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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화성] 자기긍정의 시작
 글쓴이 : 동글 | 작성일 : 21-04-26 20:19
조회 : 440  


 


자기긍정의 시작

 

염보경(화요대중지성)



 


낮은 자존감  

 

  몸이 아팠던 엄마에게 사람들이 애를 낳고 산후조리를 못해서 아픈 거니, 다시 출산하고 산후조리를 잘하면 좋아진다고 했다 한다. 그렇게, 나는 가난한 집에서 언니, 오빠와 터울이 많이 나는 늦둥이 막내로 태어났다. 나는 몸이 약하고 밥도 잘 안 먹었다. 한번 성질을 부리면 악을 쓰고 울다가 나중엔 거울을 보며 한동안 울곤 했다. 그러면, 엄마는 “부모가 죽었냐”라며 매몰차게 말하고 냉정하게 외면하였다. 엄마는 자식을 속으로 예뻐해야지 겉으로 하면 애 버린다고 했다. 엄마는 부지런하고 깔끔했고 음식을 잘 만들어 주었다. 아버지는 일에 매달렸다. 각자 일은 알아서 하는 분위기였다.

 

  5살 무렵 동네에 나가서 노는데 어떤 애가 땅꼬마라고 놀렸다. 나는 걔와 싸웠어야 했는데 싸운 기억이 없다. 모욕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었던 것같다. 싸울 용기가 없어선지, 싸워봤자 질 것 같아선지 모르겠다. 엄마는 나처럼 키 작고 몸이 약했다. 아버지도 몸이 약했고 무뚝뚝하고 무표정하고 워커홀릭이었지만 돈은 많이 벌지 못했다. 나는 활동적이지 않아 집에서 엄마와 있는 시간이 많았다. 엄마는 좋은 체격, 건강, 능력있고 자상한 남편을 부러워하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부터 내 외모를 받아들이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터인지 엄마가 부러워하는 것들을 나도 갖고 싶어했다. 돈, 명예, 스윗트홈 다 갖고 싶어했다. 그게 내 욕망과 일치해서였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 딱히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게 없었는데, 성적에는 집착했고 공부는 곧잘 하는 편이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나는 무표정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했다. 말주변이 없고 고집이 셌다. 친구도 별로 없고, 활동적이지 않았다. 이기적이고 내 발밑만 보고 주변은 돌아보지 못했다. 초등학교 통지표에 담임선생님의 코멘트내용은 ‘묵묵히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함’이었다. 취학 전 일일학습지를 했는데, 누가 시키지 않아도 놀이보다 학습지를 먼저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키가 작으니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했던 것 같다. 내 작은 키를 장애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대학교 엠티에서 각자의 살아온 얘기를 하는 시간에 나는 할 말이 없다고 하여 썰렁하게 만들었던 적도 있다. 학창시절에 친구들에 대한 관심보다 성적에 집중했고, 직장생활 중에도 사람들에 대한 관심보다 내가 할 업무에만 신경 썼다. 나자신을 비롯한 사람은 물론, 자연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 내가 사회적으로 번듯하게 보이려면 직장과 가정을 둘 다 잘 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늦은 결혼을 하였다. 그러나, 시모와의 갈등으로 빠른 이혼을 하게 되었다. 자괴감이 들고 위축되었다. 사람들이 하는 자녀얘기 등의 시시콜콜한 사는 얘기에 공감이나 관심이 떨어졌다. 나의 단조로운 사생활이 수치스럽고 드러내기 싫어서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대화하지 못하고 표면적으로 지냈다. 외롭고 지쳤다. 결국, 명퇴를 했다. 그럼, 좀 편해질 줄 알았는데, 아침일찍 출근않고 시간을 낭비하고 중도하차했다고 나를 비판했다. 나는 왜 항상 나를 싫어하고 비판하고 ‘~해야한다’고 강요할까?


 


질문없는 나에서 질문하는 나로


  출근을 안하니 시간은 많은데, 텔레비전은 재미없고 독서에 집중하지도 못했다. 유튜브를 많이 보게 되었는데, 고미숙 선생님 강의도 많이 보았다. 강의 내용 중 소외감과 권태, 허무에 시달리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인생 또한 다르지 않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질문하는 순간 우리는 무명의 깊은 수렁을 발견한다. 아, 나는 나를 모르는구나! 삶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채 살아왔구나! 하지만 이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곧 구원이다. 앎은 무지를 알아차리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법이니까. 그래서 가장 위험한 것이 질문은 없고 이미 답이 정해져 있다고 여기는 태도다.” 

(고미숙,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북드라망, 158쪽)


  유튜브 오프라윈프리쇼 에카르트톨레의 ‘새로운 지구’편를 보고 참나과 거짓나의 개념을 알게 되었다. 책도 사서 읽어 보았다. 거짓 나인 에고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알고 있지만, ‘참나는 누구일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제껏 전혀 궁금해 한 적이 없다. 외모, 직업, 가족관계 등이 나라고 여겼다. 그런데, 아무리 잘 나가는 사람도 늙고 병들고 죽는다. 외모, 돈, 명예, 스윗트홈도 부질없이 사라진다. 사라질 것에 집착하면서, 열등감으로 움츠러드는 내가 어리석게 보였다. 생각하는 방향을 바꾸려면 읽고 쓰고 타인과 만나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여 감이당 화성과정에 등록했다. 수동적인 내가 바뀌려면 강제성이 필요했다. 칸트철학강의에서 현상과 표상이라는 개념을 들었다. 인간이 시간과 공간의 좌표에 갇힌 존재라는 것이 와 닿았다. 내가 아는 것은 안다는 착각일 뿐이다. 사유없이 대중이 좋다는 것을 따라 살았다. 깊이 생각하기 보다, 욕망에 끄달렸다. 욕망하니 불평불만을 갖게 되고, 화를 쌓게 되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틀고 싶었다. 배움과 관계로 나아가야 할 것같다. 화성에서 글쓰기 숙제를 하다 보니, 사유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게을리 했던 읽기도 하게 되었다. 도반들의 글을 들을 때, 공감가는 구절이 있고 반가웠다. 아! 나처럼 다들 힘든 부분이 있구나. 사는 게 외롭다고 생각했는데 연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순수한 천리의 본성


“옛날 처음의 나는 순수한 천리의 본성 그 자체였지. 점차 지각이 생겨나면서 본성을 해치는 것 어지럽게 일어났다네. 식견이 본성에 해가 되고, 재능도 본성에 해가 되어 습관화된 마음과 습관화된 일들 뒤얽혀서 풀어 내기 어렵게 되었네, 수많은 성인들 그림자처럼 지나왔으니, 나는 나로 돌아가고자 하네. 어린아이나 어른이나 그 마음은 다를 것 없다네.”

(「처음의 나로 돌아가라!: 환아잠」 길진숙, 『18세기 조선의 백수지성탐사』, 북드라망, 170쪽)


 

  우리는 별의 폭발로 인한 먼지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죽으면 분해되어 우주의 먼지로 흩어진다. 먼지는 물질뿐인가? 양자역학에 의하면 물질은 입자이면서 파동(에너지 또는 기)이라고 한다. 순수한 천리의 본성은 비물질인 에너지로서 우주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물질세계에서 성실하게 사는 것도 가치있다. 동시에 순수한 천리의 본성, 신, 우주, 영혼에 대해서도 질문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오래 전 훌륭한 분들도 이런 질문들을 해 왔고, 책을 남겨 주셨다. 고맙게도 우리는 고전을 읽고 쓰고 도반들을 만나면서 이런 질문들을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욕심부리고 부정하기 보다는 긍정하고 감사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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