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마, 몸에서 길을 발견하다.

이제마는 인간에게 본성이 있다고 중시했고, 이때의 본성은 맹자의 천지자연이 인간의 마음과 같다고 보는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 본성을 가지기 위해 마음수양을 하는데 이것은 성리학적이며, 본성은 변할 수 있기에 확충하고 보존하는 것을 중요시 했다. 이제마는 또한 치료를 통해 병을 고치듯이 삶을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옛 성인들이 말씀하실 때마다 인의예지를 말씀하신 것은 그것이야말로 진실로 일신의 귀중한 보배로써 잃어버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후세사람들은 사심으로 이를 헤하려 인의예지는 다른 사람에게는 유리할지 몰라도 나에게는 이롭지 않다고 여겨 이를 배반하니 오호라 성인이 어찌 너희를 속이겠는가...맹자는 사람이 지닌 사단은 인체가 사지를 지니고 있음과 같은 것이며 사단을 가지고 있으면서 행하지 않는 자를 일컬어 스스로 해치는 자라고 했다. 정령 그렇지 않겠는가.” (격치고, 유략편)

이처럼 이제마는 인의예지가 사실은 내 사지와 같고 인의예지를 실천하지 않으면 자해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본성을 흐리는 욕망을 사심, 욕심, 방심, 안일함의 네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사심을 극복하는 방안은 배우는 것이고 욕심이 올라올 때는 하나한 따져보아야 하고, 방심이 생길 때는 질문을 해야 하고 안일에 빠지면 지성을 발휘하여 인의예지의 마음을 확보라하고 했다. 내가 서 있는 위치를 파악해야 변화를 모색하고 내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 것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이 ‘반성잠’에서 진행되었다. ‘독행편’은 내가 얼마나 탐진치에 빠져있는지를 알고 그 간극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내용의 반성잠의 과정을 거친 후에 본성회복을 위한 실천편인 것이다.

주역의 역(易)의 글자는 태양과 달의 합성자로 태양과 달이 변화하면서 사계절이 생기듯 변화의 기운들이 맞물려서 돌아감을 뜻한다. 사상의학에서는 인간도 우주 기운을 다르게 부여 받으므로 음양에서 한 번 더 분화한 태양, 소양, 태음, 소음인으로 구분된다.

동의수세보원 광제설에서 태양인은 직관이 발달하고 감정을 느끼는데 관심이 없으며 옳고 그럼의 시비를 따진다. 소양인은 가슴이 발달했기 때문에 감정파악을 잘한다. 태음인은 경험과 정보 중심적이며 직관을 믿지 않는다. 소음인은 활동력 보다는 정신 집중력이 좋고 지혜가 넘친다.

소동파는 재주가 많으면 인생이 피곤하고 자기 자식에게도 재주없이 태어나서 별일 없이 무탈하게 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재주를 가지라고 난리인 세상..누구나 지혜, 능력, 재목, 노력 중에 적어도 한 가지는 타고나며 이것이 우주의 원리이다. 자기 능력이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자만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다른 것에는 능력이 없기 때문. 재능과 능력이란 기운의 쏠림일 뿐이다. 소동파가 말한 것처럼 대충 두루뭉술하게 사는 게 좋을 수 있다.

내가 태양인의 기운이면 다른 모든 기운에게 배워야 할 것이 있으며 그 기운에 따라 배워야 할 것이 다르다.

‘동의수세보원’은 이제마가 죽기 직전까지 저술했던 책 이름이다. 수(壽)는 목숨 수로 인간의 수명과 존재를 뜻한다. 세(世)는 세계이며 보(保)는 지킨다는 뜻이고 원(元)은 천지자연의 운리 혹은 원칙이다. 그러니까 동의수세보원은 존재가 세상에 지켜야 할 원칙을 담은 텍스트라는 것이다.

동의수세보원의 판본이 많은 이유는 완성했으나 곧바로 출판하지 않고 수정,보완 또는 삭제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이 있음에도 동의수세보원을 쓴 이유는 임상을 하면서 사람마다 체질의 섬세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제마는 동의보감이 구현하고자 했던 비전인 ‘질병과 처방을 다루는 임상서가 아니라 섭생과 수양을 우선하는 양생서’를 담으면서 포터블한 책을 만들어 모든 사람이 책을 읽고 배워서 스스로 의사가 되게 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던 것이다. 

* 다음주에는 사상체질(태양인,소음인,소양인,태음인)에 대해 디테일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