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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고미숙의 신기하고 만만한 서유기] 3. 탄생의 비화2 – 필마온에서 제천대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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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6-07-03 11:40 조회1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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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2026-07-03

[고미숙의 신기하고 만만한 서유기] 

3. 탄생의 비화2 – 필마온에서 제천대성으로!

 

 

지배 욕망이 불러온 충동·객기의 절정판

20년 구도로 내공 닦고 힘 키워도 욕망에 얽매인 삶은 여전
신선의 몸 지녀도 ‘절제’ 없는 방탕한 삶 요괴와 다를바 없어
힘·영생 탐착이 부른 오만한 태도, 현대인의 모습과 닮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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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립공문서관(National Archives of Japan) 소장 ‘내각문고본 신전전상서림양민재행 전상서유기(新鐫全像書林楊閩齋行 全像西遊記)’. 손오공(맨 오른쪽)이 여의봉을 휘두르며 옥황상제가 보낸 천군 거령신과 대결하는 모습. 하지만 손오공의 반격에 패한 거령신은 결국 도망친다. (왼편 ‘거령신패’).

 

 

죽음을 벗어나고자 떠난 구도의 여정, 그 20년 후 돌원숭이는 손오공이 되어 수렴동으로 돌아온다. 그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엄청난 내공을 쌓았으니 그 힘으로 세상을 이롭게 할까? 아니다! 구도의 열정은 졸지에 지배와 통치의 욕망으로 변질되었다. 

동쪽의 오래국에서 무기를 약탈하여 사만칠천 마리 원숭이들에게 군사훈련을 시키고 수렴동을 철옹성으로 구축한다. 그 결과 무려 72곳에서 조공을 바치는 제국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럼에도 힘에 대한 갈망은 멈추지 않았다. 용궁에 들이닥쳐 무게 ‘일만삼천오백’ 근의 신령스런 쇠기둥을 약탈한다. 이것은 ‘살짝 당기거나 부딪치기만 해도 죽음’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바늘처럼 작아지기도 하고 만 길 정도로 커지기도 한다. 이름하여 여의봉! ‘33천 하늘과 18층 지옥’에까지 이르는 그 자유자재한 변이능력은 최근 미·이란 전쟁에서 선보인 최신식 무기들-자폭드론, 탄도미사일, 벙커버스터 등-보다 압도적이다. 72가지 변신술, 팔백 리를 순간이동할 수 있는 근두운, 거기에 여의봉까지. 가히 무소불위다! 

그런 다음엔 어떻게 살아갈까? “매일 구름을 타고 멀리 네 바다와 여러 산으로 놀러 다니며”, “잔치를 벌여 술잔을 돌리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살아간다. 멋진가? 참 시시하다! 훗날 손오공이 서천으로 가는 길에서 마주치는 요괴들이 딱! 요렇게 산다. 더 놀라운 건 그렇게 최강자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죽음이 두렵다. 해서 이번엔 아예 저승으로 가 ‘생사부’를 지워버린다. 생사의 이치를 탐구하기보다 천지의 법칙을 농락하기로 작정한 것. 마침내 하늘나라가 움직인다. 옥황상제는 이 날뛰는 욕망을 제어하기 위해 마굿간을 담당하는 필마온이라는 관직을 내린다. 처음엔 ‘말들을 목욕시키고 물을 먹이’는 등 밤낮으로 정성을 다했다. 하지만 이것이 품계도 없는 미관말직임을 알게 되자 꼭지가 홱! 돌아버린다. 즉시 부임축하연 술상을 엎어버리고 수렴동으로 컴백! 이후 필마온은 그에게 평생의 트라우마가 된다. 

