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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수성] 기분 좋네요
 글쓴이 : 박상례 | 작성일 : 20-08-09 10:59
조회 : 269  




기분 좋네요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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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례 (수요대중지성)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부자연스러운 폭력이라고 말하는 자살이 작품을 끌고 간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나도 모르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시간들이 있어서인지 평소 죽음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살에 도달하게 되는 선생님의 의식을 따라가다 보면 죽음과 자살에 대한 거부감, 긴장감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을 읽게 되었다. 그러나 선생님의 죽음에 대해 쉽게 공감이 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자살을 해야 하는 거지? 조금만 마음을 바꾸면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계속 나를 괴롭혔다. 진심으로 그와 공감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그의 긴 유서를 반복해 읽었다.





죽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파란도 곡절도 없는 단조로운 생활을 해온 내 내면에는 늘 이런 고통스러운 전쟁이 계속되었다고 생각해주게. ... 내가 그 감옥 안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을 때, 또 그 감옥을 도저히 부술 수 없게 되었을 때 결국 내가 가장 손쉬운 노력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자살밖에 없다고 생각했네. ... 늘 내 마음을 죄어오는 불가사의하고 끔찍한 그 힘은 내 활동을 모든 방면에서 막아내면서 나를 위해 죽음의 길만을 자유롭게 열어두고 있네. (나쓰메 소세키, 마음, 송태욱 옮김, 현암사, 2016, 270


 


  선생님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고요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그 마음속은 고통스러운 전쟁이 계속된다. 그에게는 왜 죽음의 길만이 자유로웠던 것일까?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유산을 가로채 간 숙부 때문에 선생님은 따뜻하게 삶을 감싸주던 고향을 잃었다. 조카의 돈으로 사업을 일으키고 첩까지 들이는 숙부로 인해 인간에 대한 믿음까지 잃게 된 선생님에게 돈은 더 큰 불행의 씨앗이 된다. 조상의 유산으로 자신의 아버님은 고상한 취미를 누리며 살고 자신도 충분히 혜택을 받고 살았지만 감사함보다는 잃어버린 것에 대한 결핍만이 남아있다. 생전에 아버지는 자신처럼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은 아무래도 타고난 능력이 무뎌진다, 즉 세상과 싸울 필요가 없으니 못쓰게 된다, 라고(156) 했었다. 먹고 살만큼의 적당한 재산을 가진, 애써 일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은 그에게 끊임없이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의식을 확장하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도쿄로 온 선생님은 하숙집 아주머니와 아가씨의 친절이 자신의 때문이 아닐까, 의심하며 괴로워한다. ‘K’라는 고향친구를 하숙에 들이면서 아름다운 아가씨를 가운데 두고 갈등이 생긴다. 그 과정에서 K는 결국 목숨을 끊는다. 예기치 않은 친구의 주검을 앞에 놓고 선생님은 그가 남긴 유서의 내용을 확인한다. 친구가 목숨을 끊은 그 절박한 순간에 비겁한 자신의 실체가 탄로 날까, 아가씨의 사랑을 놓칠까 두려워 유서를 들여다보는 자신의 모습에서 숙부와 같은 악마를 보았다. 자신만은 순수하고 고결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온 그였다. 그러나 이제 사랑을 앞에 놓고 그 자신도 믿을 수 없는 악인이 된 것이다. 자신 때문에 K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의 삶은 스스로 용서할 수 없는 감옥이 되었다. 아가씨와 결혼을 하면서 그의 감옥은 더욱 그를 죄어들어 온다. 아내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K에게 위협을 당하는 느낌이 든다.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온힘을 다해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며, 술에 빠져 자신을 잊으려고도 해보았지만 그런 방법들은 그를 더욱 염세적으로 만들뿐이었다. 믿고 사랑하는 아내조차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처절한 외로움이 몰려왔다. 그는 ‘K가 왜 죽었을까자꾸 생각한다. 실연 때문이 아니라 자신처럼 혼자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죽음을 결심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었다. 자신을 진정한 친구라 믿었던 K가 친구의 배신에서 느꼈을 처절한 외로움이 K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 거라는 생각에 그는 더욱 죄의식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런데 선생님의 죄의식은 실제로 일어난 일보다는 거의 추측에 의한 것이다. 나쁜 기억에 갇힌 자의식을 계속 재생하고 확대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거부하고 그 누구와도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한 선생님은 죄의식과 외로움으로 시간을 채워간다. 과거의 기억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견고한 자의식은 죽음으로 자신을 내몰 수밖에 없다. 살아있는 생명으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살아 있으나 죽은 목숨과도 같다. 선생님은 아내가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고 참혹한 공포를 주기 싫어 모르는 사이에 슬쩍 세상을 떠나려 한다고 말한다. 아내의 영혼의 순결성을 지켜주고 싶어 모든 비밀을 가슴에 품고 떠난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 마음에는 자신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 세상을 살아갈 아내의 삶에 대한 무책임과 사랑에 대한 오해가 깔려 있다. 그토록 지켜주고 싶었던 아내의 영혼의 순결성은 결국 지키지 못한 자신의 순수성을 위한 제물이었다.



