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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VS 불경] 주역과 금강경이 들려준 지혜, 나를 비우라!
 글쓴이 : 박장금 | 작성일 : 19-01-31 21:48
조회 : 792  


주역과 금강경이 들려준 지혜나를 비우라!

  

                                                                                                                                                 박장금


10년 연구실 생활에 연구실 생활인이 되어 있었다나도 모르게 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이런 나를 그냥 둘 연구실이 아니었다엄청난 압박이 들어왔고 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지금이야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지적을 받을 때는 꽤나 억울하다나의 행동이 어떤 의도를 가진 게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이제야 조금 알게 된 게 있다의도 없이 드러나는 나의 패턴이 더 문제라는 것내가 눈치를 못 챌 정도로 그 만큼 나쁜 습속과 내가 하나로 들러붙어 있다는 것이므로

공부 초기에는 문제가 생기면 스승과 친구들의 눈치 보기에 급급했었다이런 태도야 말로 공부와는 동떨어진 태도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자의식의 문을 더 두텁게 하기 때문이다혼자 고민할 때는 노 답이던 것이 고전을 읽으면 욕심이 보이고 손상되면 큰 일 날 것 같은 자아가 눈 녹듯이 녹아내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그 경험이 나를 계속 공부의 장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올해는 금강경과 주역을 읽으면서 지금보다 더 자아가 녹아내리는 체험을 하게 된 것 같다. 지금까지는 공부를  통해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에 빠져 있었다면 이제야 공부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절감하게 됐다고나 할까. 삶은 나의 의지로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것. 변화무쌍한 물결을 피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다가오는 매 순간들을 잘 살아내려면 유연해져야 번뇌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음을 약간은 눈치 챈 것 같다. 그나마 공부를 않했으면 이런 생각이라도 했겠나. 그렇다고 뭔가 해결된 기분은 아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10년을 공부한다고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깜깜하다는 것이다. 뒷걸음을 치고 싶은 마음도 여러 번 올라온다. 동시에 새로운 물결이 계속 흘러오는데 뒤 걸음 치는 것은 어디 쉽겠나 싶기도 하다. 그러니 눈을 딱 감고 그냥 가는 수 밖에. 그런데 어디로? 가려면 방향을 잡아야 한다. 하여 이번 기회에 공부의 최고봉인 '주역과 금강경'과 만났으니 그 인연을 틀어쥐고서 나의 상태를 진단하고 새로운 공부의 지도를 그려보고자 한다.  

  

중풍손_비워야 공손할 수 있다


중풍손괘의 전 괘는 화산려로 이곳저곳을 떠도는 자의 괘였다손괘는 바람이고 들어간다는 뜻으로 아래 위가 모두 바람으로 부드러움과 공손함을 의미한다. 새로운 것과 접속을 하려면 공손함이 필요하다. 손괘의 괘사는 약간 형통하고 가야 이롭고 대인을 만나는 게 이롭다고 말한다. 왜 공손함이 형통한 것일까. 동파는 형통함을 설명하면서 공손함의 정체부터 밝히고 있다. 진정한 공손함은 조화이고 짝퉁 공손함을 동화라고손괘에서 조화를 말 할 수 있는 효는 구사와 구오효이다육사는 공손함으로 구오를 도와 자발적으로 사냥하여 왕에게 이익을 돌려 서로를 유익하게 만든다구오는 흔들림 없는 리더쉽을 발휘하고, 구사는 그런 구오 리더를 믿고 자발적으로 복종한다이 두 효의 특징은 의무나 강제가 아니라 내적 에너지에 의해 공손함을 발휘한다는 점이 다른 효과 다르다. 내적 변화로 인한 공손함을 발휘하려면 자신을 비워야 한다비워야 외부와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보다시피 육사와 구오는 공손함을 행하여 다른 관계까지 변화를 일으켰다서로 다른 존재가 되었으니 동파가 말한 조화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난 올해 불경 텍스트들을 읽으면서 육조 혜능의 변화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어린 시절 그는 가난하여 나무를 팔러 갔다가 금강경의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야 한다(應無所住 而生其心)” 는 경문을 듣고 한번 듣자 마음이 맑아지고 문득 깨달은 바가 있어서 곧장 홍인 화상을 찾는다홍인 화상은 그에게 오랑캐라 부처가 될 수 없다고 냉정하게 거절한다하지만 깨달음으로 달라진 혜능은 불성에 무슨 차별이 있냐고 홍인 화상에게 당당하게 반론을 제기한다나무꾼 주제에 하늘같은 선사 앞에서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인식의 대전환이 일어났기 때문이다쉽게 말해 일개 나무꾼이라는 분별이 깨지고 자아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생긴 것나를 비우는 공손함이 천지와 소통이 가능한 신체로 변화하게 만든 것이다. 육조 혜능은 자신의 변화로 인해 지금까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이것은 시대를 넘는 조화이자 공손함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중택태_기쁨소인을 군자중생을 부처로 


