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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 2학기 3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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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굼벵이 작성일23-05-17 22:07 조회694회 댓글1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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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불량 학생의 지극히 사적인 후기

 

  감이당 일요대중 지성에는 유난히 공부에 열의를 다하시는 분들이 많답니다. 분명히 주중에 먹고 살기 위한 일을 하고, 일요일에 공부를 하러 오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2학기가 시작된 지금까지 저만큼 불량학생을 본 적이 없답니다. 물론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지만 마음만 최선을 다하고 실제 공부에는 최선을 다하지 않아 발표 때나 발제 때, 시험 때는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답니다. 그래서 늘 마감에 임박해 할 수 있는 만큼만 겨우겨우 하고 있지요. 그러다 보니 체력도 안 되고 이제 그만 하산해야 할 때가 되었단 생각이 들었고 아침에 눈을 뜨며 2조 선생님들께 얘기를 해야지 생각하고 전철을 탔습니다. 

 

  서양철학사 암송을 지난 주에 맡아서 소크라테스 부분을 일주일간 열심히 암송했지만 아직도 마무리가 안 된 상태라 감이당도 들어서지 못 하고 입구에서 암송을 했고 점심 먹고 산책 시간에도 즐거운 산책 대신 혼자서 마지막 마무리를 했습니다. 그래도 암송 순서가 되자 머리가 하얘지고 주변에서 알려주는 힌트를 듣고 겨우 암송을 마쳤습니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다른 선생님들의 후기에 있는 알찬 내용 요약은 힘들 것 같고, 오늘 후기에서는 어느 불량 학생의 생존기 정도로 생각하시고 편하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전 서양철학사 강연에서는 정승연 선생님의 플라톤 강의에 모든 선생님들이 푹 빠져있었다고 하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어찌나 강의를 맛깔나게 하시는지. 저도 참 배우고 싶었답니다. 워낙 탄탄한 배경지식이 기반이 되어야 가능할 것 같다고 혼자서 생각하고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수능 수학은 40점 만점에 18점(?)을 받으셨다는 얘기만 귀에 콕 박히는 건 우리반 아이들이 제가 수업한 내용은 기억 못 하고 농담만 기억하는 것과 똑같겠지요. 신은 한 사람에게 모든 걸 주지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서양철학사 다음 과제는 조별로 2명 그러니까 6명이 다음 공부할 부분에서 질문을 올리는 것입니다. 강의를 더욱 알차게 진행하기 위해 고민하셨다는데, 강의를 듣는 게 더 좋은 선생님들은 처음엔 강의 형식이 좋다고 말씀하셨지만 강의에 도움이 되는 질문에 대해서만 먼저 고민하고 강의를 진행하시겠다는 말씀에 다들 공감하신 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안혜숙 담임 선생님도 서양철학사 과제는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하신 거 같다고 말씀하셔서 다들 이번 학기 렉쳐에 대한 준비를 위해 필요한 과제로 받아들이신 것 같습니다. 

 

  오후 주역 시간에는 시작하자마자 담임 선생님께서 시험을 보신다고 하셔서 다들 긴장을 하고 벼락치기 공부를 했답니다. 다들 시험 잘 보셨지요? 저는 갑자기 긴급한 전화가 와서 그 순간을 모면(?)했는데 숙제로 또 남았네요. 그리고 나서 3. 주역을 해석하는 규칙 6장 효의 자리; ()과 중(), 7장 효와 효의 관계 : (), (), (),(), 8장 길흉의 단계 변화에 대해 각 조에서 발표를 하셨습니다. 많은 사람 앞에 나가서 강의를 하는 건 힘든 일인데 어떻게 다들 그렇게 잘 하시는지 다시 한 번 하산을 할 때가 되었다는 걸 느꼈답니다.

