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한없이 우울해졌다. 앞날이 궁금해졌다. 점을 보러 용한 집을 수소문했다. 이런 내게 친구가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무당 계함에게 반한 열자 이야기다. 열자가 스승 호자에게 ‘무당이 미래의 일을 다 맞춘다.’고 호들갑을 떨다가 그것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깨우치는 내용이다. 점집은 접었고 그 글이 실려 있는 『장자』를 함께 읽었다. 

첫 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물고기가 바람을 타고 붕새가 되어 구만리 상공을 나른다. 그 새가 날면서 아래를 보면 아지랑이와 먼지뿐이다. 우와! 입이 딱 벌어졌다. 하늘엔 등이 몇 천리나 되는 붕새가 날고 귀엔 바람소리가 들렸다. 그 상상들은 현실의 나를 잊게 해줬다. 또 ‘흥, 구만리 상공에서 보면 일류건 아니건 모두 똑같아.’ 하며 당치도 않은 자위를 했다.

『장자』와의 만남은 요행수를 기대해 점이나 보려는 나의 어리석음이 깨지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어 기괴하고 장대한 상상이 펼쳐지는 글들이 이어졌다. 이미지는 그려지나 뜻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친구의 도움으로 <내편>을 겨우 읽고 장자와 헤어졌다. 

60대, 장자를 다시 만났다.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남들처럼 살아보려고 나름 애를 썼는데 나만 모든 일이 어긋나는 것 같았다. 아들, 딸과는 갈수록 나만의 짝사랑이다. 내가 아파트를 팔면 놓친 풍선 꼴이 된다. 값은 아득히 올라가다 시야에서 사라진다. 남편은 고맙지만 맘에 안 든다. 생각의 전환은 시도하지 않고 자기연민에 빠졌다. 기억을 곱씹으며 ‘네 탓’도 했다. 이렇게 자신을 들볶는 와중에 감이당을 만났다. 여기선 삶을 해석하는 다양한 층위의 담론들이 열렸다. ‘남들처럼 살려고’했지만 그것이 안 돼 슬펐던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중지성을 신청했다. 여기의 『장자』는 예전의 『장자』가 아니었다. 광고와 물욕에 사로잡혀 있던 내가 조금씩 보였다. 외부의 잣대에 휘둘리는 모습도. 자신 삶의 해석이 남들에게 있으니 얼마나 흔들리며 괴롭겠는가?

‘추수’편에는 장자의 당당한 삶이 잘 나타나있다. 초 왕이 두 대신을 보내 그를 초청했다. 낚시를 하고 있던 장자는 돌아보지도 않고 ‘거북은 죽어서 뼈를 남긴 채 소중하게 받들어지기를 바랐을까요, 아니면 오히려 진흙 속을 꼬리를 끌며 다니기를 바랐을까요?’하며 단번에 청을 거절한다. ‘자신의 뜻은 감추고 왕의 안색을 살피느라 전전긍긍하기 싫다. 가난하지만 자유를 누리며 살겠다.’는 확고한 태도다. 눈이 환해졌다. ‘그래, 이거야!’ 장자의 호탕함이 조명탄을 터뜨린 듯, 휘청거리는 내 삶을 적나라하게 비췄다. 돈, 남들 눈 등 외부를 의식하느라 정작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다. 장자는 많을수록, 높을수록 좋다는 소유의 획일적 가치를 한 방에 날린다. 당위와 표상이 아닌 너의 삶을 살아내라고 외친다. 

 

어디선가 속삼임이 들려온다. ‘너, 내일 모레가 70인데 지금까지 살던 습을 버릴 수 있어? 이 나이에 힘들게 무얼 바꾸니? 그냥 살아.’ 아니다. 변화 없는 삶은 죽은 삶이다. 명이 다하기도 전에 이미 죽을 순 없다. 이 나이에 무엇을 두려워하리? 60중반, 당당한 삶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실행하기엔 지금이 딱 좋은 나이다. 이 나이가 어때서?

나와는 너무 다른 장자의 거침없는 태도가 올해 함께 할 텍스트를 『장자』로 이끌었다. 물론 장자가 호락호락 곁을 내주지는 않을 것이다. 세상 귀중한 것들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 법. 쉽게, 편하게만 살려고 했던 습을 바꾸는 계기로 삼겠다. 삶과 직접 만나는 지점에서 발하는 지성이 대중지성이다. 올 해 『장자』와의 만남으로 생길 내 삶의 변곡점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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