공손함의 풍괘에 이어지는 괘는 태괘로 기쁨의 괘이다동파는 조화를 이루면 화합해서 기쁘다고 말한다기쁨이란 무엇일까우리는 보통 기쁨하면 소유와 증식을 떠올린다. 역시 하수다운 발상이다. 동파는 기쁨을 전혀 다르게 말한다. 기쁨이란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소인을 건져야 하는 소임 때문에 생긴다는 것. 이것은 능력 있는 누가 누구를 구하는 문제가 아니다. 소인과 군자의 경계는 없다. 언제든지 소인은 군자가, 군자도 소인이 얼마든지 될 수 있다. 다만 군자와 소인을 가르는 것은 소인을 군자로 만들고자 하는 소임을 가졌다는 점이다. 마치 불교에서 부처와 중생의 관계와 비슷하다중생은 불성을 망각했을 뿐 언제든지 불성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소인이 군자가 되고 중생이 부처가 된다는 말은 엄청난 파격이고 복음이다하지만 군자와 부처가 되는 길은 쉽지가 않다왜 그런가스스로 그 길을 찾을 때만이 군자와 부처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쁨을 경험하려면 스스로 길을 찾는 능동성이 필요하다태괘에서 육삼과 상육은 자발적인 동력으로 기쁨을 구하려고 하지 않고 기쁨을 구걸하거나 집착하려는 자이다왜 기쁨이 자신에게 나오지 못하는 걸까남회근 선생은 주역 계사전 강의에서 나라는 의식이 있는 한 남을 지배하고 통제하려고 한다고 말한다번뇌를 없애려면 반드시 나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난 이 대목을 읽르면서 지배욕은 나와 먼 일로 여기고 대충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웬걸. 이어지는 내용이 충격이었다.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싶다면 바로 그게 지배욕이라는 것이다.

그 이후 나를 찬찬히 관찰해보니 쥐꼬리만큼이라도 뭐라도 하면 그것을 인정받지 못해 안달하는 찌질한 내가 계속 포착되었다. "나 어때내가 한 일이야나는 옳고 너는 틀려" 등시시각각 자의식을 동반한 나에 대한 분별 망상이 올라왔고 그 속에서 난 일희일비하고 있었다그것이 불안을 만들고 나를 내 안에 가두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 세계에서 계속 머물면서 나를 방어하는데만 급급해진다.  상대는 보이지 않고 나만 보이고 나와 너가 더욱 선명해지니 계속 막힐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소인이 군자로, 중생이 부처로 가는 변화가 태괘의 기쁨이라면 난 영원히 기쁨을 모르고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더 인정받아야 하고 더 사랑 받아야 하고 더더를 원하는 그 욕망을 해체하지 않는 한 기쁨은 점점 더 멀어질 테니 말이다.  

