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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화성] 보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삶을 살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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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플랫화이트 작성일19-10-13 20:57 조회2,1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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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삶을 살아봐

 

신상미(화요대중지성)

 

지난 5월 친구와 블루보틀 1호점인 성수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오래전부터 블루보틀의 커피 맛이 궁금했었고, 여러번 취소한 도쿄 여행 스케줄에는 언제나 블루보틀이 있었다. 감이당 숙제와 발목 물리 치료로 정신 없이 살고 있는 나에게 무언가 줄 때가 된 것 같았다. 한시간 넘게 줄을 서서 주문을 할 때 쯤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보상은 육아와 직장생활을 잘 버텨준 나에 대한 격려였다. 격려를 핑계로 보상의 사이즈는 커져갔지만, 어느 순간부터 당연시 여겨졌고, 별 느낌이 없었다. 점점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이 지겨웠고 답답해졌다. 나의 동력이었던 보상들은 순간의 즐거움만을 주었을 뿐 내 삶에는 어떤 변화도 주지 못했던 것이다. 반복적이면서 버티는 삶을 멈추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어서 공부를 하는 공간으로 왔다. 그런데 왜 아직도 보상이 필요한지? 나를 이해하기 힘들 뿐이다.

 

나에게 보상의 의미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 소확행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 사용했을 때는 갓 구운 빵을 뜯어먹는 것같은 생활 속에서 작은 기쁨이었다. 소비시장에서 생활밀착형 마켓팅과 만나면서 작은 사치를 뜻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명품 가방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없이 자신이 트랜디하고 특별하다는 허세를 즐기면서 이미지만 소비하고 있다. 그 결과 2018년 우리 사회 10대 소비 트랜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행복은 사라지고 소비만 남게 된 이 상황이 나의 소확행의 경우도 비슷하다. 시작은 커피 한잔이 주는 향긋한 충만감과 그 시공간이 작은 행복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계적인 보상을 하는 소비 행태만 남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욕심은 많아지고, 현실과의 간극이 생기면서 소확행을 찾게 된 것 같다. 언제나 이 정도의 작은 사치는 괜찮아 하면서 살다보니 습관이 되버린 것이다. 공부를 하면서도 보상을 찾는 이유는 일상을 버티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무난하게 사는 것이 평범한 삶이고, 변화가 두려웠기 때문에 이 순간의 편안함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버린 것이다. 집착이 강해질수록 버티기 한판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가 지치면 보상으로 달래면서 그럭저럭 현상 유지하는 삶을 살 뿐이었다.

 

평범한 삶이 최선의 삶이라는 생각을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당장 일상을 다르게 살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장금이의 열정적인 사랑법이다. 장금이는 수라간 궁녀에서 중종의 주치의가 된 <대장금>의 주인공이다. 평생 시련의 연속에도 주저하지 않고, 당당하게 겪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였다. 새로운 관계 속으로 끊임없이 들어갔고, 배움의 자세로 삶의 고비를 넘어갔다. 장금이는 언제나 길 위에 서서 생성하고 변이하는 유목적 여정으로서의 사랑. 이름하여 걸으면서 사랑하기!’(고미숙, 연애의 시대, 북드라망, 158)를 하는 존재였다. 나와 장금이가 다른 점은 삶의 자세이다. 나는 견고한 전제 속에서 익숙함만 고집하였고, 경험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불안함으로 두려움이 컸다. 새로운 감정들을 느낄 기회들을 거부하고 있었다. 차이를 만들지 못하는 일상은 막힐때마다 보상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반면에 장금이는 삶의 거창한 전제가 없었기 때문에 안주하지 않고 떠날 수가 있었다. 그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경험과 감정들이 또 다른 삶으로의 변화를 가능하게 했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 이외의 어떤 보상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보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삶은 내가 생각하는 평범함에 대한 전제들을 해체할 때 가능하다. 그 전제들이 다르게 보이면서 불편한 감정들도 기회로 느껴질 것이다. 끊임없이 부딪치면서 깨지더라도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관계 속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직진할 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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