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e.basic
커뮤니티
사진방
감성에세이
홈 > 커뮤니티>감성에세이

[2019 감이당-나는 왜] 나는 지금 '글쓰기'로 도주 중이다!
 글쓴이 : 백곰 | 작성일 : 19-07-28 21:54
조회 : 500  



나는 지금 글쓰기로 도주 중이다!

고영주(감이당)

 


나는 30대 초반 정규직이다. 20대 초반부터 회사생활을 했으니, 꼬박 10년을 한 셈이다. 취직하고 돈을 벌고 승진을 목표로 노력하는 것은 자본주의라는 배치 안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당연한 코스라고 생각했다. 그것만이 라는 주체가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고,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코스를 기반으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넓은 아파트에서 스위트홈을 꿈꾸며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매뉴얼을 잘 실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감이당을 알게 되었고, 공부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뜬금없이 내 인생에 공부라고? 솔직히 말해, 나는 책과 영~거리가 멀다. 학창 시절, 학교 공부는 물론이고 책이라고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대학도 가지 않았고, 친구들보다 일찍 사회에 뛰어들어 경제활동을 시작한 것이 자랑이라면 자랑이었다. 그러던 내가 두껍고 어려운 철학책을 읽으며 글을 쓰고 있자면 사람 팔자(八字) 알 수 없다.’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전의 나를 상상하면 도저히 예상치도 못한 전개가 내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연? 필연? 누가 시켜서? 아니면 스스로 원해서? 솔직히 이유를 찾을 여유도 없다. 현재 나는 천개의 고원을 읽으며, 매일 매일 어떻게 쓸까 고민하며 사는 중이다.


천개의 고원, 빨갛고 엄청난 두께의 이 책을 받을 당시 나는 심한 기침과 고열로 병원에 누워있었다. 식욕도, 의욕도, 아무 감정도 없이 팔에 꽂힌 주삿바늘 하나에 의지한 채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가방에서 책을 꺼내 들었고, 서문을 읽어 가던 중 역자의 마지막 말에 갑자기 심장이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당신에게 드릴 테니 부디 기쁘게만 살아라.” 나는 다시 천장을 바라보며, ‘... 나는 지금 기쁘게 살고 있는 것인가라고 중얼거렸다. 도대체 천개의 고원은 어떤 책이길래 역자는 독자들이 이 책으로 인해 기쁘게 살기를 바라고 있는 것일까.

 

기쁘게 산다는 것은 삶을 수동이 아닌 능동적으로 사는 것이다. 감이당 공부를 하면서 지금까지 이 내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은 전부 자본의 명령!’에 의해 수동적인 행동에서 비롯된 환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점에서 글쓰기는 누구도 명령할 수 없는 나만의 능동적인 실천이다

 

천개의 고원의 저자들은 지속적인 실천의 집합을 도주선이라고 한다. 도주선은 언제나 긍정적이며, 여기에는 항상 기쁨이 존재한다. 하지만 도주선은 그냥 그려지지 않는다. 신중해야 하고 끊임없이 실험해야 한다. ‘무기를 가지고 도주하라!’ 우연히 만나게 된 천개의 고원은 지금 나를 이루고 있는 자본의 배치에서 달아날 수 있는 도주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고원 안에는 다양한 출구들이 있다. 각각의 고원은 독립적이지만 충분히 서로를 연결접속 하고 있다. 나의 삶과 고원의 개념이 글로써 결합할 수 있을까. 한 편의 글을 마무리하는 것은(마무리는 끝이 아니다.) 또 다른 글을 써야 하는 실천이다. 나는 지금 글쓰기로 도주 중이다! 무엇으로부터? 자본으로부터! 이 실천이 언제나 내 삶의 기쁨이 될 수 있기를!


 

그것은 하나의 수련(修練)이며, 하나의 불가피한 실험이다. 그것은 당신이 그 실험을 도모하는 순간 이미 만들어져 있지만, 당신이 도모하지 않는 한 그것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확실치 않다. 당신은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 () 그것은 결코 관념, 개념이 아니며 차라리 실천, 실천들의 집합이다.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천개의 고원, 2003, 새물결, p287)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Me2Day로 보내기 게시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맨앞이전다음맨뒤
목록
199개의 글이 있습니다.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199 [2019 화성] 자신이 연약하다는 착각 산진 10-13 170
198 [2019 화성] 보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삶을 살아봐 플랫화이트 10-13 213
197 [2019 감이당_ 나는 왜] 춤 한판의 이치도 그 안에 있었네 달무리 09-19 259
196 [2019감이당-나는 왜]이옥, 내 마음을 흔들다 감이당 08-29 465
195 [2019 감이당-나는 왜] 스토리로 읽는 『동의보감』 포츈쿠키 08-29 482
194 [2019 감이당-나는 왜] 생명본위(生命本位)로 산다는 것 파랑소 08-18 933
193 [2019 감이당-나는 왜]『티벳 사자의 서』, 아버지가 준 선물 수천수 08-18 471
192 [2019 금성-나는 왜] 감각적 쾌락, 집착에서 깨달음으로 후후연 08-16 471
191 [2019 감이당-나는 왜] 인간을 이해하는 일, 『마음』읽기 산진 08-09 456
190 [2019 감이당-나는 왜] 나는 지금 '글쓰기'로 도주 중이다! 백곰 07-28 501
189 [2019 장자스쿨] 욕망 기계들이여, 새로운 삶을 부팅하라 세경 07-20 532
188 [2019 장자스쿨] 자기해부의 글쓰기 무늬 07-20 575
187 (2019 금성) 장자, 생명의 주체로 살다 소리향 07-19 474
186 [2019 금성] 공자님은 왜, 주역에 날개를 달았을까 복희씨 07-19 548
185 [2019 금성] 조설근의 기억법- 현장보존의 미학 흰나비 07-19 465

감이당| 주소  서울시 중구 필동 3가 79-66 깨봉빌딩 2층   전화  070-4334-1790

copyright(c) 2012 gamidang.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