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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기 3주차(10.22)_후기_3조 이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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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대중 작성일23-10-23 21:23 조회86회 댓글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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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하세요.”

  정화 스님은 어찌 저리 친절하실까. 이런 질문을 해도 되려나 하는 머쓱한 물음에 40억년의 세월, 단세포, 우리 몸 수소 원자의 역사부터 출발하신다. 우리가 스스로 알아먹기에는 택도 없는지 애기 다루듯 살살 데리고 다니시며 결국에는 궁금증을 해결해 주신다. 우리가 신봉하는 과학, 팩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시니 우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겨우겨우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하긴 시대가 달라졌다. 몽둥이나 고함은 약하디약한 우리의 마음에 상처만 줄 뿐이라는 것을 스님은 벌~써 알고 계시겠지. 확실한 것은 한마디 선문답을 받아들이기에 우리는 너무나도 모른다는 것이다.

 

  정화 스님이 말씀해주신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다시 요약해보고 싶지만 그럴 에너지도 시간도 부족하거니와 고맙게도 톡방에 올려주신 음성 파일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 백번 나을 것이다. 어쨌든 숨죽이며 따라가기 바빴던 오전 1교시는 윤회가 그런 것이구나 하는 앎과 어찌어찌 잘하면 윤회를 끊을 수 있지 않을까 눈을 반짝이며 고민하는 샘들의 이야기로 무척이나 재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아트만을 만드는 우리 모습이 부자연스러운 상태라는 것이 영화 매트릭스의 그것마냥 충격이었다. 감이당에는 늘 당연한 것이 깨지는 쾌감이 있다.

 

  오후 수업의 시작은 소소한 에피소드들로 시작되었다. 점심 산책에서 길을 잃었다가 다행히도 무사귀환한 샘이 계시는가 하면, 고등학교 입학 면접에 집중하느라 아직 감이당 시차 적응에 실패해서 담임샘을 열받게 한, 하지만 뿌듯하게도 키가 훌쩍 커버린 샘도 계셨다. 프린트물이 많은 관계로 4시까지 후루룩~ 일사천리로 발표와 질문이 이어졌다. 선의 가르침을 이끌어온 선사들은 선문답, 몽둥이, 호통, 설명 등을 통해 제자들에게 깨우침을 주려고 애를 많이 쓰셨고 또 제자들은 그 스승의 기대에 부응하며 깨달음을 얻는 훌륭한 모습들을 보였다. 언뜻 보기에 단박에, 홀연히 깨우침을 얻은 것 같았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그 바탕에는 항상 일상에서의 정진이 깔려있었다. 우리와 그들의 차이점도 그 부분인 것 같다. 일주일을 욕망에 휩쓸려 살다가 하루의 감이당 방문자가 된다면 백년을 공부 한답셔도 소용이 없겠지. 이리 간단한데 이리도 안된다. 뭐 부처님도 깨달음 후에 매일매일 명상을 하셨다하니 조금 위안이 된다.

 

  아무튼 개인적인 결론은 엄마 전화가 오면 아무 생각없이, 끼어들지 말고, 추임새를 정성스레 섞어가며 잘 들어라.’ 이다.

댓글목록

니은님의 댓글

니은 작성일

정말 글은 그 사람을 닮았네요. 대중샘같이 조용하고 부드러운 글이에요!
정화스님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배움이 배움으로 끝나지 않기를....

강은설님의 댓글

강은설 작성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날의 강의 장소로 돌아간 기분이네요. ^^

어떤사람A님의 댓글

어떤사람A 작성일

아...오전수업 빠져서 저 최고봉 강의를 직접 듣지 못해 너무 아쉽네요ㅠ 역시 대중샘 글은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쉬우면서도 요점 확실한....정말 쌈박한 글 잘 보고 갑니다~~대타하길 참 잘하셨네요;;^^

구름22님의 댓글

구름22 작성일

"일주일을 욕망에 휩쓸려 살다가 하루의 감이당 방문자" ㅎ 흔히 선데이 크리스천이라 하던데 ~~ 이 절묘한 표현에 공감 폭발했네요.

연주님의 댓글

연주 작성일

‘엄마 전화가 오면 아무 생각없이, 끼어들지 말고, 추임새를 정성스레 섞어가며 잘 들어라.’  아하하하하하하 대중샘 결론이 짱입니다.  저도 늘 이런 맘을 먹지만 어쩜 그리 빨리 무너지는 결심인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조금씩 그 시간이 늘어나긴 하니 언젠가 좋은 딸이 될 수 있겠지요..ㅋㅋㅋ

엇박님의 댓글

엇박 작성일

대중샘에게 행운이 깃들어, 대타로 후기를 작성하시게 되었는데...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아주 이야기의 맛을 제대로 내고 있네요. 이번주 강의가 아마 최고봉일거라는 후문이 자자했습니다. 저에게는, "얘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좋은 사람이 되는데,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토를 달다가 다 망쳐버린다"는 말씀이 만루홈런이었습니다. 짧게 쓰자는 두영샘의 소망도 들어주었네요. 대중샘의 글쓰기가 참 쌈빡합니다. 잘 읽었습니다.