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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온라인 감이당 대중지성] 천천히 그 방향으로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22-05-16 20:39
조회 : 204  
전 주 연(감이당)

내가 하루를 보내는 시간이 가장 긴 곳은 회사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회사에 근무한지 6년째이다. 6년 동안 내 옆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는 동료가 있다. 그녀는 실수할까봐 자신이 일을 그르칠까봐 걱정을 많이 하며 일을 많이 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자연히 그 일은 나를 포함한 다른 팀원에게로 갔다. 특히 옆자리인 내가 일을 많이 떠안아 고생하고 있었다. 마침 퇴직한 직원이 생겨 업무 분장을 새로 하게 되었다. 회의석상에서 그녀의 성향을 아는 직원들이 업무를 좀 더 맡으라고 압박을 주었고 나도 내 의견을 피력했다. 결국 나는 일을 좀 덜게 되었고 그녀는 일을 좀 더 맡았다.

퇴근 무렵 그녀가 나를 불러 직원들하고 작당을 하여 자기에게 일을 더 많이 주었냐고 따지듯이 물었다. 나는 그런 적이 없고 그 말을 들으니 너무 불쾌하다며 자리를 떴다. 나는 그동안의 그녀가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행동들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면서 그녀가 참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점점 미워지고 있던 때 그녀는 사는 것이 괴롭다며 불교대학에 들어갔다. 매일 108배를 하고 부처님의 말씀을 배운다고 했다. 그리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고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거라고 배운 것을 틈만 나면 나에게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꼭 불교를 배우라고 권했다. 그녀가 그럴수록 나는 더 불교를 배우기 싫었다. 불교를 배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을 남에게 미루고 자기 이익만 강조할 때는 도대체 불교란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게 했다. 그녀는 몇 년째 매일아침 108배와 명상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내 반대편 자리의 본인 일도 열심히 하고 배려가 있는 다른 직원과 그녀를 계속 비교한다. 그리고 타고난 성정이라는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무리 불교를 공부하고 수행을 한다고 하더라도 타고난 것을 이길 수 없다. 그리고 성인이 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는 이 생각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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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반대편 자리의 본인 일도 열심히 하고 배려가 있는 다른 직원과 그녀를 계속 비교한다.

얼마 전 또 업무 분장을 하게 될 일이 생겼다. 그녀와 또 감정싸움을 하는 것을 상상했고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그녀는 자기가 그동안은 어려운 업무가 두려워서 맡기 싫었는데 이제 한번 해보겠다고 어려운 업무를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열심히 할테니 많이 도와달라고 했다. 완전히 달라진 그녀와 완전히 틀린 나의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 얼마 전 라성에서 읽었던 책의 문구가 스쳤다.

‘태어나면서부터 알고 그 앎을 편안하게 실천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배워서 알고 그것을 이롭게 여겨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반드시 남이 한 번 노력할 때 자기는 천 번 노력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의 기질은 각각 서로 다르지만 이렇게 하여 이룬 결과는 모두 같다.  (왕양명 지음, 『낭송 전습록』 문성환 풀어 읽음, 북드라망, 121쪽)

나는 타고난 어떤 것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그러므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녀의 수년간의 노력을 보지 않았다. 보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오만한 생각을 키워가고 있을 때 그녀는 느리지만 꾸준히 좋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타고난 성정과 배우는 속도는 전혀 중요치 않다. 넘어지더라도 남들보다 늦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그 방향을 보며 걸어가는 것이 소중하다. 나는 뒤늦게 그녀의 뒤를 따른다. 그리고 그 방향을 보며 걷는다는 다짐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느낀다. 그녀와 나는 아주 좋은 동료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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