 


스스로 손을 내밀어


 


세상 사람들로부터 격리된 내가 처음으로 스스로 손을 내밀어 얼마간이라도 좋은 일을 했다고 자각할 수 있었던 것은 그때였지. 나는 일종의 속죄라는 이름을 붙여야 하는 기분에 지배되고 있었던 거네. (같은 책, 267)


 


   죽은 K와 같이 외로운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 장모님이 병으로 드러누웠다. 정성껏 장모님을 간호하면서 자신의 몸을 움직여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가 가치가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때까지 K의 묘를 찾아가고 아내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 전부였던 그에게 인간을 위한, 좋은 일을 했다는 자각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장모님을 간호하던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가 느꼈듯이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의 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을 손을 벌려 안아줄 수 없는 사람, 그가 바로 선생님이었다.’(29)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자신이 죄인이라는 의식을 뼈저리게 느끼며 사는 선생님은 안타깝게도 이런 기회를 더 이상 손을 내밀어 붙잡을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그가 느끼는 죄의식은 이러한 선한 행위로 해결 할 수 없는, 가혹한 죽음으로서만이 끊어낼 수 있는 깊고도 견고한 것이었다.   


   남편의 폭력과 경제적인 압박으로 나의 결혼생활은 너무 힘들었다. 자기 전에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을 수시로 했다. 삶이 수치스러워 모멸감에 시달렸지만 아이들을 앞에 두고 그런 감정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일기장에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쏟아 놓았을 뿐이다. 새벽에 일어나 우유배달을 하고 식당에서 하루 종일 설거지를 했다. 나쁜 기억들이 나를 괴롭혔지만 내일을 위해서 자야 했고 아침이 오면 또 하루를 살아야 했다. 선생님이 부모를 잃은 후 세상에 대한 불신과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죄의식과 외로움에 시달릴 시간에 나는 어쩔 수없이 하루하루 일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현재를 살아야 했던 것이다. 나에게는 늘 나를 바라보고, 내게 손을 내밀던 아이들과 지인들이 있었다. 죽음의 이유로 내게 떠올랐던 모멸감과 외로움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유대감과 뭔가 이루어냈다는 성취감 속에서 사라졌다. 어느 순간 죽음이라는 말이 나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살아보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든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네. 기억해주게, 자네가 아는 나는 먼지에 더럽혀진 후의 나라는 것을. 더럽혀진 햇수가 긴 사람을 선배라고 한다면 나는 분명히 자네보다는 선배겠지. (같은 책, 166)


 


   다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그의 말 속에는 삶에 대한 후회와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오랜 시간 자의식으로 괴로워하던 선생님에게 젊은 가 나타난다. 선생님의 과거가 낳은 사상에서 진실하게 인생의 교훈을 얻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에게는 선생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선생님은 에게 늘 죽음의 그늘에서 살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뼈아픈 과거와 그 안에서 요동치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써내려간 긴 유서를 남긴다. 인생의 선배로서 가 살아갈 세상은 진실함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깃들 수 있기를 바라며 써내려간 피의 기록이다. 새로운 세대인 는 기꺼이 선생님과 공감한다. 심장을 가르고 따뜻하게 흐르는 자신의 피를 선사하려는 선생님의 뜻이 의 가슴에 깃들어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선생님의 다시 살고 싶다는 소원은 내게 남겨진 숙제라는 느낌이 든다. 선생님이 그 시대가 주는 압박 속에서 결국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내게는 아직 다시 살 수 있는 많은 시간이 놓여 있으니 말이다. 그 숙제를 따뜻한 선물이 되게 하려면 앞으로 삶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아이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지금까지 내 삶의 최대 목표였다면 앞으로는 좀 더 나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나의 행복이 무엇인가를 질문하며 살고 싶다. 나 자신에 대한 탐구에서 결국 세상으로, 우주로 확장되는 시선을 갖고 싶다. 선생님의 안중에는 자신을 위한 행복이 없다. ‘와의 짧은 교감에서 행복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죽음이 삶으로부터의 도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처절하게 죽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써내려가고 그것을 다음에 오는 세대에게 선배로서 전달하려는 태도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지 않을까? 그러나 그 사랑으로 인한 책임감이 그의 삶을 너무 무겁게 만들었다. 나는 그에게서 삶에 대한 사랑은 되도록 가볍고 경쾌해야한다는 것을 배운다. 힘든 시간을 견뎌온 선생님과 나,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의 시간을 선사하고 싶다.


 


‘2백 미터쯤 먼 바다로 나가자 선생님은 뒤를 돌아보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넓고 파란 바다 위에 떠 있는 사람은 우리 둘 말고는 없었다. 그리고 강렬한 햇빛이 눈이 닿는 모든 물과 산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자유와 환희에 가득 찬 근육을 움직여 바다에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 선생님은 다시 손발의 움직임을 뚝 그치고 하늘을 향해 누웠다. 나도 선생님을 흉내 냈다. 파란 하늘빛이 반짝반짝 눈부시게 비치듯이 통렬한 색을 내 얼굴에 내던졌다. “기분 좋네요하고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같은 책,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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