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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기 2주차(10.17)_후기_2조 손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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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름22 작성일23-10-17 21:39 조회258회 댓글1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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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름22      23.10.17

 

올해 초 감이당에 첫걸음을 했을 때, 어색하고 조금은 긴장했던 기억이 선명한데, 어느새 마지막 학기가 되었다. 한분 한분 더없이 가깝게 느껴지고,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는 게 벌써부터 아쉬울 뿐이다. 4학기 정화 스님을 모시고 불교와 만난 건 큰 행운이라 여겨진다. 

 

육조단경 '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위빠사나 선수행을 중심으로 한 설명은 스님의 체험과 해박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신비하다고만 여겼고 그래서 의심하기도 했던 초월적 현상들을 명쾌하게 풀어주셨다. 어느 정도 신비주의자였던 나는 얼킨 실타래를 푼 듯 하다. 주변에 초월현상을 경험한 지인들이 여럿 있었고, 나 또한 소소한 경험이 있었으나, 그 기전을 명확히 알지 못해 혼란스러웠는데 이번에 많은 것들이 정리가 된 것이다. 

 

결국 우리가 실재한다고 여기는 것들이 허상일 뿐임을 새삼 확인한다. 뇌과학, 양자물리학 등의 눈부신 발전은 많은 것을 밝혀내어, 한 예로 뇌의 정위연합영역에 자극을 가하거나 손상이 있을 때 나와 우주가 하나되는 특별한 체험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일시적일 뿐 업과 습을 닦지 않으면 체화되지 않으므로 큰 의미가 없다고 한다. 

(참고도서 ; 하버드 뇌과학자 질볼트 테일러 저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앤드류 뉴버그 저 "신은 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가" )

 

참회에 대한 질문에도 우리 삶을 바르게 돌아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셨다. 천수경에 "죄무자성종심기, 심약멸시죄역망, 죄망심멸양구공, 시즉명위진참회 (죄의 자성 본래 없어 마음 따라 일어나니, 마음이 사라지면 죄도 함께 없어지네, 모든 죄가 없어지고 마음조차 사라져서, 죄와 마음 공해지면 진실한 참회라네)라는 구절이 있다. 죄란 본래 없는 것이니 후회나 자책으로 쓸데없는 번뇌를 짓는 것은 어리석음을 일러준다. 타인에게 죄를 지었다 할지라도 진정한 용서를 빌어 내 마음에 흔적이 사라지면, 그 죄는 없는 것이 된다. 구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 진정한 참회라는 구절은 큰 울림이 되어 가슴에 새겨졌다.

 

40억년에 걸친 박테리아로부터 시작된 생물의 진화과정, 또는 생명체계나 가치 체계에 다양성이 결여될 때 벌어지는 양극화 참상의 필연성 등에 대한 말씀은 머리 속에 전구 하나가 켜지는 듯 하다. 분별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분별이 지극히 제한적이며 허상임을 인식해야 한다. 인연과란 인이 연을 만나 결과를 도출하는 것인데 그 통로가 제한적일수록 우리의 삶 또한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제한에서 온전히 벗어나는 것이 선정에 이르는 길이다. 통상적 생각의 길이 다 끊어지고 백척간두에 서서 진일보할 때 반야바라밀 (깨달음의 저 언덕에 이르는 깊고 수승한 지혜)에 이르는 것이다. 불교에선 계, 정, 혜 (계율, 선정, 지혜) 삼학을 닦아 심신의 안정을 꾀하라고 한다. 고와 락은 시소와 같아 락이 크면 고도 깊으므로 고와 락에 휘둘리지 않고, 좋은 연을 바라는 원함이 없는 상태가 해탈된 마음 상태임을 알아야 한다. 스님은 공, 무아, 무상, 연기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15권의 책을 쓰셨으며 지금도 새로운 책을 집필 중이라고 하신다. 여섯번의 강의를 통해 이 네 가지 키워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그만큼 성장하게 될 것이다. 어떤 생명도 의미가 없다하지만 인간은 의미를 만드는 존재이며 스스로 부여한 의미 속에서 통찰력을 갖고 살고자 한다면 불교 공부는 우리에게 등대가 되어줄 것이다. 

 

남산길 산책에서 가을 햇살을 듬뿍 받고, 3교시 수업이 시작되었다. 선문답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생각의 길을 끊어내는 과정이라는 스님의 설명 덕인지 낭송하는 샘들의 목소리가 낭랑하다.. 

