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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 툭 터서 밀어냄(夬)과 화목(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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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6-07-13 10:38 조회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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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터서 밀어냄(夬)과 화목(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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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기 숙 (토요 감이당 주역스쿨)

 

“일정 조율되는 대로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작년 11월 첼로 샘의 카톡인데, 개학을 앞둔 3월 초까지 연락이 없었다. 나는 이야기 학교 오케스트라 지휘자다. 1년에 딱 한 번 연주하는데, 첼로 선생님이 조율하러 오지 않았다. 10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선생님이 바뀌어 3년 전부터 생긴 일이다. 그래서 내년엔 미리 조정을 부탁했는데, 이래 속을 긁는다. 단톡방을 거슬러 보니 3년 전 면접 때 조율하러 와야 함을 알고 있었다. 일정을 조정하든지, 그만두든지 12월까지 선택하라고 했다. 그만둔다면, 새 선생님을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내 마음도 좋지 않았지만, 내 생각이 옳은데 왜 마음이 불편한지 이땐 몰랐다. 교장 선생님께 연락이 없는데 어떻게 할까요? 여쭈니, 개학 후 함께 점심 먹으며 참석하도록 안내하겠다고 하셨다.

나는 60대가 넘는 바이올린과 첼로, 플루트의 조율을 해야 했다. 연주 장소는 일주일 전에 갑자기 바뀌었는데 마이크 없이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음향 기사는 발표 1시간 전에 온다는데, 조율하고 한 번이라도 연습할 시간이 있을까, 속이 탔다. 피아노를 맡았던 학생이 마음을 바꿔서 나는 피아노를 치며 지휘해야 했는데, 마이크를 설치해도 내 위치에서는 다른 악기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그날은 감이당 4학기 글쓰기 합평 날이었다.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은 나머지 ‘선택’이라는 그럴싸한 낱말로 위협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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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 괘(夬卦, ䷪)와 다시 만난 것이 요 때였다.“‘쾌(夬)’ 자는 ‘툭 터버리다’는 뜻을 지닌 결(決) 자의 의미를 갖고 있다. 즉 무엇인가를 한사코 거절하며 밖으로 내침이 마치 물을 가두어 놓은 둑을 터서 물이 고여 있지 않게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 다시는 어떻게 해야 함께 있을 수 있는지를 묻지도 않는 것이다.”(왕부지,『주역 내전 3』, 김진근 옮김, 학고방, 1041쪽) 내 주장이 옳다며 자신만만했지만, 하루 못 온다고 그만두라며 내칠 일일까, 처음으로 의심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함께 할 수 있는지 묻고 싶어졌다.

1년 내내 수고하며 가르친 애씀은 싹 무시하고, 연주 날 내 힘듦만 중요하게 여겨, 이 기회에 툭 터서 밀어내려고 했구나, 아차 싶었는데, 결정적인 문장을 발견했다.“쾌 괘의 특징은 툭 터서 밀어내는 것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할 수 없다.”(같은 책, 1064쪽) 아뿔싸! 왜? 음(陰)이 드러나면 사람에게서는 소인⋅여자⋅이적(夷狄)이 되고, 심리에서는 이로움과 욕구를 탐함이 된다. 대처하는 방법은(내침이 아니라)보호하고 어루만지는 것이다. 만약 이들을 맞서게 해놓고, 자신의 밖에 있는 존재로 보아 교화하려 들어 그들의 노여움을 가중한다면, (내 마음은) 곧 우려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집이 되고 만다. 이는 이치상 필연이다. (같은 책, 1042쪽)이래서 마음이 불편했나? 실마리를 잡은 듯했다. 첼로 샘을 하나뿐인 음으로 여겨, 1년에 딱 하루 올 수 없음을 큰 문제로 만들어 맞서게 해놓았다. 또 자신의 밖에 있는 존재로 보아 그만두라고 말함으로 첼로 샘을 노엽게 만들었다. 주역은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환이 밖에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안에” 있었다.