상처받은 자존감을 회복하고자 손오공은 수렴동 앞에 ‘제천대성(하늘과 나란히 하는 위대한 성인)’이라는 깃발을 내건다. 기고만장의 극치다. 이 지위를 당장 인정하라며 깽판을 치자 옥황상제는 우주의 평안을 위해 일단 그의 요구를 들어준다. 필마온에서 제천대성으로! 눈부신 비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나락의 코스였다. 돌원숭이에서 손오공으로의 도약이 구도와 정진의 결과였다면, 필마온에서 제천대성으로의 비상에는 충동과 객기로 충만하다. 

그럼 제천대성은 뭘 하며 사는가? 하릴없이 빈둥거리다 반도원의 천도복숭아를 훔쳐먹는데 골몰한다. 왜? 불로장생을 위해서! 결국 하늘궁전의 빅이벤트인 반도대회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고는 화과산으로 튄다. 헌데, 그 와중에도 태상노군(노자)의 금단을 ‘볶은 콩 먹듯’ 다 먹어치운다. 왜? 불로장생을 위해서! 헐~ 이제 이 ‘넘’을 지배하는 욕망은 오직 하나, ‘죽지 않는 것!’ 그냥 영원히 존재하는 것! 

더 이상의 자비는 없다! 옥황상제는 최정예 천군들을 소집하여 열여덟 겹의 천라지망으로 화과산을 포위한다. 손오공의 저항은 극렬했다. 결국 현성이랑신이 등장하여 화려한 ‘변신배틀’로 기세를 꺽어버렸지만 이후에도 천상계 고수들을 다 동원한 뒤에야 겨우 그를 체포하여 사형선고를 내린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도무지 이 ‘넘’을 죽일 방법이 없었다는 것.

“칼로 자르고 도끼로 쪼개고 창으로 찌르고 검으로 살을 발라내려 했지만, 조그마한 상처 하나 낼 수가 없었어요…불을 놓아 태워 없애라 했지만 태울 수도 없었어요…벼락 침으로 찌르게 했지만 터럭 하나 다치게 할 수 없었지요.”(‘서유기’ 1권, 206쪽)

그동안 먹어치운 온갖 단약들이 ‘삼매화’로 단련되어 금강석보다 더 딴딴한 몸이 된 것이다. 죽지 않는 신체에 날뛰는 정신, 최악이다! 하여, 태상노군이 마지막 묘수를 내어, ‘팔괘로에 넣어 문무의 불로 단련하’기로 한다. 중화사상의 베이스인 주역의 이치로 제압해보겠다는 뜻.하지만 웬걸! ‘손오공은 팔괘 가운데 손(巽)궁, 즉 바람의 자리로 파고 들어가서 불을 피하고’, 49일이 지나자 몸을 솟구쳐 가뿐히 뛰쳐나온다. 그 다음엔? 여의봉을 쥐고 닥치는 대로 때려부순다. 신선의 경지에서 한낱 ‘분노조절장애자’가 되는 순간! 

인간이란 존재는 몸과 마음의 교집합이다. 몸을 단련시켜 마음을 통제하는 것이 문명의 전략이다. 특히 도교는 연단술을 통해 ‘불사’의 존재가 되면, 그것이 천지자연과 하나되는 길이라 여겼다. 허나 보다시피 최고 경지에 이르러도 마음은 해방되지 못했다. 해방은커녕 신체적 내공이 커질수록 자연의 이치도, 생사의 법칙도 통하지 않는 강력한 ‘에고’가 출현한 것이다. 그런데 잠깐! 이 캐릭터 웬지 익숙하지 않은가? 맞다! 힘에 대한 끝없는 갈망, 영생에 대한 지독한 탐착, 천지자연에 대한 오만방자한 태도 등이 현대인과 똑 닮았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손오공의 후예다.

“원숭이가 도를 체득하여 사람의 마음과 짝을 맺으니/마음은 바로 원숭이란 말에 깊은 뜻이 있도다/…단단히 묶어둘 일이지 밖에서 찾지 말지어다.”(‘서유기’ 1권, 210쪽) 


출처 : 법보신문(https://www.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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