  

풍수환_어려운 시대를 넘는 리더쉽


어떤 기쁨도 계속 될 수는 없다동파는 세상이 편안할 때는 별 일없이 물이 흐르듯 하지만 어지러워지면 둑이 터져 사방팔방으로 물이 그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환은 글자 그대로 천하가 풀어지고 흩어져서 편안하지 않을 때의 상황을 뜻한다나도 작년에 예상치도 못한 사건을 겼었다난 연구실 중심으로 활동을 했는데 **구 치매센터와 인연이 되어 문체부 시범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난 연구실에서 잘 통한다고 생각한 두 명을 추천했고 그 분들도 흔쾌히 승낙을 해서 일이 시작되었다난 그걸로 나의 임무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국가사업을 한다는 것은 강의만 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관련된 많은 작업을 줄줄이 처리해야만 했다두 분은 강의만 하는 걸로 생각했다가 일이 커지자 점점 수동적이 되어 갔다난 감이당 프로젝트로 시작된 일인 만큼 모른 척하려고 해도 문제가 계속 보였고 그것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그렇다고 내가 뛰어 들어서 하기 에는 여력이 없었다. 결국 일은 커져버렸고 담당자 두 분이 추가된 일에 대해 손을 놓으니 난 그 일을 해결해야만 했다. 난 내 일이 아닌 일을 해야 하니 화가 났고 내가 추천한 두 분과 마찰이 생겼다난 그 화를 이곳저곳에 뿌리고 다녔다. 그때만 해도 난 이 일과 내가 무관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나였고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을 져야 했음을 알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그것을 인정하기 까지 참으로 많은 시간이 걸렸다아무튼 일은 잘 마무리가 되었고외부 평가도 좋았다하지만 결과가 좋으면 무엇 하겠는가감정은 감정대로 소모됐고 관계는 엉망진창이 된 것을그들은 내가 연구실에서 신뢰하는 사람들이었는데 프로젝트로 인해 관계가 완전 파탄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처음엔 이 프로젝트만의 문제라고 생각이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리더쉽에 대한 근본적적인 회의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남아날 관계가 없을 것만 같았다.

풍수환괘에서 동파는 아무리 위기가 와도 리더는 안락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무리가 믿는다고 말한다또한 리더는 불안한 상황을 편안하게 만들기 때문에 서로 다투지 않고 오히려 장구한 계획까지도 세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리더는 위기 상황에 필요한 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난 정 반대의 리더였다. 일이 틀어지자 이번에 진행 프로젝트는 처음 외부와 진행한 일이여서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다다며 대충 수습하고 넘어갔다. 그렇다고 나의 리더쉽의 능력이 커지는 것은 아니었다.  환괘에 등장하는 리더들의 활약을 보니 당시 위기에 대응하는 나의 태도는 하수도 이런 하수가 없다.

육사는 환란 상황에서 부드러운 리더쉽을 발휘하여 사람들을 모아 성장을 돕는다구오는 어려운 시대에 땀에 흠벅 젖을 정도로 리더쉽을 발휘한다이 번 프로젝트에서 난 리더쉽은 커녕 불안을 조장해서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감정 조절 부재였다. 전체 판을 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내 감정에 휘둘려서 상황을 더 힘든 상황으로 몰고 갔다. 문제는 다른게 아니라. 를 놓지 못하는데 있었다 감정이 올라오는데 시비까지 명백해지자 그들의 잘못을 붙들고 나의 옳음을 계속 주장했던 것이다. 나의 옳음이 증명된다고 한 들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이상이 환괘의 거울에 비춘 나의 모습이다. 부끄럽고 또 부끄러울 뿐이다.

  

수택절_기쁘게 절제를


수택절은 못 위에 물이 흘러 내려오는 모습으로 연못은 물을 수용하는데 한도가 있다못이 물을 수용할 수 있는 만큼 받을 수 있으므로 텅 비면 받아들이고 차면 흘러 보내듯이 살면서 절제의 미덕이 필요하다. 절괘는 기쁨을 상징하는 연못과  위험 앞에서 멈춘 물로 구성되어 있다정이천 해석에 의하면 사람들은 기쁨은 그칠 줄 모르고 어려움을 만나야 그칠 것을 생각한다고 말한다딱 우리의 모습이다좋을 때는 좋음이 영원할 것처럼 내 멋대로 하다가 그것이 끝나면 두려워하기를 반복한다윤회가 따로 없다이 윤회의 사슬을 끊으려면 평소에 절괘의 지혜가 필요하다절괘는 힘들게 억지로 지키는 게 아니다. 자발적으로 기쁘게 절제를 해야 한다기쁨에 집착하지 않고 어려움에 쳐하지 않으려면 일상에서 자발적인 절제가 필요한 것이다

