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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성] 나와 나의 사람들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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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람emty 작성일21-12-24 20:51 조회5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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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나의 사람들의 세상

 

        은보람 (수요대중지성)

 

 작은꼽추 이야기는 어느 재봉사 부부에게서 시작된다. 살인범으로 지목될 것이 두려웠던 재봉사 부부는 꼽추의 시체를 유대인 의사의 앞에 가져다 놓았고 그걸 보고 본인이 꼽추를 죽였다고 오인한 의사는 시체를 옆집 굴뚝으로 던지는 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져 나간다. 재봉사 부부의 한 순간의 두려움에서 시작된 일이 사건의 사건으로 파생되어 나가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다. 나는 이야기 속의 이러한 등장인물들 간의 연쇄작용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런 일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나의 마음 역시 다른 이의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식으로 다른 이에게 전의되고 다른 이의 마음 또한 또다른 이에게 전의되어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실질적인 세상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모든 것들의 모든 것은 끊임없이 서로 연결되며 파생되어 뻗어 나간다. 그리하여 한 사람의 마음 속에 자리 잡은 작은 두려움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 마침내는 실재하는 사건으로서 자리를 잡는다. 작은 것은 그렇게 것이 된다. 그러므로 애초에 작은 것은 작은 것이 아니다.

 

 

마음의 연쇄작용

 

 나는 마음 속에 어느 순간 걸리는 일이 생기면 거기에 집착하기 시작 한다. 이걸 했어야 하는데 라거나 , 실수했네 하는 작은 생각은 ‘이제 다 끝났어’나 ‘망쳐버렸어’라는 큰 생각으로 증폭된다. 그러고 나면 나는 실재하는 주위 환경에 집중을 못한다. 주변 소리도, 지금 당장 신경써야 할 모든 것들이 거슬리는 것으로 느껴지고 내 신경은 온통 마음 속 그 작은 티끌에 쏠린다. 그런 마음의 긴장과 동시에 표정은 심각해지고 말수는 줄어 든다. 그러면 내가 미처 인식못한 내 반응을 주위에서 먼저 알아채곤 한다. 그런 나를 보고 내 친구는 눈치를 보거나 가족들은 걱정을 한다. 내 주위 사람들은 내 작은 기분에 전염되어 같이 기분이 좋아지기도 나빠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내가 왜 이렇게 네 눈치를 봐야 하냐고 화를 내기도 하고 내 강아지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달라진 표정을 보고 가만히 앞 발을 내 가슴에 올려 놓는다. 그때서야 나는 내 기분을 알아챈다

 

 나는 주위 사람들을 눈치 보게 만드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그건 내 스스로가 주변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해 과소평가 했기에 일어 났던 일인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렇게나 순식간에 나의 감정과 에너지가 주위 다른 존재들에게 전달되고 주변 공기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날 나와 우리의 날은 긍정적여지기도 부정적여지기도 한다. 이렇게 누군가에게서 촉발된 기분과 에너지는 말 그대로 그 날을 만든다. 세상을 엎었다 뒤집었다 하는 극적인 변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작은 마음 조각에 따라 내가 대면한 세상 자체가 변한다는 것 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나의 마음 속에 싹을틔운 작은 생각은 곧 나와 나의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된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 마음의 작은 생각의 조각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세심하게 살피고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 안에 내가 사는, 나의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있을테니까. 그러니 나의 마음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모든 경계는 착각이고 나는 무한하게 뻗어 나간다.

 

 

마음을 채우는 식당 

 

 강원도 어느 시골마을에 있는 작고 평범한 한 식당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곳 이다. 여행 중 우연히 발견한 이 식당은 싼 가격, 푸짐하고 가짓수 많은 반찬들도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도시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차원이 다른 따뜻함이었다. 다른 세상에서 온 처럼 느껴질 정도로 순박하고 따뜻한 그 사람들이 식당을 하는 주된 목적은 베푸는데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돈을 위해 사는게 아니라 단지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진심을 가지고서. 그들은 그렇게 살아 왔고 그렇게 살아 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사람들이라는 걸 몇마디 해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단번에 매료됐고 동화 됐다. 날 서고 긴장했던 마음은 누그러 졌고 그 사람들이 나와 내 지인을 대하는 마음은 거울처럼 나의 마음을 통해 다시 그 사람들을 향했다착한 사람 앞에서는 조금의 나쁜마음도 품을 수가 없게 되는것 같다. 존재는 깨끗한 것을 보면 그 가치를 본능적으로 알아채고 그것을 지키고 나아 가 닮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내 일행과 나는 그 장소와 음식 모든 것이 너무나도 신기하게 느껴졌다. 음식 맛도 물론 좋았지만 그 이상의 것이 그 식당을 귀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것을 느꼈는지 식당을 평가하는 별점은 높았지만 음식에 대한 칭찬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나 다시 가고 싶어하는 곳이었다. 그 곳은 배가 아니라 마음을 채워 주는 식당이었다. 나와 내 일행은 너무 싼 음식값에 미안해 져서는 두 사람 분을 먹고도 세 사람 먹은 돈을 지불하고 나왔다. 어떻게든 그 마음을 되돌려 주고 싶었다

