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3강 강의록 > 일요 감이당 대중지성

일요 감이당 대중지성

홈 > Tg스쿨 > 일요 감이당 대중지성

서브배너_일성.png

맹자 3강 강의록

페이지 정보

작성자 케잌 작성일21-05-25 21:59 조회1,437회 댓글0건

본문

    지금으로부터 딱 6년 전, 둘째 초등학교 2학년때, 학교 옥상 텃밭을 돌볼 학부모 자원자가 아무도 안 나타나자 선생님께서 "민서야, 엄마한테 텃밭하시라고 해" 콕 집어 말씀하신 바람에 팔자에도 없는 농사를 한 학기동안 지은 적이 있었다. 선생님께서 그러셨다는데 안 할 수도 없고, 울며 겨자먹기로 배추랑 무, 상추 모종을 사다가 심기는 했는데, 그 때는 회사가 너무 바빠서 학교에서 모든 수확물을 거두라고 말할 때까지 단 한번도 텃밭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다른 반 밭은 전업주부 엄마들이 잘 보살폈을테니 괜찮을텐데 우리 반만 망했으면 어쩌나하는 두려운 마음을 한가득 안고 갔는데, 웬걸...마치 마술처럼 모든 작물들이 너무도 탐스럽게 잘 자라 있었다! 그 때 알았다. 하늘과 땅과 바람과 비, 이 대자연의 은혜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그래서 맹자가 말씀하시는, '5묘의 전지만 백성에게 주고 여기에 뽕나무를 심고, 때에 맞춰 농사를 짓게 하고 가축을 기를 수 있게 하면 백성들이 굶어 죽을 일이 없다'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 

    세상 쉬워보이는 이 일이 왜 인류의 유구한 역사에서는 드문 일로 존재해야 했을까? 그것은 바로 통치자가 백성에 대한 측은지심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맹자는 말한다. 맹자가 말하는 왕도정치의 기본이자 출발인 타인에 대한 거대한 공감은 없는 채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는 데 급급했기에, 왕이라는 작자들은 수확을 해야 할 적기에 백성들을 전쟁과 부역에 차출하고, 가혹한 조세제도로 그들을 수탈하며, 백성들의 피를 빨아먹는 벼슬아치들을 처단하지 못한 것이다. 

   백성에 대한 근심과 애틋한 마음이 있어야 왕도정치를 행할 수 있다면, 그 전제조건은 타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선한 인간 본성일 것이다. 사람이 무조건 선하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도덕적 상향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맹자의 성선설은, 누구나 깨달을 수 있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누구나 더러워진 마음을 닦는다면 양지에 이를 수 있다는 양명의 주장을 떠올리게 한다.  

   유가도 누구나 군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는 것이 내게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유교를 항상 공고한 신분제를 가진 조선의 통치이념과 등치시켰었기에, 유교적 사고에서는 인간의 평등성을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교를 숭상하다 못해 작은 예법까지도 목숨걸며 지켜온 조선의 선비들에게 '누구나 군자가 될 수 있다'는 유가의 인간에 대한 믿음은 어떤 경로를 통해 통째로 편집되어 날라가 버린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아무래도 다음 시간에 문탁선생님께 여쭤봐야겠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