나도 문제가 생기면 급 반성을 하고 의지를 다진다결과는 작심 3오래가지 않는다이유는 외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지키는 것에 급급했기 때문이다이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다어떤 습속에 걸려 윤회를 거듭하고 있는 가나의 욕망은 어디를 향해 있는 가이런 질문을 던져야 그나마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사실 이런 생각까지 가게 된 것은 자발적인 것은 아니었다연구실에 있으면 즐거운 일도 많지만 나의 모든 것이 드러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막을 수도 없다소나기 정도라면 어느 정도 수습할 수도 있지만 폭우나 한파가 급습할 수도 있다잔혹하고 냉담한 멘트들로 인해 수시로 갑분싸를 경험해야 한다하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보면 내가 다 자초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금강경에는 선호념을 중시한다선호념은 생각을 잘 지킨다는 뜻인데 머무는 바가 없는 생각이다그 것은 시시각각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마음을 잘 살피는 일이다나를 붙잡고 싶은 욕망자의식인정욕망 등 불쑥불쑥 올라오는 마음의 흐름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야 출구를 찾을 수가 있다남회근 선생은 계사전 강의에서 과일도 속에서부터 썩는다면서 반드시 스스로 썩은 후에 벌레가 생긴다.”는 중국 속담을 언급하신다이처럼 사람도 남들이 나를 욕보이는 게 아니라 반드시 스스로를 욕되게 한 후에 남들이 욕보인다는 것이다결국 나를 붙들고 있는 마음이 나를 좀 먹고 있는 것이다전체 흐름을 보려면 먼저 나부터 해체해야 한다그 작업을 기꺼이 하려면 기쁘게 나를 절제해야 한다차면 흐르고 부족하면 채우면서 그렇게 흐름 그 자체가 되는 훈련을 즐겁게 해야 하는 것이다그것이 바로 절괘의 지혜이다

  

중부와 소과믿음과 과도함 

  

절제한 다음에는 중부괘로 믿음이 생긴다연못에 바람이 부는 것을 감응으로 표현했다중부의 괘상은 속은 비고 밖은 두 양효가 감싸고 있다이 형상을 새의 알이 부화하는 모습으로 보고 있다이런 물상에 비유한 이유는 믿음은 이처럼 알이 새가 되듯 소인이 군자가 되어 변할 때 생기기 때문이다그 믿음의 크기와 범위는 엄청나다중부의 믿음은 돼지와 물고기까지 감응하도록 하는 믿음이다

중부괘의 키맨은 구이로 모두가 짝을 구하는데 급급하지만 구이는 자기중심을 잡을 뿐 짝을 구하지 않는다혼자라 외로울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신뢰가 가득한 구이 곁에는 만물이 자발적으로 호응한다산이 연상된다산은 움직이지 않지만 그 곳에는 새도 나무도 벌레도 모두 모여들지 않는가금강경에는 수미산만한 몸이 등장한다어디에도 걸림 없는 신체를 수미산으로 표현하고 있다내가 만약 걸림 있는 신체에서 걸림이 없는 신체로 변화될 수 있다면 산과 같은 믿음이 생길 것이다걸림이 없이 욕심을 모두 비운다면 나를 주장하지 않아도 인정을 받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사람들과 감응하지 않겠는가

중부괘 다음은 소과괘이다뇌산 소과괘는 산위에 우레가 치는 형상으로 우레가 높은 곳에서 진동하면 그 소리가 평상시 보다 과도할 수밖에 없다이처럼 세상사에는 과도하게 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과도하게 해야 할 때 과도하게 하는 것은 마땅한 것이다언제 과도하게 해야 할까나의 습속을 넘기 위해서는 과도함이 필요하지 싶다좋은 게 좋은 걸로는 지금의 나를 절대 넘을 수가 없으니까. 10년을 공부를 했는데 나의 생각과 감정은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여전히 이기심과 질투심이 올라오면 그 감정에 휘둘릴 때가 더 많다그래도 공부 10년이 헛되지는 않았다이제 자책 대신 나의 생각과 감정을 지켜볼 수 있는 힘은 생겼다.  

