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3주차 글쓰기 수업 후기: <전습록> 문리스 샘 특강 > 일요 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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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3주차 글쓰기 수업 후기: <전습록> 문리스 샘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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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금이 작성일12-03-07 00:25 조회4,669회 댓글4건

본문

1학년 때 문리스 샘의 이광수의 <무정> 특강보다 10배는 재미있었습니다. 

아부성 발언 아니구요. (^^) 학인들의 웃음소리가 여러 차례 터져나왔었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무척 위로가 되는 강의였습니다.

미발지정, 심즉리, 치양지, 격물치지, 지행합일, 성의 등등이 돌고 도는 순환논리 같아 양명학의 요체가 뭐라는 건지... 자괴감이 밀물처럼 밀려드는데

문리스 샘 왈, "헷갈리죠? 그럴 땐 모두 같다고 하면 맞습니다!!" (하하하. 학인들의 웃음소리. 모두 제 맘 같았을까나요?)


문리스 샘은 왕양명의 삶을 무척 좋아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양명의 생애을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하셨습니다.

이하 '-다'체로 주욱-- 정리하겠습니다.^^


여느 학문이나 사상처럼 양명의 사상도 시대의 산물이자 그 인물의 면모를 밀접한 관계 아래 형성되었다.


양명의 시대란...

양명학은 주자학의 연장선 위에 있다. 주자와 주자학, 양명과 양명학.

주자는 남송 때 인물이고, 주자학은 송대에 국가학의 위치에 있었다. 송대에 꽃핀 과거제를 통해 사대부는 지식인 관료 그룹을 형성하게 된다.

원대에 주자학은 관학으로 입지를 더욱 굳혀 1907년 폐지될 때까지 장장 700년 동안 사상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700년 주자학의 권위 앞에 유일하게 그에 대비되어 언급되는 것이 양명학이라는 사실. 이런 점 때문에 양명학은 주자학의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게 아니라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명을 일으킨 주원장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 무력으로 왕이 된 자는 하나같이 사대부 알레르기가 있는 듯하다. 주원장도 그랬다. 특히 입바른 소리 잘했던 맹자의 가르침을 싫어했다고 한다. 잘 알다시피 맹자는 왕이 무능하면 역성혁명도 가능하다고 했다.이런 식으로 가다 보니, 명나라는 왕과 왕실의 권위를 강화하고 사대부의 신권을 약화시키고 말았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내가 젤 무능해"라며 경쟁하듯 무능한 왕들이 줄을 이었던 왕조가 명나라였다고 한다. 이런데다 환관까지 설쳐 댔으니... 이것이 양명이 살다간 명 중기의 나라 꼴이었다.


양명의 삶...

이름과 관련된 일화, 다섯 살까지 말을 못하다가 개명을 하자 말문이 트였고 이와 동시에 신동으로 거듭났다는 이야기 등등 어렸을 적 양명의 이야기들은 모두 흥미롭게 들어서 잘 기억하고 있으리라. 

강의 도중에 양명의 사주팔자를 뽑아본 한 학인이 양명의 일간이 '경금'이라는 말을 했다. 과연 그럴 법도 하다 싶었다. 왜냐? '폐월산방'이라는 시에서 느껴지는 호연지기, 보석보다는 원석에 가까운 단단하면서도 고결한 기풍,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기질, 의로움... 개인적으로는 치양지, 지행합일, 성의, 사상마련 같은 양명학의 주요 개념들도 '경금'의 속성 같다는 생각도 했다. 결국, 환관 유근을 비판한 간관을 비호하다 죽을 만큼 장형을 맞고 야만의 땅으로 귀양을 가지 않았나.


귀주성 용장이라는 유배지에 2년 만에 도착한 때가 37세였다. '용장에서의 깨달음'이라 하여 양명의 사상 형성에서는 매우 중요한 시기로 본다. 

용장은 어떤 곳이기에 깨달음을 일으켰을까. 귀주성은 중국 서남부에 있다. 중국은 서쪽으로 갈수록 지대가 높아지고 남쪽으로 갈수록 무덥다. 강의에서 충분히 들었던 바대로 사람 살기 열악한 곳이었다. 그 원주민 중 하나가 많이 들어본 묘족이고. 눈만 뜨면 생과 사 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한 것이 없는 그런 사지였다. 그런 곳에서도 용의 자식으로 태어난 양명은 과연 남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주자의 가르침대로 대나무 격물을 했다가 실패한 다음 양명의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았던 사람이다. 인의예지는 고사하고 생사나 걱정해야 하는 용장에서 양명은 바로 이러한 때 
聖人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화두 삼아 정진했고, 깨달음이란 자신의 밖에서 구할 수 없는 것임을 깨쳤다. "聖人의 도는 나에게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 사물에서 이치를 구하려 하는 것은 잘못이다." 心卽理, 내 마음이 곧 이치다! 용장의 大悟 이후 심즉리, 지행합일을 주장하고, 致良知의 개념은 49세 이후 정립된 걸로 본다. 