 

  수업이 다 끝나고 2조가 청소라 강의실에 모여 앉아 조별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모인 자리에서 조심스레 이제 그만 두어야 할 것 같다고 입을 열었습니다. 주중에 일을 하면서 일요일에 공부를 하러 나오는 것도 힘들고 체력도 힘들어 이제 그만 해야 할 거 같다고, 조원들에게 너무 죄송하지만 더 이상 따라가기가 힘들 것 같다고. 우리 2조 조원들이 절대 저를 놓아줄 분들이 아니라는 건 예상했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만류할 줄은 몰랐습니다. ‘여기서 그만 두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이런 공부를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다’, ‘남 생각하지 말고 자신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가족도 내가 행복해야 챙길 수 있는 거니 자신부터 챙겨라.’, ‘여기서 그만두면 2조에게 너무 피해를 주는 거다등등의 얘기들이 다시 고민하게 만들었답니다.

 

청소까지 마치고 돌아오는 길, 함께 전철을 타러 가면서 끝까지 저를 걱정해 주시던 2조 선생님들 덕분에 일단 다음 주까지만 나오기로 하고, 그러니까 계속 다음 주까지만 나오기로 하고 전철에 올랐습니다. 오늘까지만 먹고 다이어트는 내일부터이듯 매번 다음 주까지만 나오기로 하고 후기를 마칩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

댓글목록

김경아님의 댓글

김경아 작성일

감이당 가는 지하철에서 후기를 읽었습니다. 많이 힘드셨네요? 고민도 많으셨구요~정성가득한 댓글들보면서 민경샘이 홀연히 하산하지 않으리란 믿음이 생깁니다~^^ 돌연한 불꽃으로 찾아오는 그것이 샘께 이시간을 통과할수있는 힘이었으면 좋겠네요~곧 봬어요~^^

굼벵이님의 댓글

굼벵이 작성일

이렇게 긴 댓글과 정성어린 마음을 전해주시다니요
이제야 답글 올립니다
에세이를 올리고 난 다음날 감이당 오는 길에 알아봐 주시고 이런 불량학생 마음도 헤아려주시고 감사해요
이래서 더 견딜 수밖에 없게하시네요
감사해요

수민님의 댓글

수민 작성일

민경샘~ 너무도 솔직한 후기에 저두요!! 라고 외칠뻔 했네요 ㅎㅎㅎ
저는 백수 임에도 매주 주어지는 과제가 버겁기만 하고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심장이 어찌나 쿵쾅거리는지 원 ^^;;
그래도 신기한게 과제 할 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막상 수업 듣고 밥도 먹으면서 함께하는 즐거움에 잊혀진다는 거에요
샘~ 운영샘 말씀처럼 체력 저하로 매주 보지 못하더라도 올해 마지막까지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
함께해요 !!! 민경샘~ 하트뽕입니다 ~ ㅎㅎㅎ

점배기님의 댓글

점배기 작성일

어제 아침, 일성 게시판 목록에 후기 올라온 것을 보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글을 열었다가 맘 편하게 출근했습니다.
저 처음 서울 올라왔을 때가 또 생각이 납니다. 애 엄마가 술 사준다고 같이 가자 해서 멋도 모르고 따라왔었습니다. 첫 날 가방도 없어서 까만 비닐 봉다리에 책 두 권 덜렁거리며 지금 우리가 공부하는 그 공간에 들어갔고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내빼야겠다.' 마음먹었는데 어쩌다보니 아직 여기 있습니다.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뭐가 뭔지 몰라서 계속 오고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긴 어디? 난 누구? 하며 헤매면서 그냥 꾸역꾸역 오가고 있는데 정답은 모르겠습니다.
근데 샘, 제 생각에는 우리가 처음 등록할 때의 마음만 생각하면 올 해의 끝을 함께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금!!! 얼마나 강렬한 의지인가요? ㅎㅎㅎㅎㅎ  담 주만 나온다는 그 의지로 낼 모레 뵙겠습니다.

jesus0219님의 댓글

jesus0219 작성일

에고..샘은 하산 이라도 할 만큼 올라가셨네요. 전 아직도 산 밑에서 허부적거리고 있는데요
생각할 틈 없이 내가 가는 만큼만 종종 거리다 보면 조금은 나아진 나를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우리 같이 화이팅 해요~~