 

선의 황금시대를 교재로 한 4교시에선 담임샘의 불교에 대한 진지함이 전해져와 불교와의 거리가 더 좁혀졌다. 육바라밀, 팔정도, 응무소주 이생기심,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 사성제 고집멸도 등 낯선 용어들이 조금씩은 친숙하게 다가오고, 육조단경과 선의 황금시대는 접점이 많아 복습하는 것 같기도 하다. 몇 번의 수업으로 불교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서양 철학 수업에 이어 불교 공부 또한 너무도 흥미롭고, 나 자신과 내가 속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밝아지고 넓어지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텍스트 추가 ; "불교명상 입문" 강명희 지음, 담앤북스

추천 필독서 ; "법륜 스님의 금강경 강의" 법륜 저, 정토출판

 

명상 수업에 대한 설레는 마음을 안고 후기를 마무리 합니다.

댓글목록

심재님의 댓글

심재 작성일

혜경샘, 어쩜 이렇게 정리가 깔끔하실까요. 수업듣고 나서 다 까먹어버린 내용들이 다시 저의 뇌하고 인사를 하네요. 감사하고  수고많으셨습니다.~

구름22님의 댓글

구름22 댓글의 댓글 작성일

일목요연한 정리의 달인이신 문영샘이 그리 말해주시니 좋네요 ^^

점배기님의 댓글

점배기 작성일

갈수록 방대해지는 후기의 사슬을 끊어버리기 위해 간략하게 쓰신다고 들었는데, 제 기억에 왜곡이 있나 봅니다. 허공에 퍼져버린 수업 내용을 되새기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름22님의 댓글

구름22 댓글의 댓글 작성일

ㅎㅎㅎㅎㅎ
그러게요. 열 줄로 요약하려 했는데 이리 되었네요.

수민님의 댓글

수민 작성일

혜경샘~  서양철학사에만 애정이 있으신 줄 알았는데, 
선수행과 불교까지 애정이 넘치시니 샘의 배움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배워야 할듯 합니다 ~ ㅎㅎㅎ
그 날 두분에 이어서 질문된 '참회' 부분은 저또한 큰 울림이 있었는데요,
'미안한 마음'을 구하는 마음 없이, 진정한 용서를 빌어 내마음에 흔적이 남지 않도록 하라는 말씀을
다시한번 마음에 새겼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샘께서 경험하신 소소한 '초월현상' 이야기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ㅎㅎㅎ

구름22님의 댓글

구름22 댓글의 댓글 작성일

네! 경험담 이야기 해드릴게요 ^^

강은설님의 댓글

강은설 작성일

강의를 듣는 중에 딴 생각하다가 놓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선생님 후기가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구름22님의 댓글

구름22 댓글의 댓글 작성일

도움이 되셨다니 제가 감사하네요.

엇박님의 댓글

엇박 작성일

'어느 정도 신비주의자'의 학습 흐름이 아주 눈에 쏙 들어오네요. 많은 내용을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떤사람A와 주고받은 내용까지 신비주의로 처리하셨군요. 어차피 읽는 사람들은 아래 댓글까지 다 읽을 거라서, 본문의 원판과 수정 제안, 찬성 여부까지 그 과정을 댓글의 연쇄 형태로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재미 있지 않을까요?

어떤사람A님의 댓글

어떤사람A 댓글의 댓글 작성일

넵!!ㅋㅋ4학기 2주차로 제목 수정 요청 드린것 뿐예요...너무 신비롭지 못한 비밀글이라 지송;;^^

구름22님의 댓글

구름22 댓글의 댓글 작성일

제가 좀 신비주의 경향이 있어요 ㅎ

구름22님의 댓글

구름22 댓글의 댓글 작성일

네! 수정했어요. ^^

어떤사람A님의 댓글

어떤사람A 작성일

수업시간에 강의듣고 정말 너~~어무 좋고 깨달음을 얻었다 싶다가도 하루만 지나면 까맣게 잊고 살던대로 살게되는데, 혜경샘 후기보니 이번엔 이걸 프린트라도 해놓고 기억해야 겠단 생각이 드네요...요점정리 확실히 해주셔서 감사해요~4학기가 되니 정말 한분한분 더없이 가깝게 느껴진단 말씀에 심히 동감요;;^^

구름22님의 댓글

구름22 댓글의 댓글 작성일

혜민샘 말씀 백퍼 공감해요. 분명히 반짝한 듯 한데 ^^ 돌아서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