양명학은 주자학의 틀 위에 있으나 아주 중요한 변별점이 있다.

주자는 性卽理, 양명은 心卽理. 여기서의 뽀인트는 성과 심이 아니라, '理'에 있다. 

주자는 理가 物에 있으므로 物에 格하면 知(=천리)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다.

양명은 物이란 마음이 가 닿은 것이며, 理는 본디 마음에 갖추어 있는 것이다. 본성이 곧 천리, 양지가 곧 천리이다.

고로 격물이란 본성이 물(=事)과 격하여 그것을 바르게(=正) 하는 것이며, 이것이 또한 지행합일이며 치양지라는 것.

참고로, 주자는 지행일치인데, 이미 지와 행의 구분이 내재된 개념인 셈이다.

양지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겠지만, 한 가지만이라도 기억하자는 차원에서 정리해본다.

양지는 是非之心이다.

권하의 88조목을 인용해서 풀어본다.

"양지란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에 지나지 않는다. 올고 그르다는 것은 좋고 나쁘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직 좋고 나쁘다는 것은 옭고 그르다는 판단을 다한 것이며, 오직 옳고 그르다는 것은 만 가지 일의 만 가지 변화를 다했다는 것이다."

진정 마음에 와닿는 말인 것 같다.


고등학교 도덕(인가 윤리인가) 시간에 "지행합일을 강조한 양명학"이라고 배웠을 정도로 왕양명은 중국 사상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인데, 특이하게도 장군 출신이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한다. 장군도 그냥 장군이 아니라 백전백승의, 명나라 역사에 길이 남을 장군이었다. 앞에서 양명이 "용의 자식"이라고 했는데, 그의 아버지 양화는 학문과 인품이 빼어난, 당시 최고의 유학자였단다. 즉 양명의 집안은 뼈대 있는 사대부 가문이었고, 자신은 장군 출신의 유학자였다는 말이다. 싸움터의 장수라고 하니 오랑캐를 토벌하는 장면을 상상하게 되는데, 당시 양명에게 맡겨진 임무는 주로 지방의 민란 진압이었다고 한다. 민란이 대개 그렇듯 지방민들의 불만이 거칠게 표출된 것이어서 무력 진압만으로 그것을 평정하기란 힘들다. 양명의 장군으로서 탁월했던 점은 이런 상황 아래서도 현명하게 판단하여 잘잘못을 가리고, 달변의 기질을 발휘해 불만세력을 잘 설득했다는 것이다. 物을 事와 등치시키고, 格을 正으로 해석한 점, 지와 행을 知行으로 분리시키지 않은 점, 事上磨練을 강조한 점 등을 통해 우리는 야전사령관으로 살아온 양명의 삶이 철두철미하게 그의 사상에 반영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문리스 샘은 강의 말미에 4마디로 다이제스트하는 양명학의 핵심을 전수해주셨는데요(사구교).

이것보다 양명이 전쟁터를 떠돌다 객사하며 남긴 최후의 한 마디로 후기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문인 주적이 눈물을 흘리며 "무슨 말씀을 남기시겠습니까?"라고 묻자,

此心光明  亦復何言

(이 마음이 빛나고 밝은데 다시 무슨 말을 더하겠느냐.)


댓글목록

달집님의 댓글

달집 작성일

<p>후기에서도 그 날의 감동이 물밀듯&nbsp; 밀려오는 구려!</p>

류시성님의 댓글

류시성 작성일

<p><img src="files/attach/images/55588/916/280/9ff77b2ed43afaa2ad5b2253f97d2963.jpg" alt="화이팅.jpg" width="280" height="280" editor_component="image_link" />



</p>

문리스님의 댓글

문리스 작성일

<p>흠... 무정 때보다 재밌었다는 말씀이 칭찬인거죠? 현대문학은 제도권에서 비싼돈내고 공부한 건데...-_-; 그건 그렇고 이렇게 꼼꼼하시다니.  전 그날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제가 이렇게 쎈 말들을 겁도 없이 떠들었네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p>

신금이님의 댓글

신금이 작성일

<p>언타이틀드라는 말은 쓰지도 않았는데 계속 걸리네요...</p><p>2시간 동안 열라 후기 썼는데, 못올립니다...</p><p>전보다 글올리기가 너무 복잡하고 힘들어서 거의 안들어 오는데, &nbsp;</p><p>이 정도면 게시판을 확 뽀개버리던지 해야하는거 아닌가요!!</p><p><br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