점심 모임을 앞두고, 이만큼 알아차린 게 다행이었다. 먼저 단톡방에 글을 올렸다. ‘첼로 선생님, 선택을 강요한 것 사과드려요. 연주는 다가오고, 장소는 음향이 엉망이라 마음이 더욱 급해져서,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요. 제 말이 지나쳤어요…. 다른 선생님께서도 마음이 불편하셨지요. 사과드립니다. 맛난 음식 나누며, 올해도 지혜와 힘을 모으는 기회가 되길 기도해요. 메뉴도 미리 골라보시며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면 좋을 듯해요. 고맙습니다.’ 아무도 답글을 달지 않았지만, 삐지지 않았다. 처음으로!

무엇보다 마음을 살피라는 문장이 많았다.“사람들의 마음 씀 따위는 완전히 무시한 채 꽉 틀어막아 그들이 행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자신의 마음을 처리함이 위태롭고 이로움과 욕구가 이를 올라타게 된다. 사람들의 마음 씀을 잘못 처리하는 것은 위험한 방식이다. 그러므로 마침내 틀어 막히니, 넓고 평온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믿음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쾌 괘의 상에 드러난 교훈은 일말의 사사로움이라도 깨끗이 제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면 끝마칠 때까지 더욱 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 툭 터서 밀어낼 상육효는 소인된 내 마음이었다. 개교 때부터 지휘자로 누려온 기득권을 앞세워 새로 온 선생님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보지 않고, 작은 허물을 크게 만들어 밀어내려 했다. 의로움(공동체의 윤리)으로써 내 욕구(남이 내 뜻대로 순종하게 하려 함)를 제어하지 못했다. 지난 카톡을 다시 읽었다. 기억 속의 내 이야기에 구멍이 보였다. 첼로 샘이 도우려고 애쓴 흔적을 애써 무시했고, 작은 일을 크게 생각하여 억울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여기서 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이 불쌍한 주인공을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꾸며, 주위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었다. 나도 모르게. 왜 몰랐을까? 아주 오래된 습관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 옳음을 곱씹으며 논리적 허술함이 없도록 단단하게 만든다. 내가 옳지 않음을 증명해 보렴. 그 생각 속에서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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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몰랐을까? 아주 오래된 습관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 옳음을 곱씹으며 논리적 허술함이 없도록 단단하게 만든다.

 

맙소사! 놀랍게도 주역이 증명했다.“夬 揚于王庭 孚號 有厲 告自邑 不利卽戎 利有攸往(쾌 양우왕정 부호 유려 고자읍 불리즉융 리유유왕) 쾌, 왕궁의 뒷궁궐에서 드날림이요 믿음이 있어서 큰 소리로 위태로움이 있다는 것을 외쳐댄다. 자신의 본거지에 알리며 이롭지 않으면 곧 무력에 의존한다. 어디를 감에 이롭다.”(같은 책, 1040쪽) 단톡방에서 소인의 마음을 드날림이요, 내 편이 더 많다는 믿음이 있어 큰 소리로 첼로 샘이 위태롭다고 외쳐댄다. 자신의 본거지인 마음에 하소연하며, 이롭지 않으면 곧 말이란 무력을 써서 밀어낸다. 어라, 어디를 감에 이롭다고? 어디로 가야 할까? 내게 물었다. 그렇게 펄쩍 뛰는 까닭이 뭐야? 첼로 샘은 어떻게 1년에 딱 하루 일정도 조정을 못하냐고. 그렇게 주장하는 전제는 뭐야? 아,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고 여겼던 것. 참말로 마땅해? 아니 1년에 딱 하루 못 올 수도 있지. 면접 때 한 말을 지키지 못한 사정을 물어볼게. 점심 모임은, 내 소인된 마음을 툭 터서 밀어냄(夬)을 기뻐(兌)하며 만날 수 있어 화목했다(決而和). “어디를 감에 이롭다는 것은 내치(內治)가 잘 이루어지면 도에 따라 행함으로써 음이 저절로 가로막던 것을 스러지게 한다는 의미다.”(같은 책, 1055쪽) 내 소인된 마음이 스러진 걸 어떻게 알았는지 첼로 샘도 협조하는 태도로 돌아왔다. 이치가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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