내 몸에 새겨진 업은 죄가 아니라 어떤 습관의 힘이라고 한다선한 것일 때는 선업악한 것일 때는 악업이다그래서 마음의 고요함은 쉽게 오지 않았던 것이다몸 안에 피가 흐르고 감각이 작용하기 때문이다그러므로 업식은 저절로 고요해질 수가 없다. 고요한 상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고요한 흐름을 따라감으로써 고요함으로 진입을 해야 한다. 그래서 금강경은 시시각각 일어났다 사라지는 자신의 마음을 잘 살피라는 것이다. 우리는 몸을 가지고 태어난 이상 몸이 만든 상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만든 상이 실상이 아닌 것을 알아채서 그 상을 타파할 수는 있다. 나의 생각과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소과의 과도한 관찰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포인트는 과도함이 아니라 이치를 따르기 위해 필요한 관찰력이 포인트라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기제와 미제끝남과 시작


소과괘를 지나면 완성을 의미하는 기제괘에 이르게 된다완성은 끝이 아니다완성 다음에는 다시 혼란이 기다린다초길 종란은 처음에는 길하지만 끝에는 어지럽다는 뜻이다불경도 안정된 상태를 경계한다우리는 한번 깨닫고 나면 생사를 초월해서 어떤 번뇌도 없이 고요할 거라고 생각한다이것을 불교에서는 단멸견이라고 한다불교에서 단멸을 말하지 않는 이유는 현대과학에서 물질이 에너지의 변화일 뿐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남회근 선생은 말한다깨달음은 과정이지 목표가 아니다득도도를 얻을 수 있다는 말에 갇혀서는 안 된다부처의 길에는 얻을 게 없다어떤 보상과 경지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가다가 멈추게 되고 깨달음의 세계와 접속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기제의 안정은 끝이 아니라  미제로 이어져 리셋이다다시 시작하려면 화수 미제에서 오효의 지혜가 필요하다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올바르게 해서 길하여 후회가 없으니 군자의 빛에 진실이 있어서 길하다고 했다. 이치를 따라 한 걸음씩 가게되면 군자의 광휘가 저절로 발산된다는 것이다과일이 안에서 부터 썩어가듯이 과일의 성장도 안에서부터 일어난다공부한지 10년이 되었다. 10년을 한 주기로 보면 기제에서 미제로 리셋을 해야 하는 때에 이른 것이다. 초기화는 알다시피 지금까지 모든 것을 다 지우는 일이기도 하다. 10년 동안 걸어온 길에 의지해서는 길을 떠날 수가 없다. 미제는 혼란이자 미지의 세계와의 조우이기 때문이다. 낯선 곳을 여행을 한다는 것은 설레임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두려움도 함께한다. 내가 지금 딱 그런 마음이다.

순간 금강경과 주역의 목소리가 겹쳐서 들려온다. ‘여전히 니가 한다고 생각하냐고?’ 이제는 금강경의 목소리가 들린다. ‘결국 인도할 부처도 인도를 당할 중생도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어서 주역의 목소리가 들린다. ‘절대적으로 좋은 것도 절대적으로 나쁜 것도 없다고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사람하기에 달려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화복은 문이 없으니 스스로 자초할 뿐이다.’ 그렇다주역과 금강경의 목소리를 종합해 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순간이 전부이자 세계라고 말하는 듯하다문제는 비우지 못한 내가 모든 것을 막아서 그 흐름을 제대로 보지 못했을 뿐이다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를 비우는 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앞으로 시작할 공부 방향을 나를 비움으로 삼으려고 한. 나를 내려 놓고 변화 무쌍한 그 흐름을 타면서 생노병사의 리듬을 있는 그대로 밟아보고 싶다. 금강경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그렇다 바로 그렇다다시 어떤 사람이 있어 이 경전을 얻어듣고 놀라지 않고공포에 젖지 않으며두려움이 지속되지 않는다면이 사람은 아주 드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놀라지 않고 공포에 젖지 않으며두려움이 지속되지 않는 경지이 경지를 향해 나를 비우는 지적 여정을 계속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참으로 고상하게 들린다그 여정은 분명 또 욕을 먹고 좌절하고 수습하고 또 욕을 먹는 여정이 될 것이다그래서 난 그 여정을 즐기기 위해 뱃심을 기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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