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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감이당-나는 왜]『티벳 사자의 서』, 아버지가 준 선물
 글쓴이 : 수천수 | 작성일 : 19-08-18 11:21
조회 : 294  


 



티벳 사자의 서, 아버지가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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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원 (화요 감이당 대중지성)


내 꿈은 차()선생이 되어 다도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내가 감이당에 온 이유는 차()선생을 할 때 고전을 읽어두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막상 감이당에 와보니 예상과는 달랐다. 생전 처음 보는 책을 읽고, 스스로 글을 쓰고, 발표를 해야 했다. 당시 나는 글쓰기를 하겠다는 마음을 정하고 찾아온 게 아니었고, 글을 왜 써야하는지도 몰랐다. 글쓰기는 남 일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글쓰기의 기초적인 부분들이 다 엉망이었다. 엉망으로 쓴 글을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창피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마음 때문에 괴로웠다

 

그 다음 해, 가을 추수가 끝나갈 무렵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는 수년간 치매로 엄마를 괴롭히셨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많이 미워했다. 그런데 막상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돌아왔을 때였다. 감이당에서 함께 공부한 튜터샘은 나에게 티벳 사자의 서를 권해주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서 이 책을 읽어드리는 것이 자식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이라면서. 그동안 아버지를 너무 미워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던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부터 49일이 되는 날까지 티벳 사자의 서를 읽어드렸다.


티벳 사자의 서는 산자가 죽은 자에게 들려주는 책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고 사후세계가 이어진다. 망자는 이 죽음의 단계를 혼자 온전히 감당하면서 가야 한다. 그 길을 갈 때 희미한 빛을 따라가면 안 된다. 해탈을 상징하는 빛을 따라가야 한다. 그런데 망자가 생전의 신체에 깃든 과거의 업 쪽으로 이끌리면, 해탈의 빛을 좇지 않고 희미한 빛을 따라가고 만다. 이것을 막기 위해 망자의 가족이나 스승이 이 책을 읽어 준다. 죽은 사람이 어떻게 들을까 싶지만 이때는 육체가 몸 밖으로 나온 상태라 더 잘 들린다

 

오직 아버지께서 죽음을 잘 통과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나는 티벳 사자의 서를 읽어 드렸다. 아버지가 내 목소리를 잘 들으실 수 있도록 집중해서 읽었다. 왜냐하면 지금 아버지가 무섭고 낯선 세계에서 헤매고 있을까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놀란 부분은 생전의 업이 죽어서도 반복된다는 내용이었다. 습관의 힘이란 참 센 법이구나 싶었다. 그 습관이 죽음 이후에도 영향을 끼치고 다음 생과도 연결이 된다니 말이다. 그러면 습관을 바꾸는 훈련은 살아있을 때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바로 글쓰기가 습관을 바꾸는 훈련이 아닌가. 왜냐하면 글쓰기는 반복되는 자신의 문제를 알고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쓰기는 저승에서 벌어지는 일과 닮아 있었다. 책에서 핵심을 찾는 것은 죽음의 단계마다 나타나는 빛을 찾는 것이며, 그 빛을 따라가서 죽음을 통과하는 과정은 글을 쓸 때 하나의 주제를 붙잡아서 집중력 있게 밀고 나가는 훈련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쓰기의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눈 밝은 선생님들은 저승에서 망자가 해탈의 길을 가도록 안내하는 자비의 신과 비슷했다.


그렇다면 감이당서 하는 글쓰기 공부는 티벳 사자의 서에서 말하는 그 사후의 세계와도 연결이 되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이 공부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갈등이 필요 없게 되었다. 결국 내가 아버지를 위해 읽어드린 티벳 사자의 서는 아버지가 나에게 준 선물 같은 책이었다. 죽은 사람을 위한 텍스트이자 산 사람을 위한 텍스트가 바로 티벳 사자의 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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