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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화성] 훈육, 엄마의 마땅함을 먼저 세우라
 글쓴이 : 파랑소 | 작성일 : 21-07-12 06:45
조회 : 610  

 

 

훈육, 엄마의 마땅함을 먼저 세우라

 

이소민(화요 대중지성)

 

 

重地 坤  

坤, 元, 亨, 利, 牝馬之貞. 君子有攸往. 先迷, 後得, 主利. 西南得朋, 東北喪朋. 安貞, 吉. 

初六, 履霜, 堅冰至.  

六二, 直方大. 不習无不利.

六三, 含章可貞, 或從王事, 无成有終.  

六四, 括囊, 无咎无譽.  

六五, 黃裳, 元吉.

上六, 龍戰于野, 其血玄黃.   

用六, 利永貞.  

 

얼마 전, 어린이집에 잘 가던 아이가 갑자기 등원을 거부했다. 회사에 가야 하니 시간은 없는데... 처음 경험하는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하루 정도는 안 보낼 수도 있는데 이게 습관이 되면 어떡하지?’ 남편은 방으로 들어가 유튜브를 검색해보았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면 단호하게 보내라”는 육아 전문가의 말. 결국, 우리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 마주했을 때마다 유튜브를 찾아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육아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지점은 나의 행동으로 인해 아이가 잘못될 것 같은 부담스러운 마음이 든다는 거다.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하는 걸까? 무슨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일까?

 

마침 이번 학기 화성에서 주역의 중지곤 괘를 만나게 되었다. ‘만물이 생겨나는 근원’이며 ‘만물을 성장시키고 형통하게 하는’ 중지곤! 인간이라는 종이 등장했을 때부터, 아니 그 전에 생명이 탄생했을 때부터 어머니인 대지는 쉼 없이 만물을 길러냈을 것이다. 중지곤은 모든 효가 음으로 이루어진 괘이다. 괘상으로 보면 괘의 가운데가 일정하게 비어있어 무엇이든 포용하겠다는 준비가 되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지곤의 여섯 효 중에서 특히 중정(中正)한 육이효가 눈에 띄었다. 육이효는 하괘의 중심으로 중지곤 괘의 주인공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육이의 효사는 이렇다. “直方大, 不習无不利”(곧고 반듯하고 위대하다. 애써 익히지 않아도 이롭지 않음이 없다.) 자, 이제 8글자의 코드를 풀어보자.

 

‘직방대’를 뒤로하고 ‘불습무불리’ 먼저. 육이의 효사 중에서도 특히나 익히지 않아도 이롭지 않음이 없다는 말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이를 처음 키우는 나로서 육아란 당연히 하나하나 배워야 하는 영역이었다. 신생아 목욕에서부터 기저귀 갈기, 이유식 등등. 모든 것이 새로운 세계라 책을 통해 또 영상을 통해 지금껏 배우고 있었다. 하지만 주역에서는 말한다. “평소에 축적했기 때문에 익힐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푼다”(정이천, 『주역』, 121쪽)고. 그러니까 육이는 ‘덕을 평소에 축적하고 그 행위를 평소에 드러나게’ 했기 때문에 굳이, 애써 더 배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말하는 평소에 이미 쌓아둔 ‘덕’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육이의 곧음(直)과 반듯함(方)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직(直)은 “맹자가 말하는 반드시 일삼음이 있되 마음에서 기대하지 않게 하는 것”(정이천, 『주역』, 123쪽)이고, 방(方)은 “마땅한 의리로 외적인 일들을 반듯하고 올바르게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마땅한 의리’란 “옳음과 그름이 있다는 점을 아는 것”(같은 책, 123쪽)이다. 곧 직방(直方)이란 ‘옳음과 그름’을 기준 삼아 기대하지 않는 마음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마땅함, 옳고 그름의 기준을 생각하다 보니 나는 어떤 원칙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졌다. 훈육하면서 언제, 무엇을, 어떻게 알려주어야 하는지 늘 헷갈렸다. 아이에게 자주 안 된다고 말하면 주눅이 들까 싶어 그조차도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분명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이 방(方)에서 말하는 ‘마땅함’일 것이다. 내 삶의 원칙은 무엇이었던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자연적 질서 속에서 각자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수행”(같은 책, 37쪽)해야 하는 존재가 아닐까? 천·지·인 삼재 가운데 나의 위치를 파악하고, 또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예의를 배워야 한다. 나도 아이도 익혀야할 것은 이것이다. 세상의 이치를 파악하고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는 것 말이다!

 

자, 옳고 그름의 기준을 정했다면 이제 해야 할 것은 ‘기대하지 않는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아이가 ‘마땅함’이라는 큰 원칙에서 벗어날 때만 훈육하려고 해보았다. 그럼에도 사소한 일에서 자꾸 뭔가를 바라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늘 그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펼쳐졌다. 이런 기대하는 마음을 잘 들여다보니 그것은 나의 수고로움(편안함)과 연결되어 있었다. 흘린 밥을 조금은 덜 치우려고, 양치하는데 에너지를 덜 쓰려고, 어린이집에 얼른 보내고 자유 시간을 보내려는 마음 때문에 어느새 ‘마땅함’을 기준으로 훈육하겠다는 결심은 사라지고만 것이다. 기대하면 할수록 커지는 사사로운 마음이 원칙과는 다르게 행동하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기대’하지 않아야 옳고 그름을 기준삼아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육이의 직방(直方)함을 익히면 그 자체로 포용하는 힘(大)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럴 것 같다. ‘마땅함’을 기준 삼아 '기대하지 않는 마음'으로 육아를 한다면 아이의 어떤 행동도 받아들이지 못할 게 없다. 이는 대상전의 덕을 두텁게 하여 모든 것을 담는 '후덕재물(厚德載物)’과도 연결된다.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정리가 되니 양치하는 데 조금 장난을 쳐도 배변 훈련이 늦어져도 크게 혼을 낼 일이 없다. 그렇게 결심했는데도 아이가 장난을 칠 때면 치울 생각에 화가 올라온다. 하지만 잊지 말자. 내가 해야 할 것은 부드러우면서도 강건한 암컷말(牝馬之貞)처럼 ‘마땅함’이라는 원칙을 지켜나가며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다. 육아는 정말 엄청난 수행이 필요한 일임이 틀림없다.

 

이제껏 아이를 키우는데 실전 기술만 익혀왔음을 고백한다. 무엇을 먹여야 좋다, 이 시기에는 어떤 장난감이 필요하다 등등. 그러니 유기농 재료로 먹이지 않거나, 뭔가 다른 아이에 비해 발달이 늦은 것 같으면 불안감이 올라왔다. 엄마가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 지를 알지 못한다면, 이런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아, 이제야 알겠다. 훈육에서 중요한 건 다양한 전문가들의 기술이 아니라, 엄마의 삶을 대하는 태도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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