어떤사람A님의 댓글

어떤사람A 작성일

하산이라는 것은 공부를 다 마치고 더이상 배울게 없을때...스승님께서 하라고 해야 할 수 있을걸요?ㅎㅎ
쌤...우리 모두 공부 초보라 아직 근육이 안생겨서 그래요~
저도 지난주 감기 또 걸리고...일하면서 공부하는게 엄청 극을 하는거구나, 란 생각 했어요.
그런데, 뭐든 반복하면요...근육이 생기고, 그 다음에 힘이 빠지고, 그런 다음에 속도가 올라간다는 사실!! 을
저는 드럼연습을 통해 알았거든요...머리 근육도 같은 이치일거라 생각해요...
반복하다보면 노하우가 생길테니 그때까지만 우리 포기하지 않고 가보기로 해요~~
한주한주...좀 늦어도 괜찮아요~남들과 비교하지만 말고 꾸준히 내 페이스대로!! 굼벵이 홧팅^^

솔하님의 댓글

솔하 작성일

저는요 시간과 체력은 되지만요 감이당 가기 전 날은 잠도 안오고 두렵고 떨리고..
민경샘을 매주 볼 수 없더라도 끝까지 함께 하고 싶습니다.^^
다른 모든 샘들과 같은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니은님의 댓글

니은 작성일

직업이 있으신 분들은 감이당 수업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워낙 시간이 부족하니까... 그래도 불량학생인 채로 다녀보세요. 성실맨을 보고 불량맨으로 살아보라고 하면 어렵겠지만 그도 나름대로 맛이 있답니다. 그런거 안해보셨죠? 이번에 해보세요! 민폐인거 같다고요? 아니요. 오히려 옆사람은 위안을 받을 수도 있답니다...

강은설님의 댓글

강은설 작성일

저도 잘 못하지만 끝까지 한 것에 의미를 두려고 하거든요. 시간이 지나서 봤을 때 끝까지 마무리한 내가 뿌듯하지 않을까요? 노력하는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

구름22님의 댓글

구름22 작성일

네에 ~~~
다음 주만 꼭 나오셔요.
언제나 응원합니다.

엇박님의 댓글

엇박 작성일

아주 돌발영상 같은 후기를 만나는군요. 제가 두영샘부터 시작해서 아주 사적인 소소한 실마리로 2조 샘들 이름을 외우다 5명까지 꼽은 뒤, 나머지 3분이 계속 헷갈렸습니다. 그러다 고민박으로 딱 정리하니 절대 헷갈리지 않더군요. 희영샘, 보연샘, 마지막으로 민경샘! 일성에는 박씨성 가지신 분들이 드물어 올해도 유일한 종씨였는데, ㅇㅇ을 말씀하시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1학기 에세이를 떠올려봐도 근거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학교에서도 선생님의 진도나 수업 수준에 제각각의 수많은 학생들이 알아서 대응하는 것 아닌가요? 수업의 어려움 때문에 또는 체력의 부실함 때문에 또는 기타 등등의 사유가 감이당 공부를 때려치울 이유는 절대 아니지요. 오히려 배울 게 하나도 없어서라면 인정하지요. ㅎㅎ 이번 주 암송 구절 찾다가 '이상 세 가지 이치만이라도 삶에 적용할 수 있다면 현대인들이 겪는 불안과 초조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뭘 망설이겠는가.'(33쪽) 라는 문장이 계속 머무를 이유로는 넘치지 않을까요? 물론 2조 도반님들이 잘 챙겨서, 다음 한 주씩 계속하겠다는 결론이 나왔겠지만, 사실 감이당 공부보다 더 진한 보양식이 어디 흔하겠습니까? 백수와 학교샘이 일요 인문학 수업에 같은 강밀도로 참여하는 것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택도 없는 말씀은 접어두시고, 여름을 넘길 건강법을 준비해서 2학기, 3학기, 4학기 마무리합시다. 그러다 민폐를 사~알짝 끼칠 수도 있구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