 

 그 이후부터 여행이 술술 잘 풀리는 것 같았다. 기분이 안좋은 사람을 봐도 뭔가가 맘에 들지 않아도 나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날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도 내내 친절했다. 그냥 저절로 그렇게 됐다. 그래서인지 휴일인데도 사람이 많은 곳에가도 자리가 척척 났고 자리가 나지 않아도 상관 없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만나는 사람들도 다 친절하게 느껴 졌다. 나는 그날 강원도가 너무 좋았다. 밤이돼서 잠자리에 누웠을때 나는 하루를 장악한 에너지가 새삼 신기했다. 그 식당 사람들 마음이 내 마음에 일으킨 변화가그 작용이 참 신기했다. 나도 그 사람들처럼 오늘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변화를 주었을까하는 생각도 해 봤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의 반응이 내게 영향을 미쳤듯이 나의 반응 또한 누군가에게영향을 준 것임이 분명했다. 그렇게 나의 친절이 세상을 바꾸는 상상을 했다.

 

 

부메랑 메커니즘

 

 작은 꼽추 이야기에서는 이발사의 두려움에서 촉발된 마음의 도미노 같은 연쇄작용이 정확히 역순으로 다시 일어난다. 하지만 이번엔 사람들의 선의를 싣고서. 그리고 그들 사이에 퍼져가는 양심은 끝에는 마침내 이야기의 시발점이었던 이발사의 진실 고백까지 가 닿는다. 이 같이 발산했다 다시 수렴하는 부메랑의 메카니즘은 또한 선한 것이든 악한 것이든 모든 마음은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 같다. 그렇게 모든 것의 모든 것에 연결돼 있는 우리의 마음은 그 모든 것들을 거쳐 결국엔 우리 자신에게 되돌아 온다. 내게서 나간 내 마음은 결국 내게로 돌아온다는 어쩌면 당연하지만 신비한 삶의 진실 한조각을 천일야화는 속삭이는 것 같다. 그러니 마음의 발산은 동시에 수렴을 뜻 한다. 나가고 드나드는 것의 분별이 없다는 것은 나와 세상 사이의 경계가 없다는 것을 뜻하고 그것은  자신이 모든 것임과 동시에 아무 것도 아님을 뜻 한다. 그리고 경계 없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이 공동체는 단 한시도 운명을 달리 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보다 작은 단위인 내가 소중한 만큼 또다른 나인 상대도 중요하고상대가 중요한 만큼 나도 소중한 것이다. 분명히 그것이 맞다. 하지만 나는 이 성찰과는 정확히 반대로 살아 온 사람이었다. 

 

 

친절의발견

 

 나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잘 살 있다고 생각 했다. 그렇게 기대 안하고 상처 안받고 사는 게 훨씬 편했다문을 닫아버리는 이 편리한 방법은 마음이 지쳤던 어느 날 내게서 신문물처럼 발견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이후로 꽤 오랫동안 사람에게 기대면 더 편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걸 잊고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타인의 부재는 내게 진정한 안정을 가져다 주지 않았다. 나는 심플하고 편리해 지는 동시에 불편하고 복잡해 졌다. 타인에게 상처 받는 일은 줄었지만 근본적으로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생채기를 내는 것 같았다

 

 누군가 나에게 마음은 외부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거라고 했다. 친절한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있는 순수는 삶의 보다 본질적인 것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또한 타인을 궁금해 하고 함께이기를 원했던 어린 시절 나의 마음과도 닮아 있다. 나는 분명히 따뜻하고 호의적인 것에 반응하는 존재다. 나는 차가운 것 보다 따뜻한 것이 좋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누구에게나 발견할 수 있는 그 따뜻함이 나는 좋다. 이 평범한 사실을 인정하는게 언제부턴가 어려웠다. 차갑게 식은 마음도 따뜻한 것을 향하고 필요로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걸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가 친절한 사람들을 닮아 가는 것이 이를 도울 것이라 생각 한다. 그렇게 내게 새롭게 발견된 친절은 나와 나의 세상, 그리고 나의 사람들의 